드론 폭발물 낙하부터 화학물 분석·제독까지 전 과정을 단계별 공개
관계기관 합동 대응력 점검⋯현장 혼란·지휘·대응 절차 생생 재연

“지금 경기장 상공에 드론이 포착됐습니다, 상황 급박합니다.”
25일 오후 3시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 축구 경기 관람을 위해 경기장 안에 들어온 수십명 관중들 머리 위로 드론 두 대가 나타났다.
이윽고 ‘폭발물이 떨어졌습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경기장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뿌연 연기와 화염이 뒤덮인 현장에서 사람들은 빠르게 흩어졌다.
경기장에서 30여분간 경기도와 국정원 경기지부 공동주관으로 경기남부경찰청 등 11개 기관의 200여명이 함께 진행한 ‘대테러 관계기관 합동 훈련’은 실제 상황을 방불케했다.

대응팀은 황창선 경기남부경찰청장 지휘하에 입장객을 대피시킨 뒤 헬기, 장갑차, 특수대응단 구조공작차, 51사단 K-10 제독차, 한강유역환경청 분석차 등 장비 30여대를 동원해 폭발물을 실은 드론 조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에 나섰다.
대응팀의 수색이 이어지고 있는 동안 “10분 안에 비트코인을 송금하지 않으면 인명을 살해하겠다“는 테러범의 추가 협박이 이어졌다.
경찰특공대는 즉시 드론제밍건(안티드론) 장비를 이용해 드론을 강제 착륙시켰고 바닥에 떨어진 드론에서는 유색 연기의 화학물질이 뿜어져 나왔다.

현장에서 환경청이 분석한 이 물질은 1kg으로 반경 30m를 즉시 치명 구역으로 만들 수 있는 물질로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 공격에 사용된 같은 종류의 치명적 신경가스였다. 51사단 화생방지원대 등은 포말 제독을 실시한 뒤 상황을 마무리했다.
‘빅버드’라 불리는 거대한 경기장 위로 다시 평온한 공기가 흐르자 관람석에 앉은 참관인들 사이에서는 “실제 같았다”는 말이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훈련을 주관한 황 청장은 “최근의 테러 양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실전적인 훈련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며 “대테러 관계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과 대응체계 점검을 통해 테러로부터 안전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준희 기자 wsx3025@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