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활황, 인천은 불황…공실률로 보는 상권 온도 차

서울, 역세권·생활 동선 덕분에 '활력'
아파트 입주 8개월도 안 돼 완판 사례
동네 생활 흐름 중심 '필수 업종' 배치
소형 상가 구조, 안정적 상권 형성 기여

인천, 내부 수요에만 의존…상권 고립
신도시 대부분 '주거 중심' 구조 설계
단지 내에서만 순환…외부 연결 부족
원도심은 유동 인구 감소로 생기 잃어

브랜드 입점 여부가 상권 안정성 지표
서울 단지 상가 체인점 등 고르게 입점
인천, 규모·소비력이 상권 성패 좌우

[빈터뷰-서울 아파트 상가 임장기] 4. 같지 않은 공실…서울은 '통과점' 인천은 '종착점'

서울 신축 단지 상가에도 공실이 있다. 비어 있는 풍경은 인천과 달랐다.

점포가 비어 있어도 사람 흐름이 끊기지 않고, 그래서 다시 채워질 것 같은 감각이 단지마다 번져 있다. 거미줄처럼 엮인 지하철망과 일자리, 대학, 병원, 문화시설이 생활권 반경 안에서 겹쳐진다. 그 밀도가 도시를 움직이고 있다.

모두가 서울에서 살기를 꿈꾸는 시대. 서울엔 더 이상 외곽에 남은 땅이 없고, 기존을 부수고 다시 짓는 방식으로 도시를 갱신해 왔다. 올해 10월까지 새로 준공된 단지만 32곳,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는 3100개를 넘어섰다.

이렇게 신축 단지와 오래된 생활권이 맞닿는 경계에서 '서울형 단지 상가'가 생겨난다. 입주 초기 공실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공실은 '멈춤'이 아니라 '통과점'처럼 보였다. 인천에서 공실이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되고 있다는 지점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다.

 

▲강서·강남·강동도 적당히 뽑는 상가

지난 9월17일 오후. 서울7호선 신대방삼거리역엔 억수같이 비가 내렸다. 하필 하교 시간에 쏟아진 비라 근처 서울대림초, 서울공고 학생들은 쫄딱 젖어 학원으로, 집으로 향했다. 역 옆에 성대시장과 식당, 술집, 카페로 옹기종기 모인 상권을 오가는 사람들도 초가을 소나기에 애를 먹는 그런 날이었다.

▲ 서울 강서·강남·강동의 신축 단지 상가들을 임장한 결과, 위치와 가격대, 단지 성격은 서로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상권 잠재력에 비해 상가를 과도하게 키우지 않고, 동네 생활 흐름에 필요한 업종만 적정 규모로 배치한다는 점이다. 지하철역·통학로·시장·업무지구 등 이미 형성된 생활 동선 위에 상가가 놓이기 때문에 공실이 나더라도 채워지는 속도가 빠르고, 한 번 자리 잡은 업종은 비교적 오래 버틴다. 이는 초기 분양 단계에서 수익형 부동산 투자 수요에 맞춰 상가 규모가 과도하게 설계된 곳이 적지 않은 인천과는 대조적이다.
▲ 서울 강서·강남·강동의 신축 단지 상가들을 임장한 결과, 위치와 가격대, 단지 성격은 서로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상권 잠재력에 비해 상가를 과도하게 키우지 않고, 동네 생활 흐름에 필요한 업종만 적정 규모로 배치한다는 점이다. 지하철역·통학로·시장·업무지구 등 이미 형성된 생활 동선 위에 상가가 놓이기 때문에 공실이 나더라도 채워지는 속도가 빠르고, 한 번 자리 잡은 업종은 비교적 오래 버틴다. 이는 초기 분양 단계에서 수익형 부동산 투자 수요에 맞춰 상가 규모가 과도하게 설계된 곳이 적지 않은 인천과는 대조적이다.

이 동네에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한 A 단지는 1층에 4개 정도 점포와 2층, 3층을 상가로 뺐다. 1층엔 꽤 큰 규모의 김밥집이, 2층엔 정형외과가, 3층엔 치과가 영업 중이었다. 2, 3층 병원들은 거의 한 층을 다 쓰고 있었다. 임장하러 갔던 9월 중순까지만 해도 1층에 공실이 3개 있었다. 10월 다시 확인하니 공실이었던 한 곳은 약국이 들어서려고 내부 인테리어가 한창이었다. 1층 외곽 15평대 점포만 채우면 A 단지 상가는 입주 8개월도 안 돼 '완판'을 기록하게 된다. 신대방삼거리 한 공인중개사는 “지하철역에다 전통시장, 먹자골목까지 낀 입지다. 더군다나 호실도 몇 개 없고 시장 내 주상복합 계획도 있어서 임대료만 잘 맞으면 금방 찬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신대방삼거리역 하루 하차 인원만 1만6213명. 장승배기역(1만368명), 보라매역(7461명)처럼 앞·뒤 역들보다 훨씬 더 많은 이용객을 보유하고 있다. 흐름이 상가의 안전망이 되고 있었다. 강서에서 포착된 이 감각은 다른 권역에서도 반복되고 있었다.

▲ 서울 강서·강남·강동의 신축 단지 상가들을 임장한 결과, 위치와 가격대, 단지 성격은 서로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상권 잠재력에 비해 상가를 과도하게 키우지 않고, 동네 생활 흐름에 필요한 업종만 적정 규모로 배치한다는 점이다. 지하철역·통학로·시장·업무지구 등 이미 형성된 생활 동선 위에 상가가 놓이기 때문에 공실이 나더라도 채워지는 속도가 빠르고, 한 번 자리 잡은 업종은 비교적 오래 버틴다. 이는 초기 분양 단계에서 수익형 부동산 투자 수요에 맞춰 상가 규모가 과도하게 설계된 곳이 적지 않은 인천과는 대조적이다.
▲ 서울 강서·강남·강동의 신축 단지 상가들을 임장한 결과, 위치와 가격대, 단지 성격은 서로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상권 잠재력에 비해 상가를 과도하게 키우지 않고, 동네 생활 흐름에 필요한 업종만 적정 규모로 배치한다는 점이다. 지하철역·통학로·시장·업무지구 등 이미 형성된 생활 동선 위에 상가가 놓이기 때문에 공실이 나더라도 채워지는 속도가 빠르고, 한 번 자리 잡은 업종은 비교적 오래 버틴다. 이는 초기 분양 단계에서 수익형 부동산 투자 수요에 맞춰 상가 규모가 과도하게 설계된 곳이 적지 않은 인천과는 대조적이다.

마찬가지로 7호선 청담역 바로 앞에 B 단지는 올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입주 물량 중에서도 눈에 띄는 부동산이다. 시공순위 상위 대형 건설사가 공사를 책임져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했다. 한강이 코앞에다 단지 바로 옆에 초등학교, 중학교를 품으며 호가가 12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B 단지 400여세대, 길 건너 겨울에 입주를 시작하는 신축 1200여세대, 기존 구축까지 합치면 고정수요가 1800여세대인 말 그대로 고가 주택, 고가 상권이다. 이와 다르게 상가는 1층에 13개 정도 뽑는 데 그쳤다. 파리바게뜨, 치과, 여행사, 부동산 등으로 이미 빈 곳이 얼마 없었다. 단지 가격이 높아도 상가 규모는 필요 수준을 넘지 않았다.

서울2호선 건대입구역 초역세권에 자리한 C 단지는 아파트 상가에서 보기 드문 스타벅스가 입점한 사례다. 예전 약국들과 달리 브랜딩을 강화한 드럭스토어도 새로 입점했다. '힙'은 성수동으로 모이고 그 중심엔 건대입구역이 있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지난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승객 폭주 사태에 대비한 7개 역 중에 건대입구역이 있을 정도니까.

▲ 서울 강서·강남·강동의 신축 단지 상가들을 임장한 결과, 위치와 가격대, 단지 성격은 서로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상권 잠재력에 비해 상가를 과도하게 키우지 않고, 동네 생활 흐름에 필요한 업종만 적정 규모로 배치한다는 점이다. 지하철역·통학로·시장·업무지구 등 이미 형성된 생활 동선 위에 상가가 놓이기 때문에 공실이 나더라도 채워지는 속도가 빠르고, 한 번 자리 잡은 업종은 비교적 오래 버틴다. 이는 초기 분양 단계에서 수익형 부동산 투자 수요에 맞춰 상가 규모가 과도하게 설계된 곳이 적지 않은 인천과는 대조적이다.
▲ 서울 강서·강남·강동의 신축 단지 상가들을 임장한 결과, 위치와 가격대, 단지 성격은 서로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상권 잠재력에 비해 상가를 과도하게 키우지 않고, 동네 생활 흐름에 필요한 업종만 적정 규모로 배치한다는 점이다. 지하철역·통학로·시장·업무지구 등 이미 형성된 생활 동선 위에 상가가 놓이기 때문에 공실이 나더라도 채워지는 속도가 빠르고, 한 번 자리 잡은 업종은 비교적 오래 버틴다. 이는 초기 분양 단계에서 수익형 부동산 투자 수요에 맞춰 상가 규모가 과도하게 설계된 곳이 적지 않은 인천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역에 자리한 C 단지 상가는 여전히 공실이 남아 있어도 최근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드럭스토어, 엽기떡볶이, 스터디카페까지 차근차근 내실을 갖추는 중이다.

강서권 A 단지, 강남권 B 단지, 강동권 C 단지 사례를 보면 서울은 상권 크기를 키우기보다 동네 생활 흐름이 이미 형성된 곳에 '필수 업종'만 채워 넣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수요 이상으로 상가를 크게 짓지 않는 원칙이 작동한다. 물론, 재개발·재건축이 일상인 환경에서 상가 부지를 크게 뽑을 수도 없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이런 '소형 상가'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측면도 있다. 이 물리적 제약이 오히려 공실 위험을 낮춘다. 상가가 작으니 비어 있어도 금방 채워지고, 한 번 자리 잡은 업종은 웬만큼 버티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즉, 서울 주택은 '확장'을 표방해도 상가는 '필요'를 전제로 설계된 공간인 셈이다. 지난해 입주한 영등포구, 성동구 신축 단지 '몰'급 상가들이 심각한 공실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해도 인천과는 성격이 다르다. 서울은 수요가 몰려들 '통로'가 있고 인천은 그 통로가 좁다.

 

▲인천과 밑천이 다르다

상권은 가게가 만든다기보다 사람의 이동이 만든다. 하루에 몇 번이고 반복되는 생활 동선, 그 발길이 쌓여 한 골목과 한 건물, 한 점포의 성패를 가른다. 그 흐름을 가장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지하철역이다. 지하철역은 단순한 대중교통 수단이 아니다. 그곳에는 출근과 하교, 장보기, 약속, 환승, 배달, 택배 등 이동이 겹친다.

서울 신축 아파트들이야말로 '역세권'이 상권의 기본 단위다. 그 역들을 중심으로 학교, 일자리, 병원, 시장 등이 서로 촘촘히 얽혀 있다. 단지 내수 수요를 중심으로 한 인천과는 상황이 다르다.

[빈터뷰-서울 아파트 상가 임장기] 4. 같지 않은 공실…서울은 '통과점' 인천은 '종착점'

2025년 준공한 서울 아파트 32개 단지와 일대 지하철역 거리를 지도로 따져봤다. 이 가운데 72%(23곳)가 지하철역에서 직선거리 500m 이내에 있다. 넓게 1㎞까지 역세권으로 본다면 94%(30곳)가 여기에 속한다. 역과 학교, 거기다 서울의 최대 강점인 오피스까지 상권이 서로 맞물리며 사람의 이동 자체가 상가의 기반을 이룬다.

반대로 인천 올해 준공 단지 14곳에서 36%(5곳)만 지하철역에서 직선거리 500m 이내에 있다. 1㎞ 이내는 50%(7곳), 나머지 절반은 역까지 걸어 다니기는 힘든 구조다.

서울 단지 상가는 도시의 흐름을 받아내며 버티지만, 인천 단지 상가 중 다수는 단지 내부 지갑 수만으로 버텨야 한다. 상권의 체력 자체가 다르다.

인천 신도시는 주거 중심의 대단지 구조가 대부분이다. 단지는 크지만 사람의 이동이 단지 안에서 순환할 뿐, 외부로 연결되는 생활 동선이 약하다. 상가가 내수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원도심 사정도 녹록지 않다. 교통 인프라가 그나마 갖춰져 있지만, 상권 노후화와 유동 인구 감소로 생기가 사라진 곳이 많다. 원도심과 어울리지 못하고 단지는 섬처럼 남았다.

상권의 체력은 유입되는 사람의 양이 결정하는 법이다. 그런데 인천은 이 '흐름'을 갖추지 못한 채, 서울 못지않게 상가 양부터 늘리고 있다. 상권 기반은 부족한데, 외형만 늘리고 있다.

[빈터뷰-서울 아파트 상가 임장기] 4. 같지 않은 공실…서울은 '통과점' 인천은 '종착점'

▲흥행의 척도들

서울 아파트 단지 상가가 인천보다 월등히 '흐름을 갖춘 공실'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면, 4편 막바지엔 그 흐름이 시장에서 어떤 가치로 평가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참고할 만한 지표가 있다. 바로 대형 카페 체인·패스트푸드 체인·H&B(드럭스토어) 체인의 입점 여부다.

거대 자본력을 지닌 이런 브랜드들은 절대 감에 기대 진입하지 않는다. 주민 수, 유동 인구, 동선, 그리고 지불 의사까지 계산한 뒤 입점을 결정한다.

따라서 이들 위치는 곧 동네 상권의 생존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서울 내 660여개 'S 카페 브랜드' 매장을 따져봤더니 40여개는 아파트 단지 내 입점한 것으로 판단됐다. 강남권역 고층 주상복합에 자리한 점포도 있는 동시에 노원구나 압구정, 목동 등에선 구축 단지에서도 영업 중이었다.

서울 단지 상가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단지에만 한정된 경쟁력이 아니라는 의미다. 역세권 대단지부터 중층 구축 아파트까지, 상권의 기본 환경만 확보돼 있다면 브랜드 점포가 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서울에선 '단지 상가' 자체가 상권의 단위로 기능하며, 규모나 연식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소비 패턴이 꾸준히 발생한다는 점이 확인된다.

인천 아파트 단지에서 'S 브랜드'가 입점한 사례는 7개로 송도, 청라, 루원 등 신도시에 주로 포진해 있다.

이는 지역 신도시 단지 구조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신도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도시가 설계되며, 단지 내 상가가 사실상 '지역 상권의 중심' 역할을 수행한다. 과거처럼 중심 상권(로드상권)과 단지 상가가 뚜렷하게 분리되지 않고, 단지 상가 자체가 쇼핑몰 형태, 이른바 '몰'급 상가로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규모가 크고 동선이 단지 내부에 머물다 보니 유동 인구는 외부에서 유입되기보다 주민 내부 수요에 집중된다. 때문에 브랜드 입점은 '도시 전체 상권의 흐름'이 아닌, 해당 단지 규모와 구매력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국내 드럭스토어 시장의 사실상 표준이 된 'O 브랜드' 역시, 서울에서는 신축·구축 여부와 관계없이 생활 동선과 결합된 단지 상가에 고르게 입점해 있다. 역세권·통학로·병원 밀집지 등 사람 이동이 분산된 서울에서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도시 생활권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편입됐다는 또 다른 장면인 것이다.

반면 인천의 단지 내 'O 브랜드'는 대부분 계획 신도시 중심부에 몰려 있다.

다시 말해, 인천 신도시의 브랜드 입점은 도시 전반의 상권 체력이라기보다 특정 단지의 내수 소비력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다. 단지 규모가 크고 구매력이 탄탄할수록 단기적으로는 상가가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내수 기반이 약하거나 단지 간 동선이 단절된 지역에서는 반대 장면이 나타난다. 주민 지갑만으로 상권을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공실 위험이 더 크게 부각되고, 상가가 외부와 연결되지 못한 채 고립되는 속성이 강화된다.

결론적으로, 인천에서 상권은 한 가지 흐름으로 묶어 설명하기 어렵다. 신도시에선 단지 규모와 소비력이 상권의 성패를 좌우하고, 원도심에서는 유동 인구 회복과 생활 동선 재구성이 관건이 된다.

이 온도 차를 정확히 읽는 것이 앞으로의 상가 공급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더 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에, 얼마나, 어떤 흐름을 전제로 공급할 것인가를 따져야 하는 시점이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빈터뷰-서울 아파트 상가 임장기] 4. 같지 않은 공실…서울은 '통과점' 인천은 '종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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