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유령 상가'…시간으로도 공실 못 메웠다

2020년 준공 22개 단지 상가 공실 여전
과잉 공급에 '시간이 해결' 믿음 무너져
시청처럼 행정 인프라 있어도 장사 없어

계양은 적정 공급으로 '안정권' 진입
부평·미추홀 등 '몰'급 상가 완판 요원
천정부지 집값 속 상가 미분양 '극과 극'

현대판 전통시장으로 진화한 단지 상가
분식·정육·무인매장이 생활동선 채워

공동체 기반인 만큼 세심한 시선 필요
전통시장 지키려 정책 지원 집중됐듯
아파트 단지 상가도 같은 선상서 봐야

[빈터뷰-아파트 상가 임장기] 3. 5년 전 신축도 비어 있었다
▲ 직접 가보니, 준공 5년 차에도 공실은 골칫거리였다. '버티면 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2020년 신축 단지 절반은 지금도 상가 공실이 해소되지 않았다. 〈빈터뷰〉 1편이 신축 단지 상가 공실을 문제 제기했다면, 2편에선 그 현상이 인천 전역에서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3편은 5년 전 물량을 통해 이 문제가 일시적이 아닌, '과잉 공급'의 구조적 문제임을 증명한다.
▲ 직접 가보니, 준공 5년 차에도 공실은 골칫거리였다. '버티면 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2020년 신축 단지 절반은 지금도 상가 공실이 해소되지 않았다. 〈빈터뷰〉 1편이 신축 단지 상가 공실을 문제 제기했다면, 2편에선 그 현상이 인천 전역에서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3편은 5년 전 물량을 통해 이 문제가 일시적이 아닌, '과잉 공급'의 구조적 문제임을 증명한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9월26일 정오. 아파트 공사장 펜스 문이 열리고 인부들이 산곡역 백마장 사거리로 쏟아졌다. 이들은 삼삼오오 한식뷔페나 백반집으로 향했다. 식사를 마치고는 편의점에 들러 담배, 음료를 사거나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산곡역 초역세권에 위치한 2020년 준공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민영(가명)씨 가게 앞에도 인부들이 오갔다. 장바구니를 든 어르신들이 역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가게 안은 한산했다.

학생들과 젊은 세대에서 좋아할 만한 메뉴를 파는 민영씨네 가게는 애초에 단지 입주민과 역 이용객이 타깃이었다.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역 근처 아파트들 올라가면 강남까지 한 번에 가는 산곡역은 분명히 자리 잡을 거다. 예정 단지들도 2028년부터 입주하니까. 이제 2~3년 남았다. 나중엔 권리금도 받을 수 있는 상권이다. 불경기까지 겹쳐 당장 벅차긴 해도 그래도 잘될 거다”라고 민영씨는 말했다.

민영씨 가게가 있는 이 아파트 상가는 올해 준공 5년 차에 진입했다. 서울7호선 초역세권을 자랑하는 상가는 1층에만 30여개 점포를 뽑아냈다. 여기서 입주한 곳은 30% 남짓이다.

 

▲5년 차 단지 상가 절반은 여전히 공실 중

앞선 <빈터뷰> 1편과 2편에선 지은 지 1년에서 2년쯤 되는 신축 물량 임장기를 적어냈다. '처음부터 공실을 안고 시작하는 구조적 문제'에 집중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버티면 된다'고. 그런데, 정말 시간이 약일까? 그럼,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텅 빈 상가들은 좀 채워질까. 상가가 문을 열고 5년쯤 흐르면 괜찮지 않을까. 2020년 인천에서 준공한 22개 단지를 전부 찾아가 봤다. 상가 보유 19개 단지에서 5~6곳만 상가를 다 채웠다. 9곳은 20% 넘는 공실률이었다. 반도 못 채운 곳도 여럿 됐다.

조심스러워서 속에만 담아놨던 말을 3편에서야 할 수 있게 됐다. '과잉 공급'. 이른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무너지고 있었다.

5년 차 상권 공실은 신도시든 원도심이든 가리지 않고 나타났고, 특히 세대수 등을 고려 않고 욕심내서 상가를 구축한 곳에서 심했다. 물론, '몰'급 상가를 지어놓고 공실 없이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긴 했는데, 송도랜드마크시티센트럴더샵아파트뿐이었다. “아파트 세대수가 2230세대, 오피스텔은 1242세대로 매머드급이다. 근처에 대체 상권이 없고 다른 단지들과 연계가 좋다”는 게 이 동네 공인중개사 설명이다.

5년 전 많이 지어 놓고 반도 못 판 대표적인 사례는 산곡역과 함께 인천시청에도 있다. 시청 옆 한 단지 상가는 인천시청을 품으며 단지 내수 상권을 초월하고도 1층 40개호실 가운데 20개 정도 공실이 확인됐다. 위에 산곡역 단지나 시청 옆 단지는 입주 당시 30평대 기준으로 3억원 후반대 하던 집값이 요새 6억 이상으로 뛴 입지 좋은 부동산이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뛴 반면, 상가는 심각한 '미입주' 상태로 냉탕과 온탕이 확실했다.

인천시청과 같은 거대 행정 인프라가 있어도 많이 지으면 장사 없다는 교훈은 정부인천지방합동청사 부근에도 존재한다.

미추홀구 지방합동청사와 가까운 모 아파트 1단지, 2단지는 모두 2020년 준공 물량이다. 미니 백화점 수준인 1단지 상가 1층에선 3~4개, 1층 상점가로 이뤄진 2단지에선 20여개 점포 중 8개에서 공실이 보였다. 목에 공무원증을 건 사람들과 슬리퍼 차림 입주민들이 뒤섞여 지역 원도심에선 드물게 유동인구를 창출하는 상권이다.

이곳에서 퓨전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은 “제물포역, 도화역 이용객 유입을 기대하긴 거리가 좀 있고 대학가, 학교들과는 아직 연계가 약해 입주민들과 청사 공무원들로 매출을 올리는 구조다. 골목 경제 분위기 반전을 위해선 이 동네에 여러 개발이 논의돼야 한다”고 전했다.

동구 송림4동행정복지센터가 자리한 송림동 한 단지 상가는 5년 차 접어들면서 9개 점포 가운데 식당과 카페가 폐업해 2개 공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많이 짓는 데 장사 없다-지역별 비교

인천 북부권 대표 원도심인 계양과 부평은 전통적으로 '베드타운' 성격이 강한 도시들이다. 서울 접근성을 무기로 수도권을 오가는 인천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 다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부평은 계양과는 다르게 과거 백화점도 있었고 지하상가, 대형마트 등 자체 상권 형성력이 강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요새 들어 아파트 단지 상가 실적에선 계양구가 부평구보다 월등한 분양률을 기록 중이다. 사실 계양구 단지 상가 공실 정도는 인천 내에서도 가장 괜찮은 편이다. 완판이거나 대부분 1~2곳 공실이 전부다.

작전역과 계양역 일대에 신축이 많은 계양구는 욕심내서 상가를 뽑기보다는 입주민 수요에 초점을 맞춰 공급을 이어가고 있다. 부평, 미추홀 등처럼 '몰'급으로 상가를 구축하는 경우는 드물다.

계양구 작전역 한 단지 상가는 지난해 2월 준공해 24개 점포 중 23개를 채웠다. 서울2호선, GTX가 논의되는 복합환승센터 건립이 예정된 작전역 초역세권에다 2300여세대 몸집과 비교하면 상가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요즘 인천 내 1000세대급에서도 몰 형태의 상가를 짓기도 하는데, 여기는 적절한 공급량으로 만 2년도 되기 전에 상가를 안정화시켰다.

근처 2020년 준공 한 단지 상가도 폐업 때문에 나간 것을 제외하면 1~2층 20여개 상가를 거의 다 채웠다.

2020년 준공 브라운스톤계양스카이, 계양산파크트루엘아파트나 2025년 준공 계산동도센트리움골든베이처럼 500세대 아래 단지들은 상가를 따로 두지 않는 사례도 계양구 특징 중 하나다.

부평 역시 1~2년 새에 상가를 안정권에 올려둔 단지들이 분명 존재한다. 계양처럼 입주민 중심 공급량으로 무리하지 않고 적정선을 찾아간 케이스들이다. 동시에 수십여개 '상가존'을 만들어 놓고 '완판'만 주야장천 기다리는 곳들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동수역 모 단지는 60여개 상가에서 절반 가까이 빈 곳이다. 지은 지 5년에 이를 동안 50%에 육박하는 공실률을 유지 중인 부평 내 A 단지, 부평 내 B 단지도 동수역 모 단지와 마찬가지로 수십여개 상가를 보유했다.

결국, 인천지역 2020년 준공 단지 상가를 돌아본 결과는 명확했다. 신도시와 원도심을 가리지 않고, 세대수나 일대 유입을 믿고 과다 공급한 곳일수록 공실은 장기화됐다. 적어도 준공 5년 이내 해결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부평이나 미추홀 등에서 2020년대 들어 자주 보이는 '몰'급 아파트 상가는 주변 재개발·재건축, 신설 철도 등이 계획대로 성사되기 전에는 '완판'이 쉽지 않아 보였다. 애초에 건설사에서 부근 인프라 완성을 기초로 상권 공급을 계산한 거라면 장기 공실을 깔고 시작했다는 뜻이 된다. 송도국제도시 '몰'급 단지 일부 상가엔 '2개월 리스 프리' 팻말들이 붙기 시작했다. 검단과 영종에선 공실 상가 길 건너에 새로운 단지 상가들이 문을 열고 있다.

신축 집값은 치솟아도 상가는 미분양과 미입주 상태에 방치된 채, 같은 단지 안에서도 극과 극의 풍경이 펼쳐졌다.

“세대수와 입지만 믿고 과잉 공급된 상가들은 5년이 지나도 완벽한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이번 기획 3편의 주장. 1편과 2편에서 설명한 신축의 공실이 왜 위험한지를 뒷받침하는 결말이다. 상가가 공실로 제 기능에 다다르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상인과 입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인천 소상공인의 집합체, 과거 전통시장에서 아파트 상가로

정육점, 분식집, 각종 무인 가게, 소규모 카페, 국밥집, 채소가게...인천 아파트 단지 임장을 통해 확인한 상가들 업종은 꼭 현대판 전통시장 같았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빕스, 애슐리처럼 대형 프랜차이즈가 주목하지 않는 이곳은 소상공인들이 꾸려 일구는 전통시장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물론 새 건물이라 더 쾌적하고 세련되긴 했어도 점포들 업종이나 크기가 흡사한 구조였다.

전통시장은 오래도록 가로로 펼쳐진 주거 환경의 중심이었다. 골목과 골목을 잇는 길 위에서 소상공인들의 가게가 모여 시장을 이뤘다. 집과 가게가 맞닿아 있던 생활 구조 속에서 전통시장은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생활 기반이었다.

신축 고층 아파트 시대는 주거의 방향을 세로로 전환했다. 주거가 층층이 쌓이는 대신, 생활 편의는 단지의 정문 앞에 집약됐다.

특히 단지와 단지가 연결돼 상업지역이 주거지에서 멀어지는 신도시와 재개발·재건축 여건에서 단지 상가는 전통시장, 먹자골목 등을 대체하고 있다.

“과거 전통시장을 지역 공동체의 핵심으로 중요하게 여겼던 것처럼, 오늘날 아파트 단지 상가 역시 소상공인과 입주민들의 생활 기반으로서 세심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빈터뷰> 기획을 관통하는 몇 가지 주장 중 하나인 이유다.

인천지역 전통시장을 지켜내기 위해 정책적 지원과 행정적 관리가 집중됐듯, 아파트 단지 상가도 같은 선상에서 바라봐야 한다.

실제로 서울 내 진행한 임장에선 공실은 어느 정도 있더라도 상권의 활기와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빈터뷰> 4편은 같은 공실이라도 거미줄처럼 얽힌 유동 인구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서울 단지 상가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인천이 왜 더 심각한 공실 문제에 빠져 있는지, 그리고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하는지 한층 더 분명히 안내할 생각이다.

/글·사진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빈터뷰-아파트 상가 임장기] 3. 5년 전 신축도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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