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복숭아축제 무대서 택견 공연 선보여

사라져가는 전통 무예 택견을 지키는 한 사람이 있다. 정계훈(59)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제76호 택견 국가이수자이자, 이천 장호원 키즈아이 택견 인성 교육관 관장이다. 그는 20년째 장호원복숭아축제 무대에 서서 택견을 알리고 있다. 지역 대표 축제의 변화를 지켜보며, 꾸준히 한자리를 지켜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택견을 통해 지역 공동체가 이어지는 힘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택견은 서로를 이기기보다 함께 어울리는 무예다”며 “요즘처럼 개인 중심 사회에서 이런 가치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무대에서 스스로 움직이고 인사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걸 보면 전통이 단지 옛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교육이 된다는 걸 느낀다”며 “장호원이라는 지역이 그런 교육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소신을 지닌 정 관장은 해마다 복숭아축제 무대에서 아이들과 함께 택견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제자들이 긴장한 얼굴로 무대에 오르고, 관객의 박수가 터져 나올 때마다 그는 같은 감동을 느낀다.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전통을 계승하고, 지역민과 하나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는 “복숭아축제는 장호원의 얼굴과도 같은 행사다”며 “아이들과 함께 택견을 선보일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그의 활동은 한 해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 평소 교육관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택견 수업을 진행한다. 몸을 부딪히는 훈련보다 인사와 절, 예의를 먼저 가르친다.
그는 택견을 ‘몸의 기술’이 아닌 ‘사람의 도리’를 배우는 교육으로 본다. 택견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 고유의 전통 무예다. 힘겨루기보다 예의와 협동, 공동체 정신을 강조한다.
정 관장은 이 정신이 현 사회에서 여전히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들이 택견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법을 배운다”며 “이게 곧 인성교육이다”고 했다.
그가 해마다 제자들과 무대를 선보이는 장호원복숭아축제는 올해로 29회를 맞았다. 9만7000명이 다녀간 지역의 대표 축제가 됐다.
그는 전통문화 계승뿐 아니라 청소년 교육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무대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어린 세대가 지역과 문화를 잇는 통로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학생들은 직접 무대에 서며 자신감을 얻고,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키운다.
정계훈 관장은 “지역에서 시작된 작은 무대지만 전통의 씨앗이 자라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장호원을 중심으로 택견을 알리고, 아이들과 함께 전통문화를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