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정치 인생 마무리
지난 선거 때 이미 마지막이라 밝혀 약속 지키는 것
정 시장 “평택의 한 시민으로 평생 응원하고 지지하며 함께할 것”

평택지역에서 정장선 평택시장의 3선 도전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돌연 정 시장은 이번 임기를 끝으로 모든 임기직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현직 전국 자치단체장 가운데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한 단체장은 정 시장이 최초다. 한발 앞서 불출마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런만큼 그의 말에는 무게가 있으며, 그의 생각은 깊이가 있다고 하겠다. 새로운 리더십이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기대하며 남은 시간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한다.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해 살아온 30년 정치인생을 되돌아보는 그의 이야기에는 후배 정치인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천일보는 정 시장을 만나 불출마 선언 배경과 향후 거취, 그동안 정치 인생의 주요 성과와 의미,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 기자회견을 통해 불출마 선언을 했다. 어떤 결심을 내리신 건지 간략한 설명 부탁드린다.
- 이번 임기를 끝으로 정치 활동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시장뿐 아니라 국회의원, 도지사 등 어떠한 공직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정치 활동을 30년쯤 이어오면 자연스럽게 마침표를 찍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점을 시민들께 말씀드린 바 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 임기 중에 ‘향후 거취를 고민해 보겠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평택시장 3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심경에 변화가 많았던 것인가.
- ‘거취를 고민해 보겠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안정적인 시정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민선 8기 초반에 수많은 고발과 감사원 감사가 이어지면서 행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시민들께 혼란을 드리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시정을 이끌어가기 위해 그렇게 표현한 것뿐이다.
그러나 불출마라는 결정은 이미 지난 지방선거 전에 내렸고, 그 의지는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다.

▲ 이번 기자회견에서 지난 30년의 정치 인생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그중 초선 국회의원 때 ‘평택항 살리기’를 첫 번째 정치 행보라고 소개했다. 어떤 의미인지?
- 평택항은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였다. 평택항 개발이 곧 지역의 미래와 연결된다고 판단했고 정말 열심히 평택항 개발을 위해 뛰었다. 하지만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됐을 때 평택항 개발이 IMF 여파로 중단돼 있었다.
이때부터 중앙부처 공무원, 여당 대표,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만나며 평택항 개발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결국 정부 재정 투자산업으로 당시 15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6·7·8번 부두의 개발이 이뤄졌다.
오늘날의 컨테이너 부두다. 정부가 평택항 개발에 직접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민간 투자도 이어져 지금의 평택항이 완성될 수 있었다.
열심히 뛰어다닌 발걸음이 지역 개발로 이어져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을 느꼈고 그 이후의 정치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었다.
▲ 정말로 그 이후에도 발로 뛰는 국회의원이었다. 평택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지금 평택의 성장을 초석을 가꾸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여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평택지원특별법’인데⋯.
- 2000년대 초반 주한미군의 통합 이전은 당시 국가정책이었고, 평택으로서는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당시 평택지역 국회의원으로서 미군 이전이 지역 성장과 연결돼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의 우려대로 군사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이러한 생각 끝에 ‘평택지원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을 통해 약 18조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금을 확보했고, 도시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수도권 규제도 풀어냈다.
산업단지 용량도 확보했는데, 애초 국토부에서는 20만 평만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끈질긴 설득 끝에 430만 평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이 땅에 삼성전자를 유치하고 브레인시티와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평택은 본격적인 산업도시로 성장하게 됐다.

▲ 국회의원 때 평택의 SOC 사업이 대거 추진되기도 했다.
- 고덕국제신도시가 평택지원특별법 제정 이후 추진됐고 특별법에 따른 국가재정 투입으로 국제대교, 평택호 횡단도로, 평택~안중 철도를 비롯한 각종 교통망이 마련될 수 있었다.
또한, 평택아트센터, 국제교류센터, 서부복지타운, 오썸플렉스도 특별법이 없었다면 조성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외에도 평택지제역, 동부고속도로 계획 등이 국회의원 당시부터 추진된 대표적인 SOC 사업이다.
이러한 기반 덕분에 평택은 현재 경제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혼인율과 출산율이 가장 높은 젊은 도시로 자리 잡게 됐다.
▲ 국회의원 3선을 역임한 뒤 평택시장으로 출마했다. 기초지자체장으로 출마한다는 이야기에 정치권에서도 술렁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왜 평택시장에 도전하게 된 것인가.
- 국회의원 3선을 마친 뒤 평택시장에 출마한 이유는 국회에서 다져놓은 기반을 토대로 평택 발전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평택지원특별법 제정, 산업단지 확장,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기업 유치, 교통·SOC 사업 추진 등으로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으나 평택은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중앙정치에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평택을 미래 특화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사명감으로 시장에 도전하게 됐고, 민선 7·8기 평택시장에 당선됐다.

▲ 시장 재임 기간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 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평택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국회의원 시절 다져놓은 기반 위에서 평택을 단순한 산업도시가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특화도시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눈앞의 성과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고 추진한 일이 많았다. 도시 녹색화 산업, 반도체 생태계 구축, 수소 경제 도입, 미래자동차 산업 육성, AI 도입이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무모하다는 의견도 많았고 기초자치단체의 과업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우려 섞인 목소리에도 그 일들을 추진했고, 지금은 서서히 결과물이 나타나고 있다.
▲ 이외에도 평택시장으로 진행한 사업들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린다.
- 평택을 더욱 자랑스러운 도시,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사업들을 쉼 없이 이어왔다.
서부지역 개발, 카이스트와 국제학교 설립, 아주대병원 건립, 평택역 일대 정비, 평택지제역 개발, 신청사‧도서관‧박물관 건설, 평택호를 비롯한 친수공간 개발 등등. 많은 시민이 기다리는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개발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여러 행정적인 노력으로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차곡차곡 맺어갈 이들 사업의 결실은 평택의 위대한 자산이자 자랑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사업들이 있어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 아직 완성하지 못한 사업들이 있어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많다. 3선에 도전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평택 발전의 기틀을 닦았다는 점에서 제 소임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직접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새로운 세대가 평택의 발전을 이어가는 것 또한 큰 의미가 있다.

▲ 불출마 선언 시점이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평택시장 임기가 아직 9개월가량 남아서 너무 이른 시점에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는 이야기도 있다. ‘레임덕’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 만나는 사람마다 제 거취를 묻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 시민과 차기 시장 도전자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고,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3선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해서 공직자들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 이번 결정을 가족들과도 충분히 상의했나.
- 가족들과 충분히 논의했다. 특히 아내는 적극적으로 찬성하며 앞으로의 일상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아들들도 따뜻하게 응원해 주었다. 정치 활동으로 바쁜 나머지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늘 이해와 지지를 보내준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
▲ 불출마 결정에 외부 압력이나 정치적 요인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 전혀 아니다. 이번 결정은 이미 지난 지방선거 전에 내린 것으로 불출마는 오래전부터 계획해 온 순수한 제 의지다.
▲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을 시민들께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비록 정치의 길에서는 물러나지만 평택의 한 시민으로서 평생 응원하고 지지하며 함께할 것이다. 제가 물러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오히려 평택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시작이 되리라 믿는다. 새로운 리더십이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기대하며 남은 시간 임무에 충실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시민들과 공직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
- 무엇보다 먼저 시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그동안 저를 믿고 지지해 주셨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또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헌신해 준 평택시 공무원들께도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 임기 끝까지 함께 힘을 모아 주시고 앞으로도 시민을 최우선에 두고 일하는 공직자의 자세를 지켜주시기를 바란다.
/평택=오원석 기자 wonsheok5@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