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송도유원지

웬 iH-싸이칸개발 합의…무기가 된 증자 요구
인천도시공사(iH)가 지난달 20일 뜬금없이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옛 송도유원지(25만4403㎡)의 실소유주인 ㈜싸이칸개발과 관계사인 ㈜씨앤케이건설 등과 주식에 대한 주주 간 합의서를 체결했다는 내용이었다.
iH는 옛 송도유원지 운영 법인인 옛 인천도시관광㈜(현 씨앤케이건설)의 지분 17.73%를 갖고 있다. 나머지 82.13%는 싸이칸개발이, 0.14%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싸이칸개발이 옛 송도유원지를 쥐락펴락하는 셈이다.
싸이칸개발은 합의서 체결 전 iH에 200억원 증자를 요구했다. 2016년의 수법을 그대로 가져다가 썼다. iH는 2012년 5월 9억2000만원, 2013년 1월에는 19억9000만원을 이미 유상 증자했던 터였다. 역시 만성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인천도시관광의 차입금과 운영비 몫이었다.
싸이칸개발이 주도하는 옛 인천도시관광 이사회는 그해 1월 5일 70억원 유상 증자를 결의하면서 iH를 압박했다. 차입금 50억원을 갚아야 하고, 부족한 운영 자금 20억원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iH는 인천도시관광의 지분 30.75%를 갖고 있어 21억5000만원을 내야 할 판이었다. iH 이사회가 증자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지분율이 17.73%로 떨어졌다.
이번에는 유원지에서 도시개발 사업 대상지로 바뀐 옛 송도유원지 개발하기 위해선 토지매입비 등 자금이 필요하다며 iH측에 증자를 다그쳤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송도유원지는 중밀도 주거단지와 호수공원 등 조성하기로 잠정 계획했다.
iH가 지분율대로 35억4600만원을 증자하려면 타당성 조사부터 행정안전부의 승인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최소한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일이다.
iH 이번에도 증자를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지분율 축소 없이 지금처럼 17.73%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싸이칸개발과 씨앤케이건설 등과 합의했다.
나중에 도시개발 사업이 이뤄졌을 때 지분율을 따져 현금이나 토지로 받기로 했다는 게 iH 측의 설명이다.
iH는 주주 간 합의서 체결을 분쟁이 아닌 합의를 통한 민·관 협업의 좋은 선례로 평가했다.
iH가 말하는 ‘좋은 선례’의 밑바탕에는 옛 송도유원지 도시개발사업이라 전제가 깔려있다.

“유원지 해제할 수 없다”
과연 그럴까. 옛 송도유원지 도시개발사업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싸이칸개발과 인천도시관광은 2017년 2월 인천시를 상대로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결정 해제입안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인천지방법원에 제기했다.
2011년 9월 문을 닫은 옛 송도유원지 터가 유원지 기능을 상실한 ‘장기 미집행시설’이어서 도시계획시설(유원지)을 해제하라는 것이다.
인천지법은 2018년 7월 5일 싸이칸개발과 인천도시관광의 청구를 기각 판결했다.
이미 유원지 시설로 실시계획 인가가 난 옛 송도유원지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아니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옛 송도유원지는 1970년 2월 9일 도시계획시설(유원지)로 결정하는 내용의 건설부 도시계획 변경(재정비) 고시가 있었다. 유원지 시설용지 일부 터는 2000년 5월 30일 실시계획 인가 고시로 유원지 조성사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표 참조>

싸이칸개발과 인천도시관광은 송도관광단지 지정 실효(2016년 10월)로 준공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원지 해제를 요구하며 항소와 상고를 했다. 하지만 역시 항소기각과 심리 불속행 판결로 패소했다.

“주변은 풀렸는데 왜 그곳만 묶지”
인천시의회는 2022년 12월 23일 송도유원지 도시개발과 관련해 인천시와 iH 등을 대상으로 행정 사무조사를 벌였다.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원회는 당시 옛 송도유원지(4블록) 주변 2블록(송도석산 주변 30만8330㎡)과 3블록(송도구역 도시개발사업 대상지 35만8595㎡)과 달리 옛 송도유원지(4블록)가 2040인천시도시기본계획에 시가화예정용지로 반영되지 않은 이유를 따졌다.
이때 정동석 전 도시계획국장은 옛 송도유원지는 2, 3블록과 달리 실시계획인가를 받은 터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 전 국장은 “지금 불법 자동차단지(중고차수출단지)로 쓰고 있지만 싸이칸홀딩스(싸이칸개발)는 그림 상으로 상당히 좋은 거로 관광단지를 만들겠다고 (흙을 쌓는) 성토도 하고 해서 일몰제 적용을 못 받아서 시가화 예정용지에서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싸이칸개발과 인천도시관광의 해수욕장 성토(매립) 과정에서도 탈이 났다.
수면 위에 물놀이 미끄럼틀까지 있던 멀쩡한 해수욕장을 아무런 얘기도 없이 메꾸자 주민들이 나서서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한 것이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직원 2명을 징계하라고 2014년 12월 iH에 요구했다.

이들이 성토 과정에서 시설 세부 설계도에 대한 인천시의 승인 없이 인천도시관광 측의 토사 반입을 통한 해수욕장 매립을 허용했다는 것이었다.
직원 2명은 2012년 6월 인천도시관광의 토사 반입 협의 요청을 받고, 따로 협의 절차 없이 이를 승인했다.
옛 송도유원지 안에는 실시계획 인가가 나서 옛 송도유원지 안에 해수욕장과 코끼리 공연장, 관람차 등 유원지 시설이 이미 들어선 상태였다.
공연장에서 쇼를 하던 코끼리도 골칫거리였다.
2003년 10월 11일 오전 코끼리 4마리가 공연장을 벗어나 1시간 30분 동안 시내를 돌아다니는 소동이 한바탕 벌어졌다.
사육사 14명이 코끼리 10마리를 데리고 수돗가에서 물을 먹이던 중 유원지에 놀러 온 여중생 20여 명이 “와”하고 소리를 지르자 4마리가 뛰쳐나간 것이다.
코끼리 2마리는 유원지에서 1㎞쯤 떨어진 청량산 중턱 호불사 뒤편 등산로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코끼리 관리를 소홀히 한 공연장 책임자를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즉결심판에 회부했다.

불법을 불법으로 덮은 터
해수욕장 매립은 또 다른 불법으로 이어졌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 중심에는 iH의 묵인이 있었다.
매립된 해수욕장 자리는 수출 중고차가 차지했다. 인천도시관광은 2013년 4월 영진공사와 프로카텍 땅을 세놓았고, 120여개 중고차수출업체가 들어 앉았다.
연수구는 수출 중고차 야적장에 설치된 불법 컨테이너 철거 절차에 들어갔다.
인천도시관광과 중고차수출업체 대표 등 임차인 130명은 2013년 7월 연수구청장을 상대로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가 업체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이들은 자진철거 쪽으로 연수구와 협상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2013년 4월 11만2200㎡에 대해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던 중고자동차 수출단지 임대사업은 23만여㎡로 넓어졌고 지금까지 성행하고 있다.
싸이칸개발과 인천도시관광은 지난 4월 수출중고차 야적장 월 임대료를 단지 3.3㎡당 9800원(2022년에는 8200원)에서 많게는 1만5000원으로 올렸다. 임대료의 5개월 치인 보증금도 3.3㎡당 4만9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임차인이 1200여 곳의 수출업체에 또다시 전대할 때 월 임대료는 3.3㎡당 1만3000원에서 2만원으로 치솟았다.
싸이칸개발 측은 “2022년 14억원, 2023년 4억원 등 누적 손실이 커서 임대료를 안 올릴 수 없는 형편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싸이칸개발 지주사인 싸이칸홀딩스가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자료에는 2022년 17억원, 2023년 34억원, 2024년 33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옛 송도유원지 도시개발 사업을 전제로 한 iH의 지분율 유지 합의는 법적 판단을 벗어난 특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모양새다.
/박정환 대기자 hi21@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