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미세먼지 특성 분석을 위한 통합적 분석 시스템 개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원인 규명
1급 발암물질 조성·혼합상태 파악
전구물질관리, 미세입자 대응핵심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 수도권 미세먼지연구·관리센터는 2025년 한해 쉼 없이 달려왔다. 서울·인천·경기 등지 수도권의 교통·산업·생활 부문 등 다양한 배출 특성을 분석하고 대기환경 개선 방향을 찾는데 온 힘을 다했다.이런 노력에 힘입어 센터는 수도권 대기환경 연구의 중심기관으로 우뚝 섰다. 2022년 문을 연 이래 센터는 연구와 교육, 세미나 등 대기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단위의 대기환경 관리 정책 수립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본보는 수도권 대기질 관리 고도화를 위한 인하대 산학협력단 수도권 미세먼지연구·관리센터의 올해 주요 연구성과를 싣는다.

[인하대 산학협력단 수도권 미세먼지연구·관리센터] ③ 올해의 주요 연구성과…전기준 교수 연구팀

전기준 교수 연구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원인 규명의 새로운 방향 제시

대기 중 극초미세입자, 특히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들은 미세먼지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여전히 가장 덜 이해된 영역에 속한다. 이들은 질량이 극히 작아 기존의 질량 측정 기반 분석법만으로는 실시간 거동이나 반응성을 정밀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반면 질량 대비 표면적비가 매우 높아 대기 중에서 다양한 물리·화학적 반응을 주도하며 고농도 미세먼지(Haze) 발생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반응 매개체로 기능한다.

대기 중 나노 크기 입자들은 질산·황산염 전구체, 다양한 유기화합물, 블랙카본 표면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빠르게 조성이 변화한다. 따라서 PM10·PM2.5와 같은 단일 질량 지표만으로는 어떤 크기 대의 어떤 화학종이 언제 생성되었는지, 고농도 시 어떤 반응 경로가 지배적인지 설명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대기 중 극미세입자 기반 반응을 이해하려면 크기와 조성을 함께 고려하는 정밀 분석이 필수적이다.

전기준 교수 연구팀은 극초미세입자의 크기별 수 농도와 화학 조성 정보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통합 분석기법을 개발했다. 전기식 저압 임팩터(ELPI+)를 이용해 극초미세입자의 크기별 수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포집된 시료에 라만분광법을 적용해 화학 조성을 동시에 규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 미세먼지 저농도 시기의 (a)야간, (b)주간과 고농도 시기의 (c) 야간, (d) 주간에 검출된 입자의 크기 분포 및 화학종별 분포. 회색은 블랙카본, 빨간색은 황산염, 파란색은 질산염 입자를 나타낸다. /그림제공= 전기준 교수 연구팀
▲ 미세먼지 저농도 시기의 (a)야간, (b)주간과 고농도 시기의 (c) 야간, (d) 주간에 검출된 입자의 크기 분포 및 화학종별 분포. 회색은 블랙카본, 빨간색은 황산염, 파란색은 질산염 입자를 나타낸다. /그림제공= 전기준 교수 연구팀

이를 통해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블랙카본(BC)의 조성과 특성, 혼합 상태를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시기와 일반적인 대기 조건에서의 극초미세입자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약 25nm 크기의 극초미세 블랙카본 입자는 주로 교통 배출원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약 130nm 크기에서는 질산염(NO3-)과 황산염(SO42-) 등 2차 무기 에어로졸이 입자 형성에 핵심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대습도가 높을 때는 기존 블랙카본 표면에서 화학반응이 촉진되면서 2차 무기 에어로졸이 생성되는 현상을 관측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낮 시간대에는 질산염 농도가 크게 증가하며 고도로 산화된 탄소 입자와 공존하는 특징을 관찰했다.

2차 무기 에어로졸이 탄소성 입자와 함께 존재할 경우 탄소 입자의 산화 상태가 감소하는 현상도 밝혀냈다. 고농도 미세먼지 형성과정에서 2차 에어로졸과 탄소성 입자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다. 극초미세입자에서의 화학적 상호작용이 대기질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새롭게 제시한 것이다.

지금까지 대기질 정책은 산업·교통 등 1차 배출원의 절대량 관리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실제 Haze 조건에서는 2차 무기 에어로졸 생성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질산염 중심의 낮 시간대 증가 특성은 질소산화물과 암모니아 전구물질의 관리가 국지적으로 발생한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 대응의 핵심임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도시 대기질 예측과 미세먼지 저감 정책 수립에서 1차 배출원만을 고려하는 기존 방식에서 더 나아가 질산염·황산염 등 2차 에어로졸의 생성 과정과 탄소성 입자와의 상호작용을 함께 고려한 보다 종합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통합 분석기법은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을 보다 정확히 진단해 실효성 있는 대응 및 저감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환 대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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