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미래형 자원순환
자연력 이용한 에너지 생산기지
시민이 사랑하고 찾는 치유 공간

▲ 취임 2년을 맞은 송병억 사장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역할과 수도권매립지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SL공사
▲ 취임 2년을 맞은 송병억 사장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역할과 수도권매립지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SL공사

그는 수도권매립지가 있는 인천 서구에서 나고 자랐다. 1990년대 초 매립지가 막 조성되기 시작할 무렵 반대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 그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 사장이 됐다. 그동안 사장 8명이 수도권매립지를 거쳐 갔지만, 그 말고는 지역 출신 인사가 없었다. 사장 자리에 앉은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SL공사가 출범한 지도 25년이나 지났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미래형 자원순환, 자연의 힘을 빌린 에너지 생산기지, 시민이 사랑하는 치유 공간.’ 송병억 사장이 그리는 수도권매립지이다. 지역사회의 신뢰와 주민의 협력이 없으면 언감생심, 안 될 일이다. 송 사장이 주민들과 끊임없이 만나고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이유다.

▲ 드림파크 야생화 단지. /인천일보DB
▲ 드림파크 야생화 단지. /인천일보DB

보람은 곁에 가까이 있는 공간

“수도권매립지가 시민들에게 한층 더 가까운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난 2년간 공사를 이끈 송 사장이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꼽는 것 중 하나다.

과거 연탄재 야적장은 드림파크 야생화단지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54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 지역주민들과 20년 넘게 가꿔온 끝에 맺은 영근 열매였다.

봄·가을 꽃축제는 지역주민이 고대하는 행사로 컸다. 송 사장은 취임 이후 처음 벚꽃축제를 시작했다.

공사는 드림파크 CC를 비롯해 수영장과 야구장을 싼값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실내·외 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 서울·경기·인천 등 3개 시도 폐기물을 받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통합계량대. /인천일보DB
▲ 서울·경기·인천 등 3개 시도 폐기물을 받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통합계량대. /인천일보DB

소용돌이 속 위기와 기회

폐기물 반입 환경변화의 소용돌이는 송 사장의 고민거리다.

“최근 폐기물 반입량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예정된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제도까지 더해집니다.”

서울·경기·인천 등 3개 시·도 반입 폐기물량은 2024년 107만1548t으로 2022년 176만5990t에 비해 39.3%나 급감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52만8568t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3만6876t보다 17% 감소했다.

공사수입 기반이자 주민지원기금의 종잣돈인 반입수수료는 2024년 1081억7604만원으로 2022년 1715억8694만원보다 36.7%나 뚝 떨어졌다.

2025년 들어 7월까지 반입수수료는 536억3391만원으로 2024년 같은 기간 641억1993만원보다 16.3% 줄었다.

“공사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임직원 모두 지금의 어려움을 ‘국가 자원순환 전문기관’이라는 이름으로 극복해 나가겠습니다.” 송 사장은 폐기물 자원화와 재생에너지 생산 등 공사만이 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에 바쁘다.

▲ 수도권매립지 1공구에 조성된 드림파크 골프장. /인천일보DB
▲ 수도권매립지 1공구에 조성된 드림파크 골프장. /인천일보DB

주민과의 신뢰 가장 중요 

“수도권매립지의 지속가능한 운영은 공사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신뢰와 협력이 있어야 풀 수 있는 일입니다.”

송 사장은 주민들을 부단히 만나고 있다. 공사 운영위원이나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 회장단 등 지역 주민대표들과 함께 상생 워크숍을 열고 현안과 비전을 공유해 오고 있다.

“매립지 안에는 골프장과 수영장, 축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등 각종 체육시설이 가동 중입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72홀 파크 골프장도 문을 엽니다.”

송 사장은 이런 문화체육시설을 고리로 일자리와 수익 창출을 어떻게 일궈낼지를 놓고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공사는 녹색숲 조성사업으로 주민 일자리 마련해 오고 있다.

“대체매립지가 어디로 정해지든 SL공사의 폐기물처리 전문성과 운영 노하우는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송 사장이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를 바라보는 눈이다. 공사가 중심이 되어 새 매립시설의 안정적인 설치와 운영을 공사가 맡게 된다면 수도권 시민의 신뢰와 안정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 생활폐기물 매립 현장. /인천일보DB
▲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 생활폐기물 매립 현장. /인천일보DB

 ‘긍정’으로 변한 쓰레기장 인식

“일본은 어린 아이들부터 소각장 등 폐기물처리시설을 견학시켜 ‘환경기초시설이 꼭 필요한 시설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주민지원 혜택도 있겠지만, 그 덕에 주택지 인근에 소각장이 들어서는 사례도 많고 지역 명소로 자리 잡기도 합니다.”

송 사장은 악취 등 오염원 차단 시설의 문을 열었다. 정보도 할 수 있는 만큼 다 공개한다. 폐기물 배출부터 자원화, 최종 처리까지 전 과정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과 믿음을 쌓기 위해서다. 학생부터 매립지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게 송 사장의 설명이다.

“공사가 그간 매립과 함께 추진해 온 폐기물 자원화 사업과 이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 중립 가속화 정책에 맞닿아 있습니다.”

공사는 2007년부터 매립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 오고 있다. 음식물 폐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 가스는 하수 찌꺼기를  고형연료를 만드는 열원으로 쓰고 있다.

송 사장은 자원순환과 자연력을 토대로 에너지 생산기지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 수도권매립지 안 폐자원에너지 타운. /인천일보DB
▲ 수도권매립지 안 폐자원에너지 타운. /인천일보DB

SL공사 사명은 탄소중립

“매립 가스(메탄)를 이용한 수소 생산 등 미래형 신기술 개발 실증연구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공사는 몽골·방글라데시·말레이시아 등 해외 매립지에서 국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대상국과 사업지를 더 넓혀 나갈 계획이다.

“지금은 환경법안 심사소위원회에 올라간 상태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국회에서 SL공사법 개정이 발의됐습니다. 매립지가 ‘온실가스 감축을 주도하는 자원순환의 거점’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맞이한 것입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소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사법 개정안은 공사명칭을 ‘수도권자원순환공사‘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탄소 감축 사업과 해외 폐기물 자원순환사업 등 공사의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강화한다는 의미가 깔려있다.

▲ SL공사는 2004년 10월 제1회 드림파크 국화축제를 시작으로 주민과 화합무대를 열고 있다. / 인천일보 DB
▲ SL공사는 2004년 10월 제1회 드림파크 국화축제를 시작으로 주민과 화합무대를 열고 있다. / 인천일보 DB

“상생 공존의 공간 만들 터”

“지역과의 상생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매립지를 지역주민과 상생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이 소신을 끝까지 지켜나가겠다는 송 사장의 의지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매립’이라는 공사의 기능과 역할을 뛰어넘겠다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다. 그, 계획은 계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직접 보고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성과다. 자연력을 이용한 그린 수소 생산기지, 음식물 폐수를 활용한 바이오 가스, 하수 찌꺼기의 연료화 등 자원순환과 탄소 중립이다. 여기서 얻은 이익은 주민과 공유한다는 게 송 사장의 신념이다.

“수도권매립지가 시민들의 진정한 ‘행복시설’로 완성될 수 있도록 공사 임직원 모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인터뷰 끝 녘 송 사장이 남긴 마지막 말이다.

/박정환 대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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