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00원대 '전망'
부품 수입금액, 수출액 웃돌아
연초 대비 10~20% 손실 체감
환리스크 속수무책…업계 비상

“이윤이 2~3% 나는 게 보통인데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면 1%대로 진입할 거 같다. 우리도 물건을 만들어 팔려면 원자재를 수입할 수밖에 없으니까… 미국과 관세 협상이 그나마 15% 수준으로 마무리돼 이제야 적응할 만했는데 또 고환율이 문제다.”
인천 남동구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A씨가 전한 요즘 인천 중소 제조업의 환리스크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중소 제조업계는 사실상 비상 상황에 놓였다.
상반기엔 관세, 하반기엔 환율이 겹치며 비용 구조가 올해 내내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12일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인천지역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 부품(HS 8708)은 올해 9월까지 수입금액이 8억8750만달러로 수출금액(7억6852만달러)을 1억달러 이상 앞서 있다.
부품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돈다는 것은 인천 자동차 부품산업이 상당 부분 '수입 부품 가공·조립'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완성차 시장이든 부품 시장이든 환율 상승 시 '해외 부품 수입 비용 급증→국내 조립·가공 비용 증가→수출 경쟁력 약화'라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서구 한 화장품 제조업체 관계자 역시 “화장품에서 쓰이는 원료나 기능성 원료들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미디어에서 'K-뷰티'로 수출 날개를 달았다고 해도 실제론 이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원자재를 수입해 내수 시장에 공급하는 기업들은 환율 급등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여름만 해도 1300원대였던 환율이 이번 주 1460원을 넘어서면서 적잖은 기업이 연초 계획 대비 10~20% 손실을 체감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그럼에도 다수의 중소기업은 단가 조정이나 대금 결제일 조정 같은 간접 대응에 그치고 있다. 선물환, 옵션, 보험 등 환헤지 수단을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지역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고환율 때마다 수출 바우처 확대 같은 정책 지원 논의가 반복되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준의 시스템은 아직 부족하다”며 “대기업은 환리스크를 분산시킬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사전에 대응할 인력과 정보가 부족하다. 지원은 바로 그 격차를 줄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