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이고 섬세한 언어로 인생과 자연 바라보는 시적 취향”

“새벽 하늘 동트는 고뇌와 희열은 꿈속에 침잠하며 하루하루가 세월에 쌓여가네요./···<중략>···/ 문득 산정에 서서 걸어온 길 돌아보니 그 세월 아득한데 용케도 여기까지 왔네요.”
<사계의 향연>이라는 제목으로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어 계절의 정취와 감정을 녹여낸 시 120편을 엮어 처녀작 시집을 선보인 군포시청 소속 별정직 공무원 김종두(62) 시인. 그는 대표작 ‘여기까지 왔네요’라는 시제를 붙여 ‘가을’ 편에 이렇게 노래했다.
‘힘들고 괴로워도 슬기롭게 견디며 이겨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원하는 삶의 정점에 서 있을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희망을 담아냈다. 대부분 시의 색채에서 무덤덤하게 인생을 받아들이는 삶에 대한 수용적 태도가 읽힌다.
늦깎이이자 새내기 무명 시인인 그는 지난해 6월 종합문예지 <문학공간>을 통해 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자로 등단했다.
데뷔 2년 차 초보 시인은 말했다. “시적 감성과 독특한 서사 구조, 그리고 표현 방식에서 느껴지는 깊은 울림과 차별성으로 독자가 그 속에서 감정의 흐름과 인생 여정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특히 자신만의 감성으로 섬세한 언어를 사용하고, 인생과 자연, 인간 내면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이 남다르다는 점과 서사적인 면에서는 한 편 한 편이 마치 작은 이야기처럼 전개된다는 시적 취향을 소개했다.
현재 군포시장 수행비서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전북 완주가 고향으로 원광대 법학과를 나와 동국대 MBA 석사를 졸업했으며 ROTC 예비역 소령 출신이다. 군포희망포럼 사무국장과 군포시 민간기업유치위원회 위원 등 지역 사회에서 공동체 활동을 이어왔다.
학창 시절 김소월·서정주·박인환 시인 등의 시를 읽고 암송하면서 시인에 대한 동경심으로 꿈을 키웠다. 그는 지난해 ‘곰배령’ 등 5편의 시로 등단과 함께 시인으로서 이름을 처음 알렸다. 그의 옥고에는 어두운 글보다는 밝고 쉬운 글을 쓰려고 고심했던 흔적이 묻어난다. 소재와 이미지의 친근한 일상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읽히는 시라는 심사평이다. 자연과의 교감에서 삶의 일반성을 이끌어 내 성찰의 가치를 발견하고자 했다.

언제 시상이 떠오르냐는 질문에 김 시인은 답했다. “이른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시상이 떠오를 때가 많다. 감정을 재빠르게 핸드폰 S노트에 적어 놓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시상은 마치 마법 같아서 날아가 버린다. 이제는 습관이 됐다.”
김 시인은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주저 없이 <겨울> 편에 수록된 ‘손주를 기다리며’를 꼽았다.
시에 얽힌 사연은 이렇다. “큰 아들이 결혼한 지 10여 년이 다 되도록 아이 낳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직장 동료에게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를 쓰는 나에게 직장 동료가 건네준 시제를 적은 쪽지를 들고 3일 동안 고민하다 손주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시를 썼다. 지난 5월 어버이날에 아들과 며느리로부터 임신 소식을 듣고 눈물을 훔쳤다. 시가 마법을 부린 것처럼 나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큰아이 내외와 동료 직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는 이어 “인생의 추억과 감정을 담아낸 시를 통해 누군가에게 용기와 따뜻함을 전하며 대중과 호흡하는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그는 독자에게는 치매 예방의 한 방법으로 독서를 권한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독서에 관심이 다소 높아졌으나 문명의 이기를 쫓아 시를 멀리하는 이른바 ‘문학의 흉년 시대’에 더 많은 시 읽기를 권장한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군포=글·사진 전남식 기자 nschon@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