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산단 주문량 급감…매출 뚝
제조업 부진…재고 수북이 쌓여
인근 식당도 발길 끊겨 '한숨'
전문가 “구조적 위축 본격화”
뿌리기업 “인력·설비 지원 절실”

남동국가산업단지 한복판에 자리한 20년 된 작업복 매장. 이곳 사장님인 A씨는 “방염 작업복 주문이 거의 사라졌다”고 걱정했다. “신입 직원이 들어오면 열 벌씩 단체 주문이 들어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그런 주문이 거의 없다. 사람을 새로 뽑지 않으니 작업복을 사러 오는 손님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방염 작업복은 용접·절단·금속 가공처럼 불티가 튀는 공정에서 필요한 보호복이다. 이 품목 주문 감소는 곧 그런 공정 자체가 줄고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공장 가동이 축소되고 일감이 끊기는 흐름이 작업복 매장 매출로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이다.
남동국가산단에서 30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원래 12시 반쯤 되면 테이블 회전이 두 번은 돼야 정상인데, 요즘은 한 턴도 안 돈다”고 근심을 드러냈다.
B씨는 “어떤 업체에선 단골 직원들이 아예 보이지 않길래 답답한 마음에 물어보면 야간조를 줄였다거나 임시직을 정리했다는 말만 들린다”고 설명했다.
인천 제조업 구조적 위축은 통계보다 먼저 현장에서 감지된다. 발주가 줄고 공장 가동이 멈추는 흐름은 사람의 움직임을 가장 먼저 바꿨다.
가장 큰 손님이었던 신규 채용이 사라지면서 작업복 매장 매출은 반 토막 났고, 용접·절단 등 불티가 튀는 공정에서 많이 쓰이던 방염 작업복은 '일감 있을 때 더 팔리는' 품목에서 이제는 '재고만 쌓이는' 상품으로 바뀌었다.
작업복과 식당처럼 사람의 흐름으로 먼저 드러나는 변화는, 제조업 구조의 깊은 문제를 예고하는 신호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인력난과 원가 상승, 자동화 투자 지연 등 '구조적 위축'이 이미 본격화됐다고 진단한다.
이영규 한국표면처리기술협회 이사장은 건설 경기 악화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 이사장은 “건설 자재와 건물에 표면처리가 많이 들어간다. 건설 경기가 거의 멈추다시피 하면서 관련 일감이 줄었다. 업계 분위기는 정말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가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필요한 부품 수가 줄어든 것도 영향이 크다. 기존 내연기관 대비 전기차는 부품 수가 적기 때문에 부품이 1000개 들어가던 게 100개로 줄었다”고 전했다.
인천테크노파크 뿌리산업일자리센터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은 계속 늘고, 생산직 고령화까지 겹쳐 결국 남는 해법이 자동화지만, 자금 부담 때문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기업이 많다”며 “현장에서 가장 시급하다고 보는 건 인력 확보와 자동화 투자다. 생산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설비 투자가 필요한데 자금 조달이 쉽지 않고, 인력은 고령화로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정부가 제조업 기반을 지킬 수 있도록 인력·설비 지원을 강화해 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원진·박예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