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유물 또는 예술품, 그 밖에 학술 자료를 수집하거나 보존해 전시하는 공간을 두고 흔히 '박물관'이라 부른다. 역사박물관, 과학박물관, 민속박물관 등 수집 종류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 그러나 이 공간들이 가지는 목적이나 의미는 동일하다. 이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위해 과거 우리 선조들이 남긴 '지혜'를 답습하고 보존해 나가는 것.
'경기에코뮤지엄'의 목적도 그랬다. 역사가 남겨 둔 소중한 보물들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문화 건, 생태 건, 경기에코뮤지엄이 생겨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의 박물관들과 달리 경기에코뮤지엄엔 '지붕'이 없다. 경기도 전체를 덮고 있는 하늘이야말로 경기에코뮤지엄의 지붕이라 할 수 있겠다. 하늘 아래 남겨진 위대한 우리의 유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는 반드시 이것들을 지켜내야만 했다.
인천일보가 지난 9월16일부터 12월19일까지 13회에 걸쳐 연재한 '경기에코뮤지엄, 평화를 담다'가 14회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취지는 분명했다. 지난해 '경기만소금길, 생명을 담다' 연재를 통해 자연 생태의 위대함, 경기만의 천 년 역사를 담았다면 올해 '경기에코뮤지엄, 평화를 담다'에서는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에서 천혜의 자원 DMZ를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가 가진 특별함을 전달하고자 했다.
여기에 20세기 한반도와 동아시아 냉전의 역사를 간직한 이 땅에서 작더라도 평화의 싹이 터지길 기원했다. 분단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경기도였기에 기자가 걸은 경기도는 여전히 여기저기 흩어진 파편들로 다시 한 번 치욕스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각인시켜 주고 있었다.
경기도 하늘 지붕 아래 그 어디 눈을 돌려도 모두가 '작품'인 이곳에 '생명'과 '평화'가 자라나고 있다. 경기에코뮤지엄에선 생태, 역사, 문화, 인물, 전쟁유산, 지역공동체를 전시하고 있다. 입장료는 없다. 전시 관람을 위해선 우리 지역, 우리 역사,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입장료를 대신해 받고 있을 뿐이다.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실 이성준 선임 인터뷰
“'평화를 담다' 기획, 도민 에코뮤지엄 이해에 도움…내년 '한강'키워드로 영역 확장”
경기에코뮤지엄의 시작은 충청남도 태안반도와 황해도 옹진반도 사이, 해안선 따라 약 528㎞ 구간으로 형성된 '경기만'이었다. 경기에코뮤지엄은 2017년 경기만의 가치가 조명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 4년간 생태계의 보고 DMZ와 민족의 젖줄인 한강수계 영역으로까지 확대를 모색했다.
그 결과 경기에코뮤지엄은 국내 에코뮤지엄 활성화에 기폭제가 돼 왔고 잊힌 지역문화유산을 발굴하거나 공동체 회복이라는 결실을 보게 됐다.
에코뮤지엄 중심에 선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실 이성준 선임을 만나 경기에코뮤지엄의 청사진을 물었다.
▲'경기에코뮤지엄, 평화를 담다'가 지난 9월16일 연재를 시작으로 모두 마치게 됐다.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그동안 경기에코뮤지엄 거점 공간을 중심으로 경기에코뮤지엄을 설명해왔지만, 사실 에코뮤지엄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고, 늘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는 개념이다. 이런 관점에서 올해 연재는 경기도의 생활·생태·역사 문화유산들을 아울러 소개해주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경기도민들께서 에코뮤지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동안 경기문화재단에서 추진한 경기에코뮤지엄 사업들이 어떤 성과를 거뒀나.
-2016년부터 경기 서부 권역인 경기만 지역(안산, 화성, 시흥)을 대상으로 시작된 경기에코뮤지엄은 2021년 경기북부, 동부권역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기에코뮤지엄 거점 공간 22곳, 인증제 참여단체 18개 등 30여 개의 단체를 비롯해 다양한 마을 커뮤니티, 활동가들과 연대하면서 함께 에코뮤지엄을 만들어가고 있다.
▲경기에코뮤지엄이 아직 생소한 도민들이 많다. 경기에코뮤지엄이 가진 매력과 경기에코뮤지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
-경기에코뮤지엄은 경기도민이 중심이 돼 진행되는 사업이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할 뿐, 사업내용과 진행은 도민 스스로가 중심이 돼 운영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단체들이 자생, 자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이 올해 처음으로 '경기에코뮤지엄 인증제'를 도입했다. 도입 취지는 무엇이고 어떤 성과를 보였나.
-2020년까지 경기에코뮤지엄의 주요 정책은 지역의 유휴공간을 에코뮤지엄의 거점공간으로 만들고, 그곳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에코뮤지엄 확산의 제한적 요인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많은 거점공간을 발굴하고 사업 영역을 확대해 공간과 사람 간 연계망을 구축하고 활성화하고자 경기에코뮤지엄 인증제를 도입하게 됐다.
올해 인증제 공모를 통해 11개 새로운 공간들이 인증을 받았고, 이 중 8개 공간이 인증제 공모 지원 사업을 운영했다. 에코뮤지엄을 해석하고 가꿔나가는 과정에 있어 대체로 처음 공간 인증에 대한 심사 때와 달리 점점 경기에코뮤지엄이라는 사업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인다.
▲경기문화재단 경기에코뮤지엄이 에코뮤지엄 활성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오고 있다. 나아갈 방향이나 목적은 무엇인지.
-2022년 경기에코뮤지엄은 경기 동부와 남부권역으로 확장을 계획 중이다. 특히 경기 동부지역을 '한강'이라는 키워드로 묶어 다양한 활동을 기획 중이며, 경기 남부권역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또 에코뮤지엄 단체들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현장 컨설팅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각각의 특색에 맞춰 다양한 문화상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에코뮤지엄 사업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에코뮤지엄 활동가와 단체들과의 연대를 추진해 국제적으로 경기도의 대표 문화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경기에코뮤지엄이 경기만 일대를 기준으로 경기 북부권을 비롯한 한강수계영역으로 점차 확대돼 가고 있다. 이제 막 발을 떼었다고 보이는데, 보다 시민 주도적인 활성화를 이끌기 위해 대안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경기도가 워낙 넓은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보니 단순히 지역을 묶어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권에 따라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 북부권역은 DMZ의 특수성과 결합해 생태와 분단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북부권역에는 연천, 동두천, 포천 지역에 다양한 거점 공간을 구축했고,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컨설팅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경기 동부권역은 한강이라는 생태자원을 중심으로 실험적인 사업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한강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자원에 대한 조사를 했고, 이것을 중심으로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경기에코뮤지엄 자랑을 한다면.
-경기에코뮤지엄은 경기도 각 지역의 다양한 역사·문화·생태자원을 그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는 도민이 중심이 돼 운영되는 것이 가장 큰 자랑이다. 더불어 제부도 아트파크, 궁평 오솔 등은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 중 하나인 Reddot, IF에서 큰 상도 받았다.
▲경기에코뮤지엄의 가치와 매력을 알아가기 위한 팁이 있다면.
-경기에코뮤지엄은 다양한 소통창구를 갖고 있다. 홈페이지(https://www.ecomuseum.kr)를 비롯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거점 공간에 대한 소개가 있다. 여기를 활용한다면 알찬 정보와 다양한 이벤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경기도민들께 전할 말이 있다면.
-경기에코뮤지엄은 경기 전역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문화와 예술로 경기에코뮤지엄을 가꾸어 나가는 발걸음에 많은 관심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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