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연천리버에코뮤지엄-자연의 시선
▲ 연천 궁신교 위로 물안개가 자욱히 져 있다.
▲연천 궁신교 위로 물안개가 자욱이 피어오르고 있다.

경기도 최북단, 연천이 '평화의 소리'로 지난날의 '총성 소리'를 지워가고 있다. 위로는 맑은 물이, 아래로는 비옥한 토지가 있는 하늘이 내린 땅. 오랜 끝에 자욱이 드리운 포탄 연기가 걷히고 숨죽이던 자연과 평화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20세기 한반도와 동아시아 냉전의 역사를 간직한 곳, 한반도 평화의 불씨가 되길 기원하며 '경기 북부 DMZ 에코뮤지엄' 그 네 번째 여정 '연천리버에코뮤지엄'을 멤버별로 안내한다.

멤버는 크게 자연 생태 자원과 인문자원으로 나누고 각각 ▲동물 ▲식물 ▲지형 ▲군사관련시설 ▲산업구조물 ▲도로 ▲항구 ▲유적 ▲관광·서비스시설 ▲지역축제 등으로 리스트를 구성하고 있다.

연천리버에코뮤지엄은 연천 지역의 자연생태자원과 인문자원으로 파악해 각 자원과 연결되는 지역을 에코뮤지엄의 한 공간으로 지정, 공간 지정이 가능한 자원을 '멤버'로 명하고 있다.

 

지형:한탄강

한탄강은 한반도 중서부를 가로지르는 길이 136㎞의 경기 지역 대표 강이다. 한탄강은 북한 지역인 강원도 평강군에서 발원해 철원군을 거쳐 연천군 전곡읍과 미산면 사이에서 임진강과 합류한다. 한탄강의 명칭은 큰 여울이라는 의미의 '한 여울'로 불려오다 이것이 한탄강으로 바꾸어 불리게 됐다고 한다. 후삼국시대 당시 후고구려의 궁예가 이 강 주변의 현무암을 보고 나라가 곧 망한다고 한탄해 한탄강이라고 불린다는 설도 있다.

한탄강은 약 54년~12만년 전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주상절리와 폭포가 곳곳에 발달해 있어 제주도와 함께 화산지대의 특성을 둘러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지형 특성 덕분에 한탄강 일대를 지질공원으로 지정하고 지난해 세계유네스코에도 등재됐다.

한탄강 지질공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질공원이며 발원지인 강원도 평강군부터 하류에 임진강 합수부까지를 포함한다. 현재 한탄강 관광지는 아름다운 지형과 경관으로 친환경적 가족 문화 휴양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형:차탄천

▲ 신생대 제4기에 분출한 현무암이 옛 한탄강을 따라 흐르다가 차탄천을 만나면서 역류해 굳어진 '차탄천 주상절리'에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다.
▲ 신생대 제4기에 분출한 현무암이 옛 한탄강을 따라 흐르다가 차탄천을 만나면서 역류해 굳어진 '차탄천 주상절리'에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다.

연천군 차탄리에 흐르는 지방 하천이다. 현재 4개의 행정리, 35개 반으로 이뤄져 있고 주변으로 군청, 경찰서 등 주요 행정 관청이 자리 잡고 있다. 길이는 36㎞로 강원도 철원군 독서당리에서 발원해 전곡읍에서 한탄강과 합류한다.

한탄강처럼 차탄천도 용암대지 위를 지나가기 때문에 하류 쪽에서는 개천변에 주상절리가 형성돼 한탄강 지질공원의 일부로 지정돼 있다. 이 일대에서는 멸종위기종인 황구렁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군사관련시설:차탄리 현충탑

▲ 6·25 연천전투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현충탑은 차탄리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 6·25 연천전투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현충탑은 차탄리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1950년 12월17일부터 1951년 3월15일까지 전투를 벌인 육군 제17연대의 공훈을 기리고, 당시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육군 제17연대 969위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현충탑이다. 탑의 높이는 12m, 4298㎡ 부지 위로 세워졌다.

현재 연천 출신 용사인 육군 중령 박영렬 외 76위와 해군, 경찰 등 83위의 영령을 모시고 있다. 연천군에서는 해마다 현충일에 현충탑 앞에서 추념 행사를 열고 있다.

 

군사관련시설:태풍전망대

태풍전망대는 북한과 가장 가까운 최전방 전망대다. 망향비 , 한국전쟁의 전적비, 6·25참전 소년전차병기념비가 세워져 있으며, 날씨가 좋을 땐 망원경 없이도 개성 지역과 북한 주민을 볼 수 있다.

태풍부대에서 1991년 12월3일 건립한 태풍전망대는 서울에서 약 65㎞, 평양에서 140㎞ 거리에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DMZ 안을 굽이쳐 흐르는 임진강과 북한의 오장동 농장, 4월5일댐 등을 볼 수 있고 월동하는 두루미 무리를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망대 앞에는 6·25전쟁 당시 격전지로 유명한 베티고지와 노리고지가 있다. 노리고지라 불렸던 산 정상에는 전쟁 당시 1㎡에 4500발의 탄약이 쏟아져 산의 높이가 5m가량 낮아졌고, 거기서 흘러내린 토사가 둥근 보름달 같던 용소를 메워 지금의 반달 연못이 됐다고 한다. 현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 차단을 위해 입장이 제한된다.

▲ 화산지대의 특성을 둘러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히는 '한탄강'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 화산지대의 특성을 둘러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히는 '한탄강'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유적:기황후릉 터

연천군 연천읍 상리에 있는 중국 원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원 순제의 황후 '기황후'의 묘가 있던 자리다. 이 지역은 그의 묘소가 안장돼 있고 기황후 묘의 사당인 재실 또는 재궁이 있었다 해 주변 지역은 재궁동(齋宮洞)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1899년 간행된 연천현 읍지 기록에 의하면 기황후가 장례를 고국에서 치르기를 원해 이곳에 장사를 지냈다고 전해지고 있다.

조선 영조 때 간행된 '동국여지승람'에는 기황후 묘 일대로 석인, 석양, 석물 등이 있다고 기록돼 있지만, 한국전쟁으로 모두 실전됐다. 주변 지역에는 측근 또는 친척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고분군인 마정승묘, 이정승묘 등이 존재하고 있으나 보존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정비·관리되지 않아 주변 지역은 경작지와 민묘가 들어서는 등 훼손이 심각한 상태다. 2013년 11월25일 연천군의 향토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됐다.

 

유적:전곡리선사유적

전곡리 선사유적은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에 있는 전기구석기시대 유적으로, 1978년 당시 동두천 주둔 미군인 그렉 보웬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1979년 최초의 고고학 발굴조사 이후 그해 10월 국가사적 268호로 지정됐고 꾸준한 고고학 조사와 발굴이 실시되고 있다.

발굴된 유적 가운데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몸통이 두텁고 큼직한 박편흔으로 덮여 있어 아프리카의 상고안 석기 공작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석기 문화를 주먹도끼의 존재 여부를 통해 동아시와 아프리카, 유럽으로 이분하던 모비우스의 학설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 자료로 세계 구석기 학계에서 고인류에 대한 문화적 발전과정 연구에 새로운 면을 제시하게 됐다. 한반도 내에서는 빈약한 전기구석기시대의 석기 공작 연구에 풍부하고도 획기적인 자료가 됐다.

 

관광·서비스 시설:전곡선사박물관

▲ 전곡선사박물관.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전곡선사박물관.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전곡선사박물관은 동아시아 최초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발견으로 세계 구석기 연구의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던 전곡리 구석기 유적에 건립된 유적박물관이다.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에서 출토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등의 구석기 유물들을 중심으로 인류의 진화와 구석기 시대 문화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의 유물들로 전시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관광·서비스 시설:연천 백학역사박물관

한반도 분단 중앙부에 있는 연천군의 백학마을은 6·25 전쟁 당시 활약했던 군마 레클레스와 지게부대 등 다양한 전쟁 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자 호국영웅정신계승 마을이다.

이러한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경기에코뮤지엄 사업으로 조성된 백학역사박물관은 165.3㎡(50평) 남짓의 옛 창고를 개조해 백학마을 주민들의 기증품과 참전용사들의 소장품, 군마 '레클레스' 등을 전시하고 있다.

 

지역축제:전곡구석기축제

구석기학사에 중요발견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고고학자와 지질학자들의 방문이 이어졌지만 대중의 인식이 낮아 전곡리 유적과 선사문화를 알리고자 유치한 축제다.

1993년 4월11일 전곡선사박물관의 전신인 전곡리 구석기 유적관을 건립하면서 전위예술가 무세중 선생이 마련한 원시인 퍼포먼스를 통해 전곡리 유적의 보존을 원시의 혼에 비는 제사의 형태가 지금의 축제로 확대됐다.

이듬해 1994년5월5일 어린이날을 공식 축제일로 지정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도로:평화누리길

▲ 연천을 상징하는 조형물인 그리팅맨. 평화누리길에서 볼 수 있다. /사진출처=연천군 블로그
▲ 연천을 상징하는 조형물인 그리팅맨. 평화누리길에서 볼 수 있다. /사진출처=연천군 블로그

평화누리길은 2010년 5월8일 개장된 DMZ 접경지역인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연천군 등 4개의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 도보길이다.

평화누리길은 총 12개 코스, 189㎞의 길로 이뤄져 있다. 이 길 위에서는 경기도의 다양한 역사 유적을 만나는 것은 물론 마을 안길, 논길, 제방길, 해안 철책, 한강 하류, 임진강 등 다양한 길을 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평화누리길은 천혜의 자연과 동식물의 보금자리로 멸종위기 동물들의 서식지인 임진강 하구 일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연천의 코스는 모두 3코스로 조성돼 있고 장남교부터 출발하는 평화누리길 10코스 고랑포길을 시작해 평화누리길 11코스 임진적벽길, 평화누리길 12코스 통일이음길로 이어진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인천일보·경기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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