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에코뮤지엄’에서 ‘경기에코뮤지엄’으로

자연, 역사, 생태, 문화 그리고 평화. 찬란한 우리 유산을 지켜냈던 ‘경기만에코뮤지엄’이 ‘경기에코뮤지엄’으로 영역을 넓혀 1300만 도민의 품에 안긴다. ‘경기에코뮤지엄’은 시흥, 안산, 화성에 이어 DMZ, 한강 수계 지역으로 뻗어가면서 대형 에코뮤지엄 벨트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일보와 경기문화재단은 지난해 ‘경기만 소금길, 생명을 담다’를 연재한 것에 이어 ‘경기에코뮤지엄, 평화를 담다’를 새롭게 연재한다. -편집자 주

 

528㎞, 서해를 잇다

매향리 스튜디오 전경. /사진=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황해도 장산곶에서 출발해 충청도 태안반도에 이르는 528㎞의 연안을 우리는 '경기만'이라 부른다. 경기만은 과거엔 해상 무역의 중심이자 관문이었지만 현대 들어서면서 무분별한 개발로 고유의 연안 문화를 상실해 가고 있다.

산업화는 공동체에도 영향을 끼치며 주민 갈등과 소외로 이어졌다. 역사적·지리적 정체성 회복과 지역 활성화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2016년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만에코뮤지엄' 프로젝트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경기만에코뮤지엄은 경기만 일대에 산재한 자연, 역사, 문화자원을 보존, 재생하고 예술적으로 승화해 주민의 삶의 터전 자체를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조성, 문화자치 실현과 관광 자원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도시재생, 지역재생, 문화재생 등이 본격화될 앞으로 20여 년의 도시 정책의 대비책으로 강구되고 있다.

에코뮤지엄 확대에 따른 경기도형 에코뮤지엄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경기만에코뮤지엄은 '생명', '평화', '순환', '재생'을 4대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생명'에는 주민의 삶과 생물 다양성 보존의 의미를 담았고, '평화'에는 역사 복원과 과거 치유, 분단과 경쟁 극복, 소외와 갈등의 해소를 지속 가능한 발전의 비전으로 보고 있다. 또 '순환'에서는 교류와 협력, 자치와 참여를, '재생'엔 공동체 복원, 생태적 복원, 문화적 재생의 의미도 보태졌다.

경기만에코뮤지엄은 기존의 대규모 개발 추진으로 인한 고비용, 장시간의 사업표류, 환경파괴, 공동체 해체 등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경기만에코뮤지엄은 '과거에 뿌리를 두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연결'하는 에코뮤지엄의 철학을 바탕에 두고 시민이 문화 주체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만에코뮤지엄이 쏘아 올린 에코뮤지엄

누에섬 푯말. /사진=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경기만에코뮤지엄은 2016년 태동기를 거쳐 2019년에 비로소 에코뮤지엄의 효과를 입증해 냈다. 안산, 시흥, 화성시와 MOU를 체결한 것을 토대로 권역별 거점 조성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경기만에코뮤지엄의 시작을 알렸다. 다음 해 거점 공간별 다양한 콘텐츠를 유치하고 정책 연구 강화에 열을 올리면서 경기만에코뮤지엄은 점차 입지를 다져갔다. 2018년 들어서는 민관 협치 강화에 힘을 실었고 주민 참여를 이끌어 민관 거버넌스의 기틀 마련으로 이어졌다. 2019년에는 시흥, 안산, 화성 3개 권역에 성과를 바탕으로 김포와 평택으로 넓혔고 DMZ(경기 북부권역)에코뮤지엄, 한강수계 영역으로까지 뻗어 나갔다.

2016년 출범 이래 경기만에코뮤지엄은 에코뮤지엄 사업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되면서 국내 안팎으로 주목받게 됐다. ▲매향리스튜디오 ▲선감역사박물관 ▲곰솔누리숲 등 거점 조성을 비롯해 ▲상동에코시민학교 ▲경기만에코뮤지엄실천대학 ▲경기만소금길 대장정 ▲경기만에코뮤지엄 컬렉션100 등 주요 활동을 통해 경기만에코뮤지엄을 활성화했다.

그 결과 조사·연구를 통한 지역 아카이빙, 선감지역 마을 연구 조사 등 경기만에코뮤지엄의 정책 수립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결실을 바탕으로 경기에코뮤지엄은 '경기 전 지역'으로의 에코뮤지엄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관광과 지역재생의 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시민주도의 문화자치를 구현, 문화 예술 분야의 일자리 창출을 끌어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문화 정체성을 확립해 지역주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도 경기에코뮤지엄의 비전과 가치로 설명되고 있다.

 

경기만에서 경기도로

DMZ(경기북부)에코뮤지엄 전경.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br>
DMZ(경기북부)에코뮤지엄 전경.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남과 북으로 뻗어 나가야 할 경기만에코뮤지엄의 기상은 분단이라는 비극 속에서 좌절됐다.

그러나 경기만에코뮤지엄은 시흥, 안산, 화성을 이어 김포와 평택으로 뻗어갔고, DMZ 권역(동두천·연천·파주 등)과 동부권역(한강수계권)으로 확대한 형태의 '경기에코뮤지엄'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또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공동체 실현의 장으로서 경기에코뮤지엄을 구현하고 경기 전 지역 에코뮤지엄 확대 기반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에코뮤지엄 인증제도'를 도입하면서 경기도 전역을 에코뮤지엄 네트워크로 연결, 지속 가능한 체계 구축에도 나설 방침이다.

경기에코뮤지엄이 지난 경기만에코뮤지엄과 다른 점은 동두천과 연천, 파주 지역을 아우르는 DMZ 권역의 활로 모색이다. DMZ(경기북부)에코뮤지엄은 마을박물관, 마을 호텔 등 마을 명소화를 통해 거점 운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 한탄강, 임진강을 중심으로 자연생태유산과 역사문화유산, DMZ 마을 유산을 활용한 거점 공간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부권역, 즉 이천, 여주, 광주 등 한강수계 에코뮤지엄으로 영역을 넓혀 경기도 전역으로 에코뮤지엄을 마련하고 있다. 이때 시민 주체 에코뮤지엄 활동 지원과 역량 강화, 지속성 확보를 위한 자원 발굴이 주 활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에코뮤지엄에서 주목할 점은 '경기에코뮤지엄 인증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조성된 경기에코뮤지엄의 거점에서 오는 한계에 따라 인증제를 추진하게 된다. 각 지자체의 주무 부서와 협의를 거쳐 기존 투자됐던 거점 공간과 신규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인증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다. 이런 과정에서 경기에코뮤지엄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각도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 마련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경기도형 에코뮤지엄의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게 전반적인 견해다. 또 에코뮤지엄 사업 추진을 위한 도와 시·군간 협력 모델을 구축해 '민간 위탁'이 아닌 '민관 협치'를 통한 자발적인 사업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주민이 지역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고 상호 간 교류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방안들도 모색해야 한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참고문헌:경기만 에코뮤지엄 성과평가·2021경기에코뮤지엄 조성 실행계획 보고

 


 

[인터뷰] 이정훈 경기연구원 북부연구센터장

“특산품·지역화폐 연계 마을 수익모델 창출, 지속가능 발전 모색”

▲ 이정훈 경기연구원 북부연구센터장
▲ 이정훈 경기연구원 북부연구센터장

“마을 비즈니스를 통한 수익 모델을 창출해 경기에코뮤지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어가야 합니다.”

이정훈(사진) 경기연구원 북부연구센터장은 경기에코뮤지엄을 '현장 박물관'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낯선 에코뮤지엄 또는 경기에코뮤지엄의 개념을 '삶의 현장'과 '주민 주도'로 보고 이를 통틀어 '현장 박물관'으로 정의했다.

이 센터장은 “삶의 현장 그 자체를 박물관화하고 있다는 것이 경기에코뮤지엄의 특징이다. 건축, 마을, 골목, 농작물, 생태자원, 사람들 심지어 폐공장이나 옛날이야기가 남겨진 공간들도 컬렉션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주민 주도로 운영이 된다는 점에서 에코뮤지엄의 역할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기존에 시흥, 안산, 화성에 국한됐던 경기만에코뮤지엄이 김포와 평택, DMZ, 한강수계권까지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됨에 따라 경기에코뮤지엄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에코뮤지엄은 그 자체로 차별화된 지역의 정체성을 가진다. 경기도의 다양한 지역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이야기와 작품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공동체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2016년 출범 이래 경기에코뮤지엄은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는데도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주민 참여가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주민 주도라는 측면에선 아직 부족하다. 여전히 외부의 문화기획자, 시민활동가들의 역할이 중심이다 보니 주민 자체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특히 에코뮤지엄 활동이 지역경제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데 관광프로그램 운영, 지역특산품 개발 또는 판매, 마을 비즈니스 활성화 등을 위한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여기에 지역 화폐와 연계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에코뮤지엄의 활성화와 에코뮤지엄의 궁극적인 목표인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긴밀한 네트워크 형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센터장은 “에코뮤지엄은 동일한 매뉴얼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닌 지역의 상황에 따라 창조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활동이다. 각 지역, 마을 단위로 이뤄지고 있는 에코뮤지엄 활동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해 긍정적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 에코뮤지엄들과의 활발히 연계해 국제적 차원에서 활동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인천일보·경기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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