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에코뮤지엄, 생명을 담다

국가성장동력의 한 축이자 서해의 중심에는 ‘경기만’이 있다. 2016년 경기문화재단이 시흥, 안산, 화성을 잇는 ‘경기만에코뮤지엄’을 출범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국내 에코뮤지엄 활성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해안 문화와 생태유산, 지역의 역사 등을 통해 경기도의 정체성을 확립한 ‘경기만에코뮤지엄’. 보석같이 품어온 경기만에코뮤지엄의 눈부신 거점 공간들을 소개한다.

 

#시흥

▲ 시흥 갯골생태공원 내 소금창고
▲ 시흥 갯골생태공원 내 소금창고

◆소금창고

시흥 갯골생태공원 내 자리한 소금창고는 국내 최대 규모로 운영되던 ‘소래염전’의 역사를 기억하고 그 시대 염전 종사자들의 삶을 자료로 정리할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금창고는 1996년 7월 소래염전이 폐전되면서 관리되지 못하고 방치된 채 남아있게 됐다. 40채였던 소금 창고는 현재 2동의 창고만이 남아 관리 보존돼 오고 있다. 다행히 2동의 소금창고는 본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소금창고의 원형을 이해하는 데 중요 민속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창고는 밀염(密鹽), 즉 비밀리에 만들어내는 소금, 중국에서 들어오는 밀수 소금에 관한 취채를 관리하기 위해 생겨났다. 1932년 인천출장소에 있던 조선인과 일본인이 소금 판매를 해 왔는데, 일제가 세금 징수를 목적으로 밀염을 엄격하게 관리해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호조벌

호조벌은 시흥시 보통천 일대와 은행천 일대로 조성된 평야 지대다. 시흥시의 대부분 지역이 평지 또는 경사도가 완만한 구릉 지대와 평원을 형성해 농경지를 이루고 있는데, 이 들판을 호조벌이라고 불렀다.

호조벌의 규모는 약 150만평(약 4.96㎢)의 넓이에 달하는 시흥시 최대의 곡창 지대로, 농업 사회에서는 시흥의 식량창고로 역할을 했다.

호조벌은 호조방죽이 들어서면서 생겨났다. 호조방죽은 바다를 가로막은 제방으로 약 720m의 인공 둑인데 갯벌이 있던 이곳에 둑을 세워 농경지로 개간한 것이 호조벌이 됐다.

호조벌을 만든 목적은 과거엔 경작지 확보와 홍수, 가뭄을 극복하는 물 관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물 관리는 근현대에 들어와서는 소래저수지·매화저수지·흥부저수지 축조로 이어졌고 1970년을 전후로 시행한 경지 정리 사업을 통해 호조벌에서 안정적인 농업 활동이 이뤄지게 됐다. 나아가 호조벌은 자원 생태화 계획에 따라 시흥시민의 생명과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주는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 곰솔누리숲 조망
▲ 곰솔누리숲 조망

◆곰솔누리숲

곰솔누리숲은 갯벌을 매립해 세운 시화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이 주거단지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조성된 인공녹지다.

1996년부터 2000년에 걸쳐 면적 69만2000㎡로 규모로 조성된 곰솔누리숲은 완충녹지, 차단 녹지로서 역할 하면서 소음, 악취, 환경적 문제들을 해소하고 있다. 조성 전까지만 해도 시흥시의 환경오염 갈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로 여겨졌으나 관계기관과 시민의 노력으로 산책과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곰솔누리숲은 7개의 숲과 3개의 하천, 3개의 도로에 의해 나뉘어 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약 500m마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심어져 가을이 되면 단풍들과 곳곳에 비치된 공공예술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안산

구 대부면사무소 전경.
구 대부면사무소 전경.

◆구(舊) 대부면사무소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 행정복지센터 정문에 자리 잡고 있는 구(舊) 대부면사무소는 1934년부터 60여년간 면사무소로 이용돼 온 근대문화유산이다. 당시 공공시설이 주로 벽돌조나 일본식 목골조로 지어졌던 것과는 달리 한옥 양식으로 지어진 대부면사무소는 근대 문화유산으로서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구 대부면사무소는 행정복지센터가 신축된 후 농업유물을 전시하는 역사유물관으로 운영돼 오다가 2004년 경기도문화재자료 제127호로 지정되면서 공간을 운영하지 않고 보존하게 됐다.

주민들이 기증한 생활유물들을 보관하던 유물 창고로도 사용됐고, 한때는 주민들의 피트니스센터로도 활용됐다고 한다. 이후 경기도와 안산시, 경기문화재단에서 경기에코뮤지엄 사업을 통해 건물 외부 원형은 보존하고, 내부는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경기에코뮤지엄 거점 센터로 재탄생하게 됐다.

▲ 선감학원 위령제
▲ 선감학원 위령제

◆선감역사박물관

2017년 1월21일 개관한 선감역사박물관은 선감도에서 40여년간 존재했던 소년수용소 ‘선감학원’의 진실을 규명하고 공유하기 위해 세워졌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 감화원 시설로 사회 부랑아 등을 보호_육성한다는 것을 명분 삼아 소년들을 감금하고 인권 유린이 자행되던 장소로 알려졌다. 원생들은 혹독한 생활이 계속되면서 탈출을 시도하다 사망하거나 구타 또는 영양실조 등으로 희생됐다. 단속과 감금이 지속해서 진행됐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했다. 선감학원은 1970년대 말까지 존속되다가 1982년에 폐쇄됐다.

1960년대 선감학원에 수용됐던 생존 원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탈출하다가 죽은 아동들이 선감도뿐 아니라 바다 건너 육지인 마산포에도 다수가 매장돼 있으며, 현재 우물재산(경기창작센터 맞은편)에 아동들은 봉분도 없이 묻혀 있다고 증언했다.

박물관은 반인권적인 상황에서 수용됐던 원생들의 비극적인 삶과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 누에섬 예술섬 프로젝트
▲ 누에섬 예술섬 프로젝트

◆예술섬 누에

누에섬은 그 모양이 누에와 같다고 해 이름 붙여진 섬으로, 탄도항에서 1.2㎞ 정도 떨어진 앞바다에 있다. 누에섬은 하루 두 차례 썰물 때가 되면 섬으로 향하는 길과 갯벌로 향하는 문이 열린다.

서해를 배경으로 서 있는 커다란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바닷길은 안산 지역의 명소로 알려졌다. 평균 초속 5.7m의 강풍이 부는 누에섬은 제주도나 대관령에 버금가는 전략 생산이 가능해 경기도 풍력발전의 중심지로 활용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과 안산시는 누에섬이 가진 천혜의 자연을 보존하는 동시에 역동적인 문화적 예술 가치를 결합한 누에섬을 이색적인 문화재생의 공간인 ‘예술섬’으로 탈바꿈시키는 다양한 친환경 문화재생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오고 있다.

 

#화성

▲ 제부도아트파크 전경
▲ 제부도아트파크 전경

◆제부도 아트파크

제부도 아트파크는 2017년 당시 제부도를 화성시의 대표 명소로 만들기 위해 세워진 공간이다. 자연경관의 조망을 돕고 관광객과 주민에게 다양한 프로그램, 전시,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6개의 컨테이너가 세워진 공간은 바람이 강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지어졌으며 아름다운 자연 해안선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된 다목적 조망시설이다.

제부도는 아름다운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으나 제부도 내 즐길 거리가 부족했다. 여기에 밀집한 상가들과 과도한 호객 행위로 제부도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기게 됐다. 이 때문에 해안 순환산책로의 조성 등 인식 개선에 나서게 됐고 그 결과 제부도는 화성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하게 됐다.

제부도 아트파크는 공연전문가들이 진행하는 버스킹과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연, 전시 등 다채로운 즐길 거리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제부도 아트파크는 화성시문화재단으로 이관돼 운영해 오고 있다.

매향리 스튜디오 전경.
매향리 스튜디오 전경.

◆매향리 스튜디오

매향리 평화마을은 6_25 전쟁 중이던 1951년부터 미군의 사격 훈련소로 쓰이던 마을이다. 당시 주로 폭격 표적으로 놓였던 농섬과 매향리는 실전에 가까운 포격을 훈련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1954년부터 미군의 사격장 지역 주둔이 가능해졌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발효 후인 1968년도에 이르러 농섬을 중심으로 사격장이 형성돼 갔다. 사격장 건립 후 4000여 명에 달하는 주민들은 폭격기의 오폭으로 인한 생명위협과 폭발 여파, 주택 파괴, 소음에 의한 난청 현상 등의 피해를 겪었다. 실제 오폭 사고와 불발탄 피해로 12명이 사망했고, 손목 절단이나 옆구리 부상 등의 피해를 보는 경우도 허다했다.

매향교회는 1968년 마을에 주둔하던 미군과 주민들이 함께 건립한 건축물이다. 1984년 새 예배당이 세워진 이후 30년이 넘도록 방치된 교회 건물을 2016년 재생시킨 매향리스튜디오는 경기만 한편의 역사를 담고 어제와 내일 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 궁평오솔아트파빌리온
▲ 궁평오솔아트파빌리온

◆궁평 오솔(OSOL) 아트파빌리온

궁평 오솔 아트파빌리온은 궁평리를 대표하는 예술 조형물이다. 이 조형물은 궁평의 정체성을 담은 바다 물결 형상의 지붕과 소나무 숲을 연상시키는 기둥으로 이뤄져 자연 친화적 숲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궁평리를 찾는 모든 이들이 해송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자 자연과 함께 휴게가 가능한 공간으로 소개하고 있다.

과거 궁평 관광지는 낙조, 해송, 바다 등 우수한 자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난개발 등으로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지역과의 연계성이 떨어져 관광지로서의 대중적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경기에코뮤지엄은 궁평 관광지 방문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예술·공간적 콘텐츠로서 아트파빌리온을 조성하고 자연을 보고 느끼며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꿔가고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참고자료: 네이버 지식백과·경기에코뮤지엄 홈페이지

/인천일보·경기문화재단 공동기획



관련기사
[경기에코뮤지엄 평화를 담다⑩] 서로 생채기냈던 흔적, 이 강 너머 보듬어줄 날 오길 분단의 끝, 통일의 시작 파주. 그리고 DMZ. 얼어붙은 이 땅 위로 통일의 염원이 요동친다. 손 내밀면 닿을 듯, 북녘땅을 마주한 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곳에서 다시 한 번 희망을 노래한다.20세기 한반도와 동아시아 냉전의 역사를 간직한 곳, 한반도 평화의 불씨가 되길 기원하며 ‘경기 북부 DMZ 에코뮤지엄’ 그 일곱 번째 여정 ‘파주평화캠프에코뮤지엄’으로 안내한다.▲판문점판문점은 정전협정(1953년 7월27일) 체결 이후 군사정전위원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설치됐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유엔군 측과 공산군 측, 공동경비구역을 [경기에코뮤지엄, 평화를 담다⑭] 지켜주세요…이 역사의 유산들을, 그 속에 싹튼 평화를 역사적 유물 또는 예술품, 그 밖에 학술 자료를 수집하거나 보존해 전시하는 공간을 두고 흔히 '박물관'이라 부른다. 역사박물관, 과학박물관, 민속박물관 등 수집 종류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 그러나 이 공간들이 가지는 목적이나 의미는 동일하다. 이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위해 과거 우리 선조들이 남긴 '지혜'를 답습하고 보존해 나가는 것.'경기에코뮤지엄'의 목적도 그랬다. 역사가 남겨 둔 소중한 보물들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문화 건, 생태 건, 경기에코뮤지엄이 생겨난 이유도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