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없는 박물관

자연, 역사, 생태, 문화 그리고 평화. 찬란한 우리 유산을 지켜냈던 '경기만에코뮤지엄'이 '경기에코뮤지엄'으로 영역을 넓혀 1300만 도민의 품에 안긴다. '경기에코뮤지엄'은 시흥, 안산, 화성에 이어 DMZ, 한강 수계 지역으로 뻗어가면서 대형 에코뮤지엄 벨트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일보와 경기문화재단은 지난해 '경기만 소금길, 생명을 담다'를 연재한 것에 이어 '경기에코뮤지엄, 평화를 담다'를 새롭게 연재한다. -편집자 주

 

지붕없는 박물관

▲ 동주염전
▲ 동주염전

“에코뮤지엄은 시간의 박물관이다.”

에코뮤지엄의 아버지이자 프랑스의 저명한 박물관학자 조르주 앙리 리비에르(George Henri Riviere, 1897~1985)는 에코뮤지엄을 두고 '시간의 박물관'으로 요약하고 있다.

에코뮤지엄(Ecomuseum)은 생태 또는 환경의 의미가 담긴 에코(Eco)와 박물관의(Museum) 의미가 결합한 의미로, 지역 고유의 문화 또는 건축유산, 생활방식, 자연환경 등을 그대로 보존 계승한 박물관을 의미한다. 흔히 '지붕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며 생태박물관, 환경박물관, 지역박물관, 민속박물관, 에코뮈제등 다양한 형태·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 덕섬에 핀 꽃
▲ 덕섬에 핀 꽃

앞서 언급했듯, 에코뮤지엄을 최초로 제시한 인물은 프랑스의 리비에르다. 리비에르는 스웨덴의 야외 박물관 '스칸센민속원(Skansen)'을 프랑스 실정에 맞춰 조성할 것을 요청했다. 프랑스가 전통 미술관을 제외한 사회사, 과학, 자연사 등에 다루는 박물관들이 쇠퇴해 가는 상황에서 에코뮤지엄은 대안으로 떠올랐고 농촌과 탈산업지역에서 사라져 가는 민속 유산을 보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이어 1971년과 1974년 프랑스 박물관학자 바린(Hugues de Varine)과 함께 조성된 최초의 에코뮤지엄은 유적지들을 보호하고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등 성과를 거뒀다. 특히 에코뮤지엄은 지역민들이 박물관 관리의 주체가 되면서 지역 관광산업 부흥에 주축으로 거듭났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에코뮤지엄

▲ 시흥 갯골
▲ 시흥 갯골

시대 흐름에 따라 박물관은 다양한 형태로 변모해왔다. 문화유산이나 자료를 보존하던 전통적인 형태의 박물관에서 시민의 참여와 체험이 주가 되는 현재의 박물관들은 에코뮤지엄의 모습에 보다 가까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에코뮤지엄 조성에 힘을 싣고 있다. 전 세계에 조성된 에코뮤지엄의 수는 300여 개로 이 가운데 200여 개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등 유럽 지역에 집중돼 있다.

▲ 선감묘지
▲ 선감묘지

역사문화유산에 기반을 둔 이탈리아의 파라비아고 에코뮤지엄이나 프랑스 르 크뢰조-몽소의 에코뮤지엄, 산업유산을 활용한 라베누아 에코뮤지엄이 대표적인 예다. 더욱이 생태, 역사, 산업 유산뿐 아니라 1513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접경지역에서 일어난 '전쟁 유산'에 기반을 둔 영국의 플로든 1513 에코뮤지엄 등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도 경기에코뮤지엄을 필두로 국가중요농업유산 기반의 부안군 유유마을 양잠 농업유산, 완주군 생강전통농업시스템이나 지역산업에 기반을 둔 강진고려청자에코박물관, 자연자원을 기반으로 한 철암빌리지움, 금강에코뮤지엄, 최근 DMZ에코뮤지엄, 섬진강 에코뮤지엄에 이르기까지 국내 실정에 맞는 형태로 점차 확대돼 가고 있다.

 

삶의 현장, 에코뮤지엄

▲ 경기만 갯벌
▲ 경기만 갯벌

에코뮤지엄은 주민이 주체가 돼 지역의 생태, 역사, 문화자원을 보존하고 육성하는 등 지역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대규모 개발 추진으로 인한 고비용, 장시간의 사업표류, 환경파괴, 공동체 해체 등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지속발전 가능한 문화관광 자원 개발의 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에코뮤지엄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또 문화관광의 융·복합을 통해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연결하는 에코뮤지엄의 철학은 시민을 문화주체로서의 성장을 촉진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역사, 문화, 생태 자원을 보존, 개발해 에코뮤지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들을 제시하고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제도적 환경의 뒷받침과 거버넌스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구봉도 낙조
▲ 구봉도 낙조

에코뮤지엄이 크게 발달한 이탈리아 지역에서는 전체 모두 209개의 에코뮤지엄 가운데 11개 지역 1개 자치구에 에코뮤지엄 운영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2017년 기준)

특히 파라비아고 마을의 에코뮤지엄은 지역 법률에 따라 마을의 문화기관에서 운영권을 가지고 2016년 커뮤니티 참여를 위한 법률을 승인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 주도의 에코뮤지엄 정책을 제안하고 있고 올해 2월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안산 지역에서는 경기도 내 처음으로 '에코뮤지엄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이 제정됐다.

실제 이탈리아 지역의 문화유산 실험실, 관측소가 발표한 아젠다에서는 공공·민간 연구기관 등과의 협력, 참여 프로세스 조력자 교육,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대학 부속기관과 협력, 비영리 기관 등의 협력을 강조한다. 특히 지역 파트너십을 통한 자기금융 달성과 수익 활동을 운영으로 지속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사진제공=인천일보 DB

/참고문헌:2020 경기북부 DMZ에코뮤지엄 종합발전계획 수립연구/배은석 지속가능한 농촌 발전을 위한 에코뮤지엄 모델 연구-이천 율면 부래미마을을 중심으로

 


 

배은석 한국에코뮤지엄연구소 소장

“지역민 자발적 참여 유도가 최우선”

“에코뮤지엄의 주인공은 지역민들입니다. 이들이 스스로 자립해 나아갈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배은석(사진) 한국에코뮤지엄연구소 소장은 전 세계적인 에코뮤지엄 확대 움직임에 따라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것을 에코뮤지엄 활성화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배 소장은 “지역민이 배제된 가운데 정부나 지방정부의 주도로 진행되는 에코뮤지엄에 대해 우려된다”며 “결국 삶의 터전의 주인공은 지역민이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갈 수 있어야 진정한 에코뮤지엄의 철학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지구적으로 에코뮤지엄의 역할이 점차 커짐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앞다투어 에코뮤지엄 활성화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에코뮤지엄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다각도의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배 소장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기초자료가 전무했던 국내 에코뮤지엄은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에코뮤지엄 용어가 활발하게 사용하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일어나고 있어 연구자들 역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경기문화재단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경기만 에코뮤지엄'을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된 지역으로 꼽으며 다양한 에코뮤지엄 개념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현재 다양한 마을 박물관이 에코뮤지엄의 개념을 수용하면서 생겨나고 있고 최근 도시재생의 개념과 맞물려서 나타나기도 한다”며 “이점을 가장 확실히 드러내는 지역은 경기도이며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경기만에코뮤지엄이 경기에코뮤지엄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에코뮤지엄이 갖는 가치와 목적에 충실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점을 드러냈다.

선감역사박물관 내부.
선감역사박물관 내부.

배 소장은 “에코뮤지엄은 규모의 광대함에서 진정성이 담보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공간특성을 기반으로 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만에서 경기도 전체로 확장하는 것이 지역민 자발적 참여를 추구하는 에코뮤지엄과는 거리가 있다고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역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공간특성을 발견하고 공동체를 회복해 가는 과정에서 임기 내 치적을 위한 보조금 지원 사업으로 생각하기보다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꼬집어 말했다. 나아가 지역에 터전을 일궈 살아가는 지역민들도 내 지역에 대해서 관심 있게 들여다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배 소장은 “지금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지역의 문화유산 작은 것에도 가치를 부여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에코뮤지엄은 버려진 산업유산조차도 지역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발현하고 발전시켜 가는 개념이다. 우리는 그들의 철학과 방법을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이론이나 개념을 공부하는 것보다 지금 자신이 사는 지역의 역사, 작지만 소중한 문화유산, 이전 시대의 산업유산, 앞서간 조상들의 지혜 공동체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에코뮤지엄을 실현하는 첫걸음이다”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사진제공=한국에코뮤지엄연구소

/인천일보·경기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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