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도불관(是是非非都不關) 산산수수임자한(山山水水任自閑) 막문서천안양국(莫問西天安養國) 백운단처유청산(白雲斷處有靑山) - 옳거니 그르거니 상관하지 말아라. 산은 산 물은 물 그대로 두라. 서쪽 하늘에 극락이 있냐고 묻지 말라. 흰 구름 걷힌 곳에 청산이 있을지니.”
문득 임제(臨濟) 선사(?~867)의 시가 생각나는 연말이다.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그러면 서 있는 곳이 모두 참되리라.(隨處作主 立處皆眞-수처작주 입처개진)”란 어록으로 유명한 당 시대 고승이다.
어김없이 한 해가 저문다. 올해는 또 무슨 시비를 하며 끓탕을 쳤을까 돌아보는 즈음이다. 어찌 임제처럼 지내길 바라겠느냐만, 회한이 몰려오는 일은 인지상정이리라. 새해를 맞아 다짐과 함께 희망을 보듬은 게 엊그제 같은데, 하릴없이 벌써 한 해의 끝자락에서 서성인다. 그나마 세 밑에 서서 '복'을 주고받는 인사에 위안을 삼기도 한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어떨까. 정치권에선 오늘도 시시비비에 빠져 다툼을 하느라 골몰한다. 국민들은 이들을 향해 딱하다며 혀를 끌끌 찬다. 어떻게 남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이익에만 몰두하냐며 일갈한다. 다 분별심에 젖은 채 자기만의 판단을 내리며 나오는 행태다. 거기엔 사리사욕이 꿈틀거리며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다.
교수들은 올 한 해 한국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란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 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과이불개가 50.9%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과이불개는 논어의 '위령공편'에 등장한다.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是謂過矣)'(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를 잘못이라 한다)라고 했다. 과이불개는 조선왕조실록 '연산군 일기'에도 나온다. 연산군이 소인을 쓰는데 대해 신료들이 반대했지만, 고치지 않음을 비판하는 대목이다.
국내 정치권 인사들은 정형화한 언행을 일삼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드러나는 잘못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민생은 찾기 어렵고 당리당략에 빠져 정쟁만 앞세운다. 좁은 소견과 주관이 판을 벌이는 세상에서, 국민들은 기가 찰 노릇이라며 가슴을 친다.
아직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당히 완화한 측면이 없진 않아도, 지금으로선 언제쯤 코로나를 종식하고 어디서나 활짝 문을 열고 지낼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지구촌이 꼭 극복해야 할 사안 중 하나라고 여긴다. 애초 중국 코로나 발발에서 보듯, 자기정당화로 과오를 덮으면 안 된다. '자성의 길'을 걸으며 턱없는 분별심에 매몰되지 말고 현명한 삶을 엮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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