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1883년) 이후 인천엔 조선 팔도인들이 몰려들었다. 그만큼 먹고살기 위한 직업을 찾기 쉬워서였다. 너도나도 인천에 와서 한몫을 잡으려는 의지도 작용했으리라. 외국 문물이 물밀듯 들어오고, 각종 공장과 업소 등이 즐비한 덕분에 각지 사람을 엄청나게 끌어모은 곳이 인천이다. 본토박이보다 외지인들이 훨씬 많이 살았던 이유다.
한국전쟁을 겪은 후엔 수많은 이북 피란민이 인천에서 자리를 잡았다. 북한과 가까워서인지 언젠가 빨리 고향 땅을 밟을 수 있다는 열망에서였다. 그런가 하면 한동안 육로보다 뱃길이 더 잘 발달된 덕에 수많은 충청인이 배를 타고 인천에 둥지를 틀기도 했다. 대도시 인천은 이들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한 공급처 구실을 해왔다. 타향살이 2∼3세들은 인천에서 낳고 자라 인천을 고향으로 삼았다.
고향 인천을 떠난 이도 많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조사 결과, 오늘날 인천에서 태어나 다른 지자체에 거주하는 사람은 68만여명에 이른다. 반면 2020년 기준 인천에 사는 타 지역 출신은 169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인천 전체 인구수의 절반이 훨씬 넘는 수치다. 다른 지역에서 인천으로 넘어와 삶을 꾸리는 이들이 여전한 셈이다. 이런 연유로 다른 데보다 인천엔 애향심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인천이 타 지역보다 덜 배타적이어서 살기 편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행정안전부가 새해 1월부터 '고향사랑기부제'를 운영한다. '고향사랑e음'은 개별적으로 주소지 이외 지자체에 기부하면, 지자체는 이를 모아 주민복리에 사용하는 제도다. 기부금 한도는 개인당 연간 500만원.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다. 기부액 10만원 이하는 100% 세액공제 가능하며, 10만원을 초과하면 16.5%를 공제받을 수 있다.
인천시가 고향사랑기부금제를 둘러싸고 고심한다는 소식이다. 타향민이 많은 지역 특성상 특산품 홍보와 기금 활성화 등의 장점보다는 세액공제 혜택에 따른 지방소득세 감소 가능성이 큰 탓이다. 다른 지자체에 기부금을 내고 세액공제를 받으면, 인천에서 거둬들이는 세수는 되레 줄어든다고 한다. 시는 이와 관련해 환승률이 높은 경인선 부평역 등지에 '제2의 고향 인천'을 알리는 광고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전국에 퍼져 있는 '인천 향우회'를 토대로 고향사랑e음 홍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바다는 어떠한 물도 받아들인다.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한다. 인천은 이처럼 '해불양수(海不讓水)'를 상징하는 도시다. 고향사랑e음이 소통의 역할을 하는 다리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그래서 모든 시민이 화합해 힘차게 나아갔으면 싶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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