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생활 필수품으로 여기는 미국에선 짧은 거리에도 차를 끌고 가야 한다. 대부분 도시에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서다. 나이 지긋한 이들이 차를 운전하면서 쩔쩔 매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 나라다. '문명국가'라고 부르기엔 뭔가 찝찝한 기분이 난다. 그런가 하면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배출 가스가 엄청나 기후변화 주범으로 찍히기도 한다. 요즘은 제조업체마다 환경오염을 줄이려고 가솔린·경유차 대신 수소·전기차 등의 개발에 힘을 쏟는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국내에서도 이젠 자동차 없이 생활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았다. 불과 30여년 전만 해도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자가용'이 대세를 이룬다. 어디를 가나 홍수를 이루는 차로 헤어나기 힘들 정도다. 당국에서도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정책을 짜느라 고심한다. 아무튼 차는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듯하다. 자동차에 대해 슬기롭게 대처하는 자세는 시대 요청 명제이기도 하다.
한국 자동차의 역사는 인천에서 시작됐다. 1962년 국내 첫 자동차 조립 생산 라인을 구축한 새나라자동차 부평공장을 준공했다. 그해 11월부터 닛산 블루버드를 만들었지만, 수입 부품 생산 차질로 1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이어 1965년 신진자동차가 새나라자동차를 인수하면서 부평공장을 확장했다. 일본 도요타와 합작해 버스·트럭과 함께 코로나·크라운 등의 승용차를 생산했다. 코로나는 1966년 출시 이후 1972년까지 누적 4만4248대의 판매고를 올렸을 만큼 인기를 누렸다.
신진자동차는 1972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으로 자본금을 출자해 지엠코리아(GMK)를 설립했으나, 당시 오일쇼크로 인한 판매 부진으로 부도를 냈다. 결국 산업은행이 GMK의 신진자동차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새한자동차로 사명을 바꿨다. 그리고 대우그룹이 새한자동차를 인수해 1983년 부평공장에 기술연구소를 세우고, 1992년 남은 GM 지분을 넘겨받아 독자 노선을 걷는다. 하지만 대우그룹은 1997년 금융위기 여파로 해체됐고, 2002년 GM대우가 출범한 데 이어 2011년에는 아예 사명에서 대우를 뺐다.
그렇게 국내 자동차 생산의 요람 구실을 한 한국지엠의 부평2공장이 지난달 26일 생산 종료와 함께 폐쇄됐다. 소속 노동자 1200여명은 각각 창원공장 700여명·부평1공장 500여명으로 나눠 배치된다.
부평2공장은 사라졌지만, 부평1공장은 계속 가동된다. 온갖 부침 속에서도 빠르게 성장해온 한국 자동차는 현재 세계 10대 생산국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국가 경제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생산의 변화를 주목한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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