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 간담회서 감사의 뜻 전해
김 지사 “이곳에서 대한민국 헌법의 뿌리가 착근”... “선조들의 열망 마음에 새길 것”

▲ 김진경 의장(왼쪽 첫번째), 김동연 경기지사(왼쪽 세번째)가 독립유공자 후손 등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 김진경 의장(왼쪽 첫번째), 김동연 경기지사(왼쪽 세번째)가 독립유공자 후손 등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한중 경제·우호 협력을 위해 중국을 순방 중인 김동연 경기지사가 23일 첫 일정으로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과 함께 충칭시 임시정부 청사를 찾았다.

김동연 지사는 임시정부 청사를 들어서 유리관 속에 보존돼 있는 ‘독립공채(獨立公債)’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독립공채 옆에는 ‘군무총장 노백린(盧伯麟)’ 명의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부 포고 1호’가 놓여 있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최초의 채권이다. 포고 1호는 항일 독립전쟁에 참여할 것을 국민에게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방명록에 “국민이 행복한 민주공화국 임시정부의 꺾이지 않은 熱望(열망)을 1420만 경기도가 이어가겠습니다”고 적었다.

그는 “이곳에서 지금 대한민국 헌법의 뿌리가 자리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첫 헌법인 ‘대한민국 임시헌장’에 명기된 보통선거, 국민주권, 삼권분립 등을 일일이 열거했다.

또 “임시정부의 정신이 지금 대한민국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그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말했다.

▲ 동연 경기지사가 독립유공자 후손 등과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 동연 경기지사가 독립유공자 후손 등과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김동연 지사와 김진경 의장을 비롯한 경기도 대표단은 김구 임시정부 주석 흉상 앞에서 헌화와 묵념을 한 뒤 역사관과 전시실을 둘러보며 독립운동의 역사를 되새겼다. 이어 청사 내 회의실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이달(1910~1942) 선생(건국훈장 독립장)의 딸 이소심 씨, 유진동(1908~1961) 선생(애국장)의 아들 유수동 씨, 김동진(1920~1982) 선생(애족장)의 딸 김연령 씨 등 3명이 함께했다. 

이달 선생은 1920년대 북만주에서 결성된 독립단체 신민부의 국내 공작원으로 활동했다. 김좌진 장군의 비밀 지령을 국내 주요 인사들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김좌진 장군 암살 이후에는 조선의용대와 한국광복군에서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유진동 선생은 김구 주석의 주치의였다. 흥사단, 한국독립당, 민족혁명당 등에서 활약했다. 김동진 선생은 임시정부 판공실 및 생계부에서 비서를 맡아 임시정부 살림을 담당했다. 광복군에서는 관병소비합작사 사원으로 활동했다.

이달 선생의 딸 이소심 씨는 충칭 임시정부 청사를 되살린 인물이기도 하다. 해방 이후 임시정부 건물은 여관, 학교, 주택 등으로 쓰였다. 1990년대 초 충칭 도시 재개발 계획으로 철거 위기에 놓였다. 하마터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건물이 이소심 씨의 노력으로 한국과 중국 간 복원 협정이 체결됐다. 지금의 임시정부 청사는 한중 우호 관계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1995년 원형대로 복원됐다.

▲ 김진경 의장(왼쪽 첫번째), 김동연 경기지사(왼쪽 두번째)가 독립유공자 후손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경기도
▲ 김진경 의장(왼쪽 첫번째), 김동연 경기지사(왼쪽 두번째)가 독립유공자 후손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경기도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간담회에서 경기도가 추진하는 독립기념관, 경기비즈니스센터(GBC) 지원 업무 등에 관심을 보였다.

이소심 씨는 “중한 우의의 상징인 임시정부는 매우 중요하다. 이곳에서 지사님과 의장님, 총영사님을 만나 뵙게 돼 영광이다”고 했다.

유수동 씨는 “독립기념관이 개관하면 2세대 후손들을 초청해 줬으면 한다. 꼭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

김동연 지사는 “너무 당연한 말씀이다. 개관식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착공식 때 세 분을 포함해 후손분들을 꼭 초청해 모시고 싶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경기도는 독립기념관 건립을 대외적으로 선언했다. 지난 정부에서 역사를 왜곡하고 건국기념일 논쟁에서 옳지 않은 주장이 있었다. 경기도는 독립기념관을 새로 세워 역사를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고 했다.

그는 “경기도가 대한민국 역사를 제대로 세우고 독립운동을 새롭게 재조명할 수 있는 독립기념관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김진경 의장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충칭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만나 뵙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또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후손들이 이어가고 있어 대한민국이 더 자랑스럽다. 경기도 역시 그 헌신을 잘 기억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지사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경기도의 정책을 설명했다. 그는 “경기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사업 지원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해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해외 거주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는 세계 곳곳에 있는 경기비즈니스센터(GBC)가 현지에서 도움을 드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잃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독립운동을 포함한 선열들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말미에 김동연 지사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 두 점(‘獨立’, ‘長歎一聲 先弔日本’)을 직접 꺼내 뜻을 설명했다. 이를 경기도가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소개하자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공감을 표했다.

한편 충칭은 상하이, 항저우, 광저우에 이어 1940년 9월부터 대한민국 마지막 임시정부가 자리 잡았던 곳이다. 중국 내 임시정부 중 최대 규모였으며 항일 독립전쟁 승리의 상징적 공간으로 꼽힌다.

/중국 충칭=이종철 기자 jc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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