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향토·생활사를 기록한 저서로 고일의 '인천석금(昔今)', 최성연의 '개항(開港)과 양관역정(洋館歷程)', 신태범의 '인천 한세기' 등이 주로 꼽힌다. 이들 책은 많은 시민에게 인천의 이해를 돕는 기폭제 구실을 했다. 아울러 인천의 지역사를 연구하는 후학들에겐 새로운 지식을 쌓게 하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 최근 향토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저서들은 인천의 보배인 셈이다.
'인천석금'과 '인천 한세기'는 그동안 언론과 책자 등에서 인용·보도되면서 그 가치를 널리 알렸다. 개항(1883년) 후 인천의 생활상을 알려면 이들은 필독서와 다름 없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는 상황에서, 역사적 관점을 갖고 무던히 애를 썼다는 점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근대 한국의 축소판으로 알려진 인천에서, 직접 체험한 글들은 만나는 일은 귀중하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개항과 양관역정'은 별로 이목을 끌지 못했다. 한자와 고어가 섞인 글을 일반 시민들이 읽기엔 부담스러운 탓이었다. 해반문화사랑회에서 2002년 현대어로 다듬는 윤문작업을 거쳐 다시 펴내긴 했어도, 여전히 열독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은 인천 향토사료로 높은 가치를 띤다. 일일이 서양식 건물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도면을 구해 남다르다. 인천 개항 후 사진과 함께 지역 건축물을 상세히 설명한 저서론 '개항과 양관역정'이 유일하다. 지역 건축학도들이 꼭 읽어야 하는 사료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처럼 인천인들에게 소중한 이 책을 재인식할 기회가 생겨 관심을 모은다. 동구 아벨서점은 오는 28일까지 '한 권의 책 개항과 양관역정'을 전시한다. 책을 만든 시대와 이유, 장정과 활자, 사진 자료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959년 7월 발행한 소안(素眼) 최성연(1914∼2000년)의 저서는 개항 이후 1950년까지 인천의 서양식 건물과 약사를 서술했다. 1부에선 인천 개항과 그 발전 경로, 2부에선 화도진과 개항사를 소개한 뒤 3부에선 인천항 일대 근대 건축물을 40여종으로 분류했다. 국내 최초 서양식 건물인 독일회사 세창양행 직원 사택을 비롯해 대불호텔, 제물포구락부, 홍예문, 미국 초대 공사 앨런 박사 저택, 각국 영사관, 우체사와 전보사 등이 올라 있다.
중구 율목동에서 태어난 소안은 1955년 동아일보사 현상 문예공모에 '핏자국'으로 당선돼 등단했다. 인천시사를 편찬하는 등 향토사학자로도 활동한 그의 첫 시조집 '은어'의 경우 검여 유희강이 제목을 쓰고, 천경자 화백이 그림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인천과 한국적인 문물을 깊이 있게 묘사한 이 책을 일독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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