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심 우후죽순 들어서
초고압선·소음 '기피시설' 전락
안양시민, 건립 반대 촛불집회
기관 “발암 연관성 없다” 입장
전문가 “노출 저감 정책 필요”
▲ 지난 7일 안양역 광장 앞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이 주민감사청구 연명부에 서명하는 모습./사진=노성우 기자
▲ 지난 7일 안양역 광장 앞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이 주민감사청구 연명부에 서명하는 모습./사진=노성우 기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기는 데이터센터가 유해 논란에 휩싸였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 연결의 핵심이 되는 서버를 한 곳에 집중 배치해놓은 시설이다.

'카톡 먹통사태'로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지만, 각종 장비와 초고압 전기선에서 발생하는 소음, 전자파 등으로 신종 기피시설로 전락했다. 심지어 데이터 이용 수요가 많은 도심지에 센터 건물이 들어서면서 지역 곳곳에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전자파 유해성 논란 속 데이터센터 계속 늘어

9일 부동산 컨설팅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시장 규모는 2021년 약 5조원에서 2027년 약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양시 외에도 용인시, 고양시, 김포시, 하남시, 인천광역시 등 수도권 곳곳에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돼 있는 만큼, 데이터 이용량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심지에 들어서는 데이터센터의 유해성을 우려하는 주민 반대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전파법 등에 따른 국내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은 833mG(밀리가우스)이다.

전자파 측정 전문업체들에 따르면 순수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일상생활 전자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안양시에서 논란이 되는 15만4000V 초고압선 매설공사의 경우에도 관로로부터 20m 떨어진 곳에선 전자파가 4mG 이하로 예상된다는 것이 A사 측의 주장이다.

한국전력공사도 WHO(세계보건기구) 연구결과 등을 인용하며 송전선로나 변전소 등 전력설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암 발생 간 연관성이 밝혀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스웨덴 연구진의 보고서 등을 토대로 4mG 이상의 전자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각종 암 발병률이 5.6배 증가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역주민, 중단하라

지난 7일 오후 4시30분 안양시 안양역 앞 광장.

LED촛불을 든 시민 100여명이 모였다. 시간이 갈수록 인원은 계속 늘어났다. 토요일 주말인데다 영하권 안팎의 쌀쌀한 날씨임에도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에서부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나온 학부모, 중장년층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했다.

광장을 지나가던 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며 관심을 보였다.

시민들이 이날 모인 이유는 지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안양시 관양동에 들어서는 통신업체 A사의 신규 데이터센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특고압선 지중화공사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공익 목적이 아닌 사기업의 데이터센터까지 전력을 공급할 목적으로 주거지뿐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학원 등을 가로질러 15만4000V(볼트) 초고압선을 매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집회 한켠에선 주최 측이 마련한 공익감사청구 연명부에 서명하려는 동참 행렬이 이어졌다. 이는 A사의 데이터센터 건축 관련 위법·부당한 행정처리에 대한 감사청구 목적으로, 주최 측은 3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 사전주의 원칙 강조…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처럼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법적기준보다 사전주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국내 상한치 833mG는 굉장히 높은 기준”이라고 지적한 뒤 “스위스나 유럽연합 등 선진국은 사전주의 원칙을 적용, 논란이 되는 요소에 대한 노출을 피하거나 줄이는 정책을 펼친다”고 말했다.

사전주의는 유해성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때까지 가능한 노출을 피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가 생활하면서 전자파 노출을 피할 수는 없지만 전자파에 민감한 그룹도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허용 가능한지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전자파 위해성 논란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전파공학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먼저 앞장서 검증도 하고 서로 이야기(공론화)도 해보면 좋은데 아직 이런 것은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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