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는 사람과 반려동물만 사는 게 아니다. 나무와 풀도 산다. 인천 출신 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은 이렇게 썼다. “도시는 어떠한 산과 들, 혹은 농촌 산촌과 같은 시골 마을보다 훨씬 다양한 식생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자연스러움이 모자랄지 몰라도 다양함에서만은 시골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 (<도시의 나무 산책기>) 사실이다. 출퇴근길에, 편의점 가는 길에 잠시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시라. 이름을 아는 나무보다 모르는 나무가 훨씬 많을 정도로 수종이 다양하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터이다. 나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2021년 말 현재 경기도 아파트녹지 전체 면적을 합치면 오산시 면적 42.7㎢보다 5㎢나 넓다. 여의도 면적의 16.4배에 이르고, 전체 조성녹지 면적의 23%를 차지한다. 경기도립수목원인 오산 물향기수목원의 125배가 넘는다. 지난 10년 간 경기도의 아파트녹지는 해마다 축구장 280개 크기만큼씩 늘어났다. 더구나 주차장을 모두 지하에 조성하고 지상은 녹지 공간으로 꾸미는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아파트녹지의 면적은 앞으로 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 <아파트녹지의 재발견, 도시의 핵심 그린인프라로 활용하자>)
'그린인프라'라는 용어에는, '동물복지 치킨'만큼은 아니지만, 꿀꺽 소화하기 껄끄러운 어감이 감돈다. 그래도 살고 싶은 도시를 지향하자는 선의만 취한다면 우리 도시의 그린인프라에서 아파트녹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더는 무시해선 안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아파트녹지는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곳이 99.9%다. 아파트녹지 관리비용은 도시공원 관리비용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관리소장이 나무에 애정이 있느냐 없느냐에 아파트 녹지 돌봄과 관리 상태는 천차만별이다.
수원시 장안구 조원2동 한일타운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2017년 여름 '한일두레'라는 조경 공동체를 자발적으로 조직했다. 나무와 자연에 관심 많은 한일두레 주민 50여 명이 힘을 합쳐 지난 몇 년 새 단지 내에 정원 4곳을 조성했다. '힐링의 정원', '설렘의 정원' 등 이름을 붙여줄 정도로 잘 가꾸었고, 옥상은 마을 텃밭으로 변했다. '한일두레' 성공에 힘입어 아파트 '정원두레' 운동이 곳곳으로 널리 번져 나가기를 기원한다. 그러자면 우리 아파트 나무를 찬찬히 둘러보는 주민, 아이들 손잡고 나무와 대화하고 공부하는 모임부터 늘어났으면 좋겠다. 수원그린트러스트가 추산한 바로는 한 세대가 월 1000원씩 더 부담하면 단지 내 나무들이 늘 건강할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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