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뒹굴거리며 '유 퀴즈 온 더 블록' 재방을 보다가 '저스트 절크(Just Jurk)'라는 댄스 크루를 알게 됐다. 춤은 딴 차원 세계이거기 여기며 살아온 눈에도 젊은이들 춤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검색해보니, 2016년 국제 춤 경연(Body Rock Dance Competition) 우승, 2017년 아메리칸 갓 탤런트 시즌 12에서 쿼터파이널까지 진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단독공연 등 경력이 화려하다. 직역하면 '그냥 바보'인 팀명을 쓰는 자신감 또한 남달라 보였다. '춤에 미친 바보들' 혹은 '춤밖에 모르는 바보들', 근사하다.
지난달 부산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오래 외국생활을 하다 귀국한 벗을 만나러 몇몇 지인이 동행했다. 숙소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후 한 분이 나서서 그동안 배운 '벨리 댄스' 시범을 보였다. 허리 돌아가는 품새와 어깨가 들썩이는 춤사위가 예사롭지 않았다. 교단에서 은퇴한 후 일곱 달을 배우고 익힌 솜씨라 했다. 그저 골반과 어깨를 흔드는 춤인 줄 알았더니, 단전에 힘을 모으고 견갑골을 이용해야 제대로 된 춤이라 했다. 아하! 저렇게 태가 나려면 상당한 수련과 훈련이 필요하구나! 새삼 깨달았다.
이서수 작가 단편소설 <춤은 영원하다>에 나오는 이모는 춤꾼이다. 흥이 필요한 자리, 예컨대 잔치나 장터 등지에서 좌중을 휘어잡는다. 이모의 춤은 '알잘딱깔센'이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몸을 과하게 흔드는 일 없이 골반을 슬쩍슬쩍 움직이고, 손가락을 한 번씩 튕기면서” 모두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그런 이모가 말한다. “춤은 테크닉이지. 근데 테크닉은 누군가 정해 놓은 규칙이야. 우스꽝스럽게 움직이지 말라는 규칙. 그러니까 테크닉보다 진심이 중요해” 소설에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춤도 등장한다. 평생 들일 집안일, 숨 막히는 숙명에 눌려 살던 할머니가 딱 한 번, 어머니가 한 번 시전하는 막춤. 팔다리와 신체 부위가 모두 따로 놀지만, 몰입할수록 평생 응어리가 저릿하게 전해지는 춤이다. 소설의 대단원에서 춤꾼 이모도 예의 '알잘딱깔센' 춤이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 진심의 막춤을 춘다.
터키 시인 나짐 히크메트는 '진정한 여행'이라는 시에서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이라 노래했다. 시인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그 때가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라고도 했다. 음력 계묘년이 닷새 남짓 남았다. '저스트 절크'도, 벨리 댄스 선생님도, 어머니와 이모도 그리고 당신도 진심 담은 춤을 추는 계묘년이기를….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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