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난방 세대다. 집에서는 19공탄을 땠고, 학교에서는 조개탄을 피웠다. 연탄 아끼려고 불구멍은 거의 닫아 놓고 살았다. 자다 깨서 탄을 갈아본 기억은 거의 없으나 낯엔 가끔 녹슨 부엌칼로 아래위 붙은 연탄을 내려쳐 떼 내는 일을 해야 했다. 후에 번개탄이라는 게 생겨 꺼뜨린 연탄불을 다시 지피는 일이 조금 수월해지기는 했어도, 번개탄에서 나는 맵고 독한 '까스'가 질색이었다. <검정고무신> 세대가 공유하는 기억이다.
자리끼가 얼어 터지는 방에서 자본 일은 없다. 잠들기 전 머리맡에 주전자에 물을 받아놓기는 했어도, 사발에 물을 따다 두는 건 사극에서나 봤다. 나무를 때면 새벽녘 방안 기온이 바람벽 바깥과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게다. 한술 더 떠 잉크병이 얼어 터지는 일도 자주 있었나 보다.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이용악 시인이 해방 전후에 썼다는 '그리움'이라는 시의 뒷부분이다. 잉크병도 어는 눈 내리는 밤, 잠 못 들고 백두산 근처 고향 마을을 그리는 마음이 절절하다. 신탄(薪炭) 세대의 노스탤지어.
신혼 때 연탄보일러 한밤중 탄갈이 당번은 당연히 나였다. 연탄 갈기는 힘들지 않았으나, 곤한 잠을 떼치는 게 고역이었다. 다음번 전셋집은 등유 보일러, 그다음은 가스보일러……. 20년쯤 뒤 일인데, 중앙난방 아파트로 이사했다. 관리실에서 각 방으로 연결되는 온수 배관을 다 열어놓으라 했다. 주로 쓰는 방만 난방으로 하나 가구 전체 난방을 하나 비용은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허허 참, 소형이어도 국내 최고 기업 브랜드 아파트였다. 당시 등유 보일러 집에 살던 동생은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불만이 대단했다. 없는 사람 생활비가 훨씬 더 든다는 게 말이 돼? 그게 정의로운 세상이냐고.
“에너지빈곤층이란 소득에 비해 에너지 지출 부담이 과도하거나, 적정수준의 난방(거실 21℃, 그 외 사용하는 방 18℃)을 하지 못하는 가구를 의미합니다. 정부에서는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이나 조명에 사용하는 가구를 에너지빈곤가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에너지공사' 홈페이지) 거실 21도, 방 18도가 적정수준이라고? 정말?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받아 든 거의 모든 가구가 분노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부랴부랴 긴급보조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파주시의 경우 전 가구에 2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하기로 했다.
발등의 불을 끄는 대로, 에너지빈곤층 어떻게 줄여나갈지 진지하게 논의하자. 기후위기 시대, 난방 전환도 정의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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