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한파보다도 더 싸늘했던 일제 강점기 시절은 우리의 말과 글과 이름과 그리고 젊음과 꿈도 모두 빼앗긴 암흑기였다. 윤동주는 나라의 독립을 희망하며 절망에 빠진 민족을 사랑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동주’는 일본 후쿠오카형무소에서 28세의 나이로 순국한다. 그의 詩 <참회록>은 암울한 역사에 처한 상황에서 자기성찰을 통하여 참회와 순수를 회복하려는 강한 의지가 담겼다.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 이다지도 욕될까 /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대체로 인간은 타인에게는 엄격하나 자신에게는 관대하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평가하듯 자신을 향한 객관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그것은 성찰(省察.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을 통해서 가능하다. 鑒/鑑(감)은 거울에 비추듯 밝게 보는 것이고, 遠(원)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감원(鑒遠)은 먼 것을 밝게 보는 것이다. 도덕경 제47장 鑒遠(감원-거울에 비추어 보다)에서는 도를 터득한 사람은 시공을 초월하여 천하의 일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거울’은 노자에서 가장 으뜸으로 치는 ‘물’에서 비롯되었음은 너무나 자명하여 군말을 더 보탤 여지가 없다.
본문에서 窺/闚(규)는 엿보다는 뜻이며, 牖(유)는 남쪽으로 난 창문을 말한다. 名(명)은 明(명)으로 쓰였다. 환하게 안다는 뜻이다.
문밖에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알 수 있다. 창밖을 엿보지 않아도 하늘의 이법理法을 알 수 있다. 밖으로 멀리 가면 갈수록 바르게 아는 것이 적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도를 터득한 성인은 그곳에 가지 않고도 알 수 있고, 그것을 보지 않고도 밝게 알 수가 있으며, 그 일을 하지 않고도 잘 이룰 수 있다. (不出戶 知天下. 不窺牖 見天道. 其出彌遠 其知彌少. 是以聖人不行而知, 不見而名, 無爲而成. 「道德經」 第47章-鑒遠)
鑒/鑑 감 [거울 / 본보기 / 안목]
①臣(신)은 잡혀 온 포로가 무릎 꿇고 머리를 숙인 채 치켜뜬 눈(目)이다. 포로 중에서 충성을 맹세한 자를 가려서 썼기에 ‘신하’라는 뜻이 되었다. ②監(살필 감)은 죄수들을 그물(皿) 같은 감옥에 잡아넣은 후에 관리들(臣+人)로 하여금 살펴보게(丶) 하는 것이다. 감옥監獄이 나온 배경이다. ③監(볼 감)은 눈(臣신)을 뜨고 대야(皿명)에 비친 자신(人)의 얼굴을 바라보는(丶)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다. 하지만 대야에 담긴 물을 쳐다보려니 머리카락이 늘어져 치장하기가 어려웠는데, 청동거울(金)이 출현함으로써 한껏 더 호사스럽게 가꿀 수 있게 되었다. ④鑑(감)은 신하(臣)가 시중들며 보여주는 귀족의 거울인 반면에 鏡(거울 경)은 민중의 거울을 의미한다.
누구나 거울을 본다. 위정자는 그것으로 자기의 면상面相을 볼 일이지, 철부지처럼 다른 사람에게 햇빛을 반사시켜 눈부시게 해서는 아니 될 일이다.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또꽤닮았소/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이상 詩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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