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성찰 로 참회와 순수 회복
▲ ★ 대야(監감)에 물을 담아 보다가 청동(金)으로 만든 거울(鑒/鑑.감)이 나왔다. / 그림=소헌

매서운 한파보다도 더 싸늘했던 일제 강점기 시절은 우리의 말과 글과 이름과 그리고 젊음과 꿈도 모두 빼앗긴 암흑기였다. 윤동주는 나라의 독립을 희망하며 절망에 빠진 민족을 사랑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동주’는 일본 후쿠오카형무소에서 28세의 나이로 순국한다. 그의 詩 <참회록>은 암울한 역사에 처한 상황에서 자기성찰을 통하여 참회와 순수를 회복하려는 강한 의지가 담겼다.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 이다지도 욕될까 /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대체로 인간은 타인에게는 엄격하나 자신에게는 관대하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평가하듯 자신을 향한 객관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그것은 성찰(省察.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을 통해서 가능하다. 鑒/鑑(감)은 거울에 비추듯 밝게 보는 것이고, 遠(원)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감원(鑒遠)은 먼 것을 밝게 보는 것이다. 도덕경 제47장 鑒遠(감원-거울에 비추어 보다)에서는 도를 터득한 사람은 시공을 초월하여 천하의 일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거울’은 노자에서 가장 으뜸으로 치는 ‘물’에서 비롯되었음은 너무나 자명하여 군말을 더 보탤 여지가 없다.

본문에서 窺/闚(규)는 엿보다는 뜻이며, 牖(유)는 남쪽으로 난 창문을 말한다. 名(명)은 明(명)으로 쓰였다. 환하게 안다는 뜻이다.

문밖에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알 수 있다. 창밖을 엿보지 않아도 하늘의 이법理法을 알 수 있다. 밖으로 멀리 가면 갈수록 바르게 아는 것이 적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도를 터득한 성인은 그곳에 가지 않고도 알 수 있고, 그것을 보지 않고도 밝게 알 수가 있으며, 그 일을 하지 않고도 잘 이룰 수 있다. (不出戶 知天下. 不窺牖 見天道. 其出彌遠 其知彌少. 是以聖人不行而知, 不見而名, 無爲而成. 「道德經」 第47章-鑒遠)

 

鑒/鑑 감 [거울 / 본보기 / 안목]

​①臣(신)은 잡혀 온 포로가 무릎 꿇고 머리를 숙인 채 치켜뜬 눈(目)이다. 포로 중에서 충성을 맹세한 자를 가려서 썼기에 ‘신하’라는 뜻이 되었다. ②監(살필 감)은 죄수들을 그물(皿) 같은 감옥에 잡아넣은 후에 관리들(臣+人)로 하여금 살펴보게(丶) 하는 것이다. 감옥監獄이 나온 배경이다. ③監(볼 감)은 눈(臣신)을 뜨고 대야(​皿명)에 비친 자신(人)의 얼굴을 바라보는(丶)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다. 하지만 대야에 담긴 물을 쳐다보려니 머리카락이 늘어져 치장하기가 어려웠는데, ​청동거울(金)이 출현함으로써 한껏 더 호사스럽게 가꿀 수 있게 되었다. ④鑑(감)은 신하(臣)가 시중들며 보여주는 귀족의 거울인 반면에 鏡(거울 경)은 민중의 거울을 의미한다.

누구나 거울을 본다. 위정자는 그것으로 자기의 면상面相을 볼 일이지, 철부지처럼 다른 사람에게 햇빛을 반사시켜 눈부시게 해서는 아니 될 일이다.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또꽤닮았소/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이상 詩 <거울>.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lt;수필처럼 한자&gt;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관련기사
[老子 한국을 말하다] 46. 솟구치는 탐욕을 버려라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의 남편은 의병을 일으켜 싸우다 전사한다. 그녀의 나이 46세에 3·1운동이 일어나자 일제와 맞서 싸우는 일이 남편의 원수를 갚는 길임을 깨닫고 국경을 넘어 ‘서로군정서’에 들어간다. 지사는 망명생활 6년만​에 사이토 마코토 총독을 주살하기 위해 국내에 잠입한다. 하지만 일경의 삼엄한 경계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32년 9월 ‘국제연맹 조사단’이 하얼빈에 파견된다는 소식을 접하자, 지시는 일제의 만행을 호소하기 위해 약손가락을 잘라 ‘朝鮮獨立願’이라고 쓴 후, 흰 천에 함께 싸서 조사단에 전달한다. 이 [老子 한국을 말하다] 45. 널리 덕을 행하라 “내 이름은 오드리 캐슬린 러스턴입니다. 태어난 곳은 벨기에지만, 어린 시절에는 네덜란드에서 자랐습니다. 독일군이 식량을 모조리 수탈해가는 바람에 튤립덩이뿌리를 캐 먹을 정도로 굶주림에 시달렸습니다. 그때 유니세프에서 지원해 준 음식을 허겁지겁 먹다 속탈이 났던 경험이 있지요. 그것은 훗날 내가 자선사업활동을 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사람들은 나를 향해 최고의 미녀 배우로 꼽으며 영원한 미의 상징으로 찬사를 보내지만, 그보다는 '박애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사람은 때로 실체와는 정반대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 [老子 한국을 말하다] 44. 가치의 기준을 세우다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여러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 기택(송강호 扮), 해머던지기 선수 출신인 어머니 충숙(장혜진 扮), 명문대 지망 4수생 아들 기우(최우식 扮), 미대 지망생 딸 기정(박소담 扮)은 반지하 집에서 살아가는 백수 가족이다. 집안에는 꼽등이와 바퀴벌레가 득실거리고, 그들은 피자박스 접기로 생계를 이어간다. 박 사장(이선균 扮)은 글로벌 IT 기업의 CEO로서 굉장한 부자다. 명문대생으로 위장한 기우는 그 집 딸의 고액과외를 맡게 되고, 이후 기정도 아들의 미술치료 과외 선생님으로 고용된다. 게 [老子 한국을 말하다] 43. 두루 쓰이다 “갈 길을 찾아 국자 위에서 버둥거리는 물방개를 본 일이 있는가? 좋은 경품 놔두고 '꽝'만을 찾아다니는 쇠 대야 안의 물방개. 나는 꽝이 아니라 잉어를 타고 싶다.”어릴 때 학교 앞에는 갖가지 야바위꾼들이 나를 유혹했다. 특히 물방개의 유혹은 강렬했다. ‘스뎅대야’에는 찰랑찰랑 물이 담겼다. 도톰한 물방개는 그 안에서 자유형을 즐겼다. 대야 안쪽은 물방개가 들어갈 만한 크기로 자잘하게 칸막이가 나눠져 있고, 칸막이마다 검정 매직으로 ‘잉어·꽝·용·꽝·단검·꽝·호랑이·꽝’이라고 쓰여 있다. 말하자면 운명의 수레바퀴, [老子 한국을 말하다] 48. 알고 있는 것을 잊는다 “결과가 수단을 정당한 것으로 만든다.” 마키아벨리(1469~1527)가 지은 「군주론」의 핵심이다. 당시 분열된 이탈리아의 통일을 위해서 군주는 강한 결단과 권모술수라는 수단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책은 서구 정치학의 고전이 되었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나라를 번영시키는 일이며,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하든 추앙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정치철학이 담긴 군주론은 극단적인 군주주의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심지어 교황청으로부터 금서禁書 목록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그가 노자를 만났다면 어떤 생각을 [老子 한국을 말하다] 50. 아주 소중한 삶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 가수 god <길>.더러는 사람의 일생을 계절에 비유하곤 하는데, 동지冬至 즈음의 이 시기를 말년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누구나 저마다의 길을 걷는다. 무엇이 소중한가? 돈인가 명예인가 사람인가. 貴(귀)는 소중하 [老子 한국을 말하다] 51. 덕을 쌓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사람이 가축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했다. “먼저 짐승 떼를 빙 둘러 울타리를 치고는 빠져나오려고 하는 놈 먼저 잡아먹고, 다음으로는 울타리 안에서 사납게 구는 놈을 잡아먹는다. 이때 겁먹은 놈에게는 먹이를 주며 새끼를 낳게 하곤 했더니 차차 사람 말을 잘 듣는 가축이 만들어졌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가축화로 인해 소·말·양·돼지·닭 등은 번식에 성공했다. 오늘날에도 비참하게 사육되고 도살되는 닭이나 돼지, 이 종種들에게 농업혁명은 끔찍한 재앙이다. 과연 성공한 종일까? 養(양)은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