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 적음보다 고르지 못함을 근심해야
▲ 戒(계)는 창(戈과)을 양손으로 들고( 공) 주위를 경계하다는 뜻에서 왔다./ 그림=소헌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여러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 기택(송강호 扮), 해머던지기 선수 출신인 어머니 충숙(장혜진 扮), 명문대 지망 4수생 아들 기우(최우식 扮), 미대 지망생 딸 기정(박소담 扮)은 반지하 집에서 살아가는 백수 가족이다. 집안에는 꼽등이와 바퀴벌레가 득실거리고, 그들은 피자박스 접기로 생계를 이어간다. 박 사장(이선균 扮)은 글로벌 IT 기업의 CEO로서 굉장한 부자다. 명문대생으로 위장한 기우는 그 집 딸의 고액과외를 맡게 되고, 이후 기정도 아들의 미술치료 과외 선생님으로 고용된다. 게다가 기택은 박 사장의 새로운 운전기사로 아내인 충숙도 가정부로 들어가게 된다. 박 사장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기택네 가족은 제집인 양 들어앉는다. 그들은 고급 양주를 털어 술판을 벌이고 비 오는 잔디밭을 바라보며 저택의 분위기를 만끽한다. 지하실 아래로 엄청나게 긴 계단이 이어졌고, 그 끝은 깜깜한 지하 공간이 있다. 그곳에는 또 다른 사람이 이미 기생寄生하고 있었다. - 영화 <기생충> 중에서.

立(입)은 당당하고 바르게 서는 것이고, 戒(계)는 삼가며 지켜야 할 규범을 말한다. 도덕경 제44장 立戒(입계-가치의 기준을 세우다)에서 사람은 道에 따라 살아야 함을 강조한다. 도는 無爲로 현현(顯現.명백하게 나타남)하며, 인위를 가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하게(自然) 행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탐욕과 소유욕을 버려야 한다. 여기에서 ‘무위’를 ‘행하지 않음’이라 풀이한다면 그것은 노자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가만히 놀면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가장 완벽한 무계획’이라는 해석이 가깝다. 한편 방향을 모르는 지배자가 “앞으로 가!”라고 강요하는 것은 人爲다.

명예와 내 몸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절실한가? 몸과 재물 중에서 어느 쪽이 더 귀중한가? 명예를 얻는 것과 생명을 잃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걱정스러운가? 그러므로 명예를 지나치게 좋아하면 반드시 그만큼 손상하게 될 것이며, 재물을 많이 쌓아두면 반드시 그만큼 잃게 될 것이다. 만족함을 알면 욕보이지 않을 것이며, 멈출 줄 알면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오랜 삶을 살게 된다.

(名與身孰親? 身與貨塾多? 得與亡塾病? 是故甚愛必大費. 多藏必厚亡.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道德經」 第44章-立戒)

 

 

戒 계 [경계하다 / 삼가다 / 규범]

①戈(과)는 창끝에 낫처럼 생긴 칼을 달아놓은 무기를 그린 글자다. ‘창/전쟁/싸움’을 뜻한다. ②廾(공)은 무언가를 잡고 있는 양손을 그린 글자다. ③戒(계)는 창을 들고 주위를 경계하다는 뜻과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또는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다(齋戒.재계)는 뜻으로도 쓴다. 또한 마땅히 따르고 지켜야 할 가치판단 기준(規範.규범)을 나타내기도 한다.

봉건제도하에서 소작인에게 받는 소작료와 이자수입 등의 불로소득으로 생활하는 지주를 ‘기생지주’라 한다. 그들은 영농기술 향상이나 농지개량에 관심이 적고 상업·고리대금업을 겸업하며, 부를 축적하였다. 이 땅에서는 호족이 득세하고 귀족사회가 형성된 10세기 이후 나타나기 시작하여 일제강점기에 가장 성행하였다. 전 농가에 대한 소작농 비율은 45%였으며, 소작료율(率)은 고율(5~6할)이었다. 1949년 농지개혁이 단행될 때까지 존속하였다.

언제부터 이 땅에 부자 생기고, 언제부터 이 땅에 머슴 생겼나? 위정자는 적음을 근심하지 않고 고르지 못함을 근심하여야 한다(不患寡患不均 불환과환불균).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lt;수필처럼 한자&gt;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관련기사
[老子 한국을 말하다] 43. 두루 쓰이다 “갈 길을 찾아 국자 위에서 버둥거리는 물방개를 본 일이 있는가? 좋은 경품 놔두고 '꽝'만을 찾아다니는 쇠 대야 안의 물방개. 나는 꽝이 아니라 잉어를 타고 싶다.”어릴 때 학교 앞에는 갖가지 야바위꾼들이 나를 유혹했다. 특히 물방개의 유혹은 강렬했다. ‘스뎅대야’에는 찰랑찰랑 물이 담겼다. 도톰한 물방개는 그 안에서 자유형을 즐겼다. 대야 안쪽은 물방개가 들어갈 만한 크기로 자잘하게 칸막이가 나눠져 있고, 칸막이마다 검정 매직으로 ‘잉어·꽝·용·꽝·단검·꽝·호랑이·꽝’이라고 쓰여 있다. 말하자면 운명의 수레바퀴, [老子 한국을 말하다] 42. 만물을 낳는 도의 조화 어리숙하지만 정의감 넘치는 공영탄(임창정 扮)은 서울에 가서 교사가 되려고 한다. 어처구니없이 머리카락이 길어서 경범죄로 잡혀 들어 온다. 그가 몰래 숨어든 교육대는 바로 삼청교육대였고, 교육 중 무리에서 낙오하여 강원도 작은 마을에 이른다. 그곳에서 교사로 근무하는데 북한에서 선미(박진희 扮)가 하는 대남방송이 시끄럽다고 불평을 털어놓는다. 이때 아이들은 “북한 사람들 다 나쁜 거 아니다.”라며 옹호하질 않나 마을 사람들이 수상하다고 느낀다.영탄과 선미는 이내 사랑에 빠졌고 마을 최연장자인 할머니의 생신 때 혼인하기로 한다. 장소 [老子 한국을 말하다] 41. 같으면서 다른 것 “대한제국이 문명개화에 이르지 못해 다른 나라에 예속될 경우 일본의 안전과 동양평화에 화근이 될 것이다.” 공판에서 밝힌 일제 검찰의 주장이었다. 안중근은 그들이 주장하는 문명개화론과 허구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통감부 통치는 오히려 대한제국의 독립에 도움이 되지 않고 동양의 분란을 초래하고 있다. 동양평화란 청, 일본, 대한제국, 샴, 버마 등 모든 아시아국이 대등한 독립상태에서 공존하는 것으로 어느 한 나라라도 독립하지 않은 상태로는 동양평화라고 말할 수 없다.”안중근은 옥중에서 미완성 집필한 「동양 평화론」에서 하얼빈 의거를 [老子 한국을 말하다] 40. 본래 쓰임대로 1860년대 조선 사회는 깊은 혼란과 위기에 놓여 있었다. 오랫동안 지속된 세도정치로 인해 국가 기강이 문란해졌고, 지방관의 횡포와 착취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농민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여기에 전염병 같은 천재지변과 서구를 비롯한 외세의 침략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성리학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사상을 필요로 하였다.'재가再嫁한 여자의 자손은 과거를 금지한다'는 굴레에 얽힌 최제우는 문과에 응시할 수 없었다. 그는 한때 무과를 준비하기도 했으나 모두 접고, 10년 동안 유랑하며 장사꾼으로 일한다. 고 [老子 한국을 말하다] 45. 널리 덕을 행하라 “내 이름은 오드리 캐슬린 러스턴입니다. 태어난 곳은 벨기에지만, 어린 시절에는 네덜란드에서 자랐습니다. 독일군이 식량을 모조리 수탈해가는 바람에 튤립덩이뿌리를 캐 먹을 정도로 굶주림에 시달렸습니다. 그때 유니세프에서 지원해 준 음식을 허겁지겁 먹다 속탈이 났던 경험이 있지요. 그것은 훗날 내가 자선사업활동을 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사람들은 나를 향해 최고의 미녀 배우로 꼽으며 영원한 미의 상징으로 찬사를 보내지만, 그보다는 '박애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사람은 때로 실체와는 정반대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 [老子 한국을 말하다] 46. 솟구치는 탐욕을 버려라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의 남편은 의병을 일으켜 싸우다 전사한다. 그녀의 나이 46세에 3·1운동이 일어나자 일제와 맞서 싸우는 일이 남편의 원수를 갚는 길임을 깨닫고 국경을 넘어 ‘서로군정서’에 들어간다. 지사는 망명생활 6년만​에 사이토 마코토 총독을 주살하기 위해 국내에 잠입한다. 하지만 일경의 삼엄한 경계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32년 9월 ‘국제연맹 조사단’이 하얼빈에 파견된다는 소식을 접하자, 지시는 일제의 만행을 호소하기 위해 약손가락을 잘라 ‘朝鮮獨立願’이라고 쓴 후, 흰 천에 함께 싸서 조사단에 전달한다. 이 [老子 한국을 말하다] 47. 거울에 비추어 보다 매서운 한파보다도 더 싸늘했던 일제 강점기 시절은 우리의 말과 글과 이름과 그리고 젊음과 꿈도 모두 빼앗긴 암흑기였다. 윤동주는 나라의 독립을 희망하며 절망에 빠진 민족을 사랑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동주’는 일본 후쿠오카형무소에서 28세의 나이로 순국한다. 그의 詩 <참회록>은 암울한 역사에 처한 상황에서 자기성찰을 통하여 참회와 순수를 회복하려는 강한 의지가 담겼다.「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 이다 [老子 한국을 말하다] 48. 알고 있는 것을 잊는다 “결과가 수단을 정당한 것으로 만든다.” 마키아벨리(1469~1527)가 지은 「군주론」의 핵심이다. 당시 분열된 이탈리아의 통일을 위해서 군주는 강한 결단과 권모술수라는 수단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책은 서구 정치학의 고전이 되었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나라를 번영시키는 일이며,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하든 추앙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정치철학이 담긴 군주론은 극단적인 군주주의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심지어 교황청으로부터 금서禁書 목록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그가 노자를 만났다면 어떤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