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거나 다스리지 않는 道 필요
▲ 양(羊양)에게 먹이(食밥 사)를 주어 기르는 데서 養(기를 양)이 되었다. / 그림=소헌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사람이 가축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했다. “먼저 짐승 떼를 빙 둘러 울타리를 치고는 빠져나오려고 하는 놈 먼저 잡아먹고, 다음으로는 울타리 안에서 사납게 구는 놈을 잡아먹는다. 이때 겁먹은 놈에게는 먹이를 주며 새끼를 낳게 하곤 했더니 차차 사람 말을 잘 듣는 가축이 만들어졌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가축화로 인해 소·말·양·돼지·닭 등은 번식에 성공했다. 오늘날에도 비참하게 사육되고 도살되는 닭이나 돼지, 이 종種들에게 농업혁명은 끔찍한 재앙이다. 과연 성공한 종일까?

 

養(양)은 기른다는 뜻인데, 몸과 마음을 갈고닦아 품성이나 지식 따위를 높은 경지로 끌어올린다(修養수양)는 뜻으로도 쓴다. 德(덕)은 도에 근거하여 행하는 것이다. 도덕경 제51장 養德(양덕-덕을 쌓다)에서는 소유하지 않고 개입하지 않는 사람이 덕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도는 모든 공을 이루면서도 스스로 명예를 취하는 것이 없고, 만물을 입히고 먹이면서도 주인 노릇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며(제34장), 훌륭한 덕을 지닌 사람은 스스로 그것을 의식하지 않고 무위자연에 따라 행동하며 인위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제38장). 만물은 道의 분화된 형상이며, 무형의 도가 형상화 된 것이 바로 德이다. 도덕은 다른 것으로부터 지배되지 않고 오직 스스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自然).

본문에서 之(지)는 物(물)을 가리킨다. 勢(세)는 자연 이치를 포괄적으로 이르는 것이며, 命(명)은 간섭하고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亭(정)은 停(정)이나 亨(형)으로 보기도 하며, 毒(독)을 준다는 말은 단련시킨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아울러 본문 뒷부분 ‘生而不有’ 이하 문장은 제10장에서도 똑같이 썼다.

 

도는 낳고 덕으로 기른다. 만물은 음양의 기로 형상을 이루고 자연의 힘으로 자라게 한다. 그러므로 만물은 도를 존중하고 덕을 귀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없다. 도를 존중하고 덕을 귀중하게 여기는 것은 남이 시켜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고, 언제나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도가 만물을 낳고 덕으로 기른다. 자라게 하고 화육하며, 때로는 멈추게도 하고 독을 주기도 한다. 또한 먹여주고 상처가 나면 덮어서 보호해 준다. 도는 낳았으나 소유하지 않고, 모든 것을 이루었으나 기대려 하지 않고, 키웠으나 개입하거나 다스리지 않는다. 이를 현묘한 덕이라 한다. (道生之 德畜之. 物形之 勢成之. 是以萬物莫不尊道而貴德. 道之尊 德之貴 夫莫之命而常自然. 故道生之 德畜之. 長之育之 亭之毒之 養之覆之.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爲玄德. 「道德經」 第51章-養德)

 

 

養 양 [기르다 / 수양하다 / 봉양하다]

①갑골문에 보이는 養(양)의 처음 글자는 羊(양)과 양치는 막대기를 잡은 攴(칠 복)자였다. 가축을 몰아 기른다는 표현이다. ②지금은 양(羊)에게 먹이(食밥 사)를 주는 모습으로 養(양)이 되었다. ③養(양)은 아이를 낳아서 기르거나 수양자식을 들이는 글자이며, 부모님께 귀한 양고기로 봉양奉養하는 글자이기도 하다. 養(양)을 간략하게 养(양)으로 쓴다.

인지혁명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게 된 ‘사피엔스’는 농업혁명을 거치며 더욱 전염병과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야 했다. 이후 돈·제국·종교로 나타난 인류통합과 다가올 과학혁명으로 ‘호모데우스(神)’를 꿈꾼다고 유발 하라리는 비판했다. 그는 ‘소유하거나 다스리지 않는 道’를 명확히 이해하였다.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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