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만할 때 잃게 된다
▲ 검소하다(儉검)에는 넉넉하지 못한 민중(口+口.人+人)의 삶이 담겨 있다. / 그림=소헌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의 남편은 의병을 일으켜 싸우다 전사한다. 그녀의 나이 46세에 3·1운동이 일어나자 일제와 맞서 싸우는 일이 남편의 원수를 갚는 길임을 깨닫고 국경을 넘어 ‘서로군정서’에 들어간다. 지사는 망명생활 6년만​에 사이토 마코토 총독을 주살하기 위해 국내에 잠입한다. 하지만 일경의 삼엄한 경계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32년 9월 ‘국제연맹 조사단’이 하얼빈에 파견된다는 소식을 접하자, 지시는 일제의 만행을 호소하기 위해 약손가락을 잘라 ‘朝鮮獨立願’이라고 쓴 후, 흰 천에 함께 싸서 조사단에 전달한다. 이후 1933년 만주국 일본대사 무토 노부요시를 암살하려 했으나, 일경에 붙잡혔다. 옥중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은 후 석방되었으나, 이내 순국하였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먹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에 있다.” 영화 <암살>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남자현 지사는 병들고 상처받은 애국청년들에게 항상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였다.

도덕경은 전체 81장으로 이루어졌다. 그중에 ‘욕심(欲)’을 소제로 삼은 것은 제12장 檢欲(검욕.욕심을 살펴보라)과 본문인 제46장이다. 앞에서는 인간은 물론 육체적인 동물이지만 보고 듣고 맛보는 것은 필수적으로 신체를 유지하는 선에서 멈추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道를 넘은 탐욕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걱정과 두려움을 만들어 낸다고 경계하였다. 儉(검)은 사치하지 않고 꾸밈이 없는 것이고, 欲(욕)은 무언가를 탐내는 것이다. 도덕경 제46장 儉欲(검욕-솟구치는 탐욕을 버려라)에서는 분수를 지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知足) 하였다. 이러한 사상의 원류는 서구의 그것과 구별된다. 외형의 확장을 위한 욕심을 버리고 내면의 세계를 닦아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인간의 존엄성(휴머니즘)을 지니게 된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전장에서 달리며 싸우는 말도 되돌려 논밭을 경작하게 된다. 그러나 천하에 도가 없으면 새끼 밴 암컷까지 군마로 뽑아 싸움터에서 새끼를 낳게 마련이다. 만족함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화가 없고, 움켜쥐려고 하는 탐욕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 그렇기에 만족함(知足)의 경지에서 흡족하게 여기는 것이 참되고 영원한 만족이다.

(天下有道 卻(却)走馬以糞. 天下無道 戎馬生於郊. 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 故知足之足 常足矣. 「道德經」 第45章-洪德

 

儉 검 [검소하다 / 넉넉하지 못하다]

①僉(모두 첨)의 윗부분 亼(모일 집)은 三合(삼합.세 가지가 어울림)과 吅(부르짖을 훤.口+口)과 从(좇을 종.人+人.본자는 從)이 합쳐진 보기보다 까다로운 글자다. 여기에서 吅(훤)과 从(종)은 여러 사람들을 뜻한다. ②僉(첨)은 여러 사람들(人+人)이 모두 모여서(合합) 웅성거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③여기에 또 사람(亻.人)을 더했으니, 평범하고 검소한(儉) 사람들을 의미하게 되었다. ④儉(검)에는 ‘흉작’이라는 뜻도 있는데, 그 옛날 넉넉하지 못했던 민중의 삶이 담겨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릇에 물이 가득 차면 넘치게 되며, 사람은 자만할 때 잃게 된다. (器滿則溢 人滿則喪기만즉일 인만즉상). 석봉 한호는 자기 분수에 만족하여 다른 데 마음을 두지 아니한 삶을 살았다. 그가 쓴 시를 소개한다. “짚방석 내지 마라 낙옆엔들 못 앉으랴. 솔불 켜지 마라 어제 진 달 솟아 온다. 아해야 변변치 못한 술과 산나물일망정 없다 말고 내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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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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