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수단을 정당한 것으로 만든다.” 마키아벨리(1469~1527)가 지은 「군주론」의 핵심이다. 당시 분열된 이탈리아의 통일을 위해서 군주는 강한 결단과 권모술수라는 수단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책은 서구 정치학의 고전이 되었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나라를 번영시키는 일이며,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하든 추앙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정치철학이 담긴 군주론은 극단적인 군주주의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심지어 교황청으로부터 금서禁書 목록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그가 노자를 만났다면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 새끼를 묶어서 문자로 사용해야 한다.” 노자가 추구하는 정치철학은 무위無爲로 귀결된다. 그것은 仁이나 禮로 다스리지 않는 정치를 말한다. 따라서 유가儒家의 학풍과도 상반된 견해를 갖는다. 小國寡民(소국과민)은 작은 국토와 적은 民人을 지향하는 국가관으로 노자가 그린 이상적인 나라다. 문명의 이로움이 있어도 쓰지 않고, 백성이 먼 곳으로 떠돌지 않게 한다. 비록 배나 수레가 있어도 타고 다닐 필요가 없고, 무기가 있어도 쓸 필요가 없다. 문명은 자연법칙과 도리를 따라 선용善用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니 차라리 없었던 것만 못하다. 보라 오늘날 과학이 눈부시게 발달함으로 인해 오히려 극심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忘(망)은 잊는 것이고, 知(지)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말한다. 도덕경 제48장 忘知(망지-알고 있는 것을 잊는다)에서는 더 좋은 것(道)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다른 것은 모두 잊어야 함을 논하고 있다. 본문에서 ‘學(학)’은 인의예지를 추구하는 유가적인 학문을 뜻한다. 노자는 이러한 인위적인 법도를 반대한다. ‘無爲(무위)’야말로 민중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제18장(속박俗薄)에서는 속세에 도가 없으면 이를 대신하여 인의예지仁義禮智 등이 판을 치게 된다고 보았다. ‘取(취)’는 천하를 취하는 것으로 다스린다(治치)는 뜻이다. 及(급)은 若(약)으로 썼으며, 有事(유사)는 교령이나 형벌로 다스린다는 뜻이다.
학문을 하면 나날이 일삼는 일이 늘어나고 도를 행하면 나날이 일삼는 일이 줄어든다. 줄고 또 줄어 나중에는 무위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무위의 경지에 들면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게 된다. 천하를 다스리고자 한다면 반드시 무위해야 한다. 만약에 有事로 꾀하려고 한다면 천하를 잘 다스릴 수가 없다.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 取天下常以無事. 及其有事 不足以取天下. 「道德經」 第48章-忘知)
寡 과 [적다 / 홀로 되다 / 돌보다]
①寡(과)의 유래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②한 집안(宀면)의 머리인(頁혈.변형) 남편과 헤어져(分분) 여자 혼자 산다는 뜻과 ③집(宀)에 저장해 둔 재물을 나누어(頒반) 주면 줄어든다는 데서 적다는 뜻이 되었다. ④말수가 적고 침착한 사람을 ‘과묵하다’고 하는데, 그 寡默(과묵)이다.
덕 있는 임금은 자신을 표현할 때 스스로 낮추어 부족한(寡) 것을 강조하여 寡人(과인)이라고 한다. 백성을 잘 돌보지 못하여 곡식보다 못하다는 不穀(불곡)과도 통한다. 현명한 군주는 仁이나 禮로 다스리지 않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하려고 애쓰지 말라. 학문이나 정치나 ‘일’로써 하면 함께 족쇄도 커지면서 일삼는 일이 늘어난다. 이에 비해 도를 실행하면 그 족쇄를 벗게 되어 인위적으로 일삼는 일이 줄게 되고 자연스럽게 나라는 부강하게 된다.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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