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 시설 건립 도시 브랜드 제고 접목
'플래그십 개발' 성공 사례 영국 리버풀
옛 항구 일대 박물관·미술관 지구 조성
쇠락한 도시서 유럽문화수도로 거듭나
2027년 5월 문 여는 '인천뮤지엄파크'
우리나라 첫 공립 박물관 '시립박물관'
신설 '시립미술관' 품는 복합문화시설
시너지 효과 낼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을
First Ever, 최초를 넘어 최고가 되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최초가 되고 인천 최고를 의미하는 'First Ever'를 인천 도시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설정했다.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작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수많은 문화유산들을 보유하고 있다. 인천이 갖는 입지적 중요성은 인천을 '최초'들이 시작된 도시로 만들었다. 1883년 개항 이후 인천을 통해 각종 근대문물이 도입되었고, 인천은 국제도시로 변모해 가며 다양한 최초들이 시작됐다. 그중에는 최초의 공립박물관도 포함된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4월,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박물관인 인천시립박물관이 개관했다. 77년의 역사를 간직한 최초의 공립박물관은 이제 최고가 되기 위해 2027년 새로운 곳으로의 이전을 준비한다.
글로벌 도시의 비전을 바꾼 문화시설
플래그십 개발(flagship development)은 뮤지엄(박물관, 미술관)을 도시 브랜드 제고에 활용하는 대표적 전략 중 하나이다. 플래그십 개발이란 지역을 대표하고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건립하는 문화공간, 경기장, 컨벤션 센터 등의 상징적인 시설을 통해 다양한 연쇄 효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 플래그십 개발은 문화가 도시 개발을 선도하는 효과에 주목하여 문화시설 설립의 형태로 다양하게 추진되어 왔다. 이 중 뮤지엄은 문화가 관광, 산업과 연계되어 활용될 수 있는 파급력 때문에 도시 브랜드의 국내외 이미지를 높이는 중요한 플래그십 개발의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스페인의 비아트리스 플라자(Beatriz Plaza)는 플래그십 역할을 하는 뮤지엄이 그 탄생 배경, 발전 과정, 소장품을 통해 형성되는 서사(narrative), 건축물의 시각적 효과, 뮤지엄이 보유한 창조와 혁신의 이미지로 지역의 상징 자본이 되며, 강력한 장소브랜드 형성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리버풀, 스페인의 빌바오, 프랑스의 메츠, 일본의 가나자와 등과 같은 도시들이 뮤지엄을 통한 플래그십 개발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편 일정한 공간에 박물관·미술관이 집합된 형태인 뮤지엄 콤플렉스(museum complex)는 다양한 문화와 사회가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각각의 또는 집합으로서의 뮤지엄들이 보유한 유무형의 콘텐츠들로 도시 브랜드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패러다임으로 주목받는다. 즉 개별 뮤지엄들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상호 연계를 통하여 사람들에게 도심에서 폭넓고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하게 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문화도시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인스티튜션, 영국 리버풀의 국립리버풀박물관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박물관 광장, 독일 베를린의 박물관섬, 오스트리아 빈의 박물관 광장, 일본 동경 우에노 공원의 박물관 단지 등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뮤지엄 콤플렉스이다.
인천과 유사한 지역성을 지닌 영국 리버풀
영국 중서부에 위치한 리버풀은 인천과 비슷한 지역성을 가진 도시이다. 리버풀은 역사적으로 영국의 중요한 항구 도시로 무역 거래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북아메리카로의 또는 영국으로의 이민이 이루어진 출발항이자 입국항이었다. 이에 따라 리버풀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인 공동체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프리카계 흑인 공동체가 형성된 이민의 상징적 도시이기도 하다. 또한 1830년에 리버풀과 맨체스터를 연결하는 영국 최초의 도시 간 철도가 건설되었고, 1930년에는 영국 최초의 지방 공항도 건립됐다. 인천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이민이 시작된 곳이자 최초로 도시 간 철도가 건설된 곳으로 교통의 발달이 다른 도시들보다 먼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리버풀과 공통점이 있다.
인천과 유사한 지역성을 가진 리버풀에는 국립리버풀박물관군(National Museums of Liverpool)에 속한 7개의 박물관, 미술관들이 있다. 그중 리버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고 있는 리버풀박물관(Museum of Liverpool)은 모든 지역을 다뤄왔던 영국 내 다른 지역박물관들과는 달리 일찍이 지역사 수집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지역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했다. 인천시립박물관도 최초의 공립박물관으로서 다른 도시들보다 먼저 지역 유물들을 수집했기에 두 박물관 모두 지역성을 중요시한 박물관으로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럽문화수도 리버풀을 만든 뮤지엄들
리버풀은 약 50만 명이 거주하는 영국 내 인구 9위의 도시이다. 쇠퇴한 공업도시라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도시가 가진 문화유산을 활용하여 뮤지엄을 중심으로 한 문화도시로의 발전을 추구하여 왔다. 그 결과 과거 영국의 관문 역할을 했던 항구는 이제 문화도시의 메카로 활용되어 그 일대는 박물관·미술관 지구를 이루게 됐다. 현대미술을 다루는 세계적인 미술관인 테이트 리버풀(Tate Liverpool)과 2011년 새롭게 개관한 리버풀박물관을 중심으로 해양박물관(Maritime Museum), 국제노예사박물관(International Slavery Museum), 비틀즈박물관(The Beatles Story) 등 리버풀의 지역성을 담은 뮤지엄들이 도크를 에워싼 붉은 벽돌 건물들에 집중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바로 앞에는 사진예술 전시 공간인 오픈아이갤러리(Open Eye Gallery)가 문을 열었으며, 도보 20분 이내의 거리에는 자연사를 다룬 세계박물관(World Museum)과 영국 미술을 전시하는 워커아트갤러리(Walker Art Gallery)도 있어 리버풀을 방문한 관광객은 한 도시 안에서 거의 모든 장르를 망라한 박물관, 미술관들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리버풀이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이러한 하드웨어적 인프라 구축만이 아니었다. 리버풀은 1999년 리버풀 비엔날레를 시작하여 예술을 통해 도시를 변화시켜 왔으며, 올해에는 6월10일부터 9월17일까지 개최하여 테이트 리버풀을 비롯하여 도시 전역에서 동시대 미술을 통해 더 많은 관광객을 유혹할 예정이다. 과거 산업혁명과 노예무역을 통해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어 주었던 노후한 항만 시설들에 뮤지엄들이 거점을 마련하고 관련 행사를 유치함으로써 리버풀은 2008년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되는 성공을 이루었다. 2022년 기준 리버풀 누적 방문객 수는 7170만 명에 이르러 영국 내 5위를 기록했다.
인천뮤지엄파크의 비전, 최초를 넘어 최고의 뮤지엄으로
지난 12월, 인천뮤지엄파크의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이 발표됐다. 인천뮤지엄파크는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에 건립되는 연면적 4만2828㎡ 규모의 미술관, 박물관과 예술공원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이다. 내년 공사에 착수하여 2027년 5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인천뮤지엄파크 '건립(建立)'에 대한 부분은 이미 윤곽이 그려졌다.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 도시에 걸맞은 기관으로 어떻게 '설립(設立)'하여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앞서 언급했듯이 문화시설, 특히 뮤지엄을 통해 도시 브랜드가 제고된 사례들이 많았다. 인천은 이제 이런 사례들을 기반으로 유휴공간 시설을 활용한다는 차원이 아닌 향후 글로벌 문화도시의 비전을 제시하는 공간으로 뮤지엄파크가 어떻게 나아갈지 정립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뮤지엄파크는 이전할 시립박물관과 신규의 시립미술관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시를 대표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한 공간에 위치하는 것은 국내 최초의 사례이다. 우리나라 최초 공립박물관의 도시 인천은 이제 박물관과 미술관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또 다른 최초를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박물관과 미술관의 각각 비전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두 기관이 서로 상생하며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초를 넘어 최고의 뮤지엄을 지닌, 시민이 행복한 세계 초일류 도시 인천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현아 인천시 문화기반과 주무관·학예연구사
/공동기획=인천일보·인천학회·인천도시공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