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주거복지센터 나재설 센터장]
▲ 나재설 인천광역주거복지센터장이 지난 18일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문을 연 인천광역주거복지센터는 주거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에 상담과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 창구다. 나재설(62) 센터장은 이 중 주거 사각지대로 불리는 쪽방, 컨테이너, 창고 등 비거주시설에 사는 취약계층에게 공공과 민간 자원을 연계하는 일을 주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눈부신 도시의 성장과 개발의 저 먼 끝자락조차 가닿지 못하는 이면을 들추고 개선하는 그에게 화장실 없는 집들에 대한 구상과 합리적 조언을 구했다.

인천광역주거복지센터의 역할이 종국에는 주거 빈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있기 때문이다.

 

쪽방에서 여인숙, 고시원에서 판자촌…형태를 바꿔 반복되는 가난한 주거

인천 미추홀구 학익소로 63번길 일대에 위치한 한 가정집.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인근 공중 화장실을 이용한다.
인천 미추홀구 학익소로 63번길 일대에 위치한 한 가정집.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인근 공중 화장실을 이용한다.

“주거 지원사업을 통해 쪽방, 여인숙, 고시원 등을 벗어났지만 여전히 열악한 이곳으로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어요. 양극화가 심화되는 도시 구조는 참 난제지만 그럼에도 공적 영역에서 다양한 해결방안을 계속 제시해야죠.”

센터는 현장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주거상향 지원사업, 희망의 집수리사업, 고령친화 맞춤형 집수리 사업 등의 대상자 발굴과 선정을 위해서 직원들이 우선하여 실 거주 환경을 살펴보기 때문이다.

방문하는 곳마다 쇠퇴하고 낡아가는 도시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한다. 쪽방 등은 내부에 화장실이 없어 이곳에 거주하는 이들은 외부에 별도로 마련된 공용 화장실을 이용한다. 그나마 관리가 잘된 곳은 다행인데, '어떻게 사용할까' 싶은 곳도 많다.

인천 동구 등지에 재개발 구역으로 묶인 여인숙과 같은 비주거시설들의 환경은 더욱 심각하다.

그는 “주로 동 행정복지센터나 쪽방상담소와 연계해서 직원들이 현장 방문을 하곤 한다. 듣다시피 화장실 문제는 물론 반지하의 곰팡이와 악취, 장마철 비 샘, 여름철 더위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라고 말했다.

 

맹목적인 지원 혜택은 임시방편에 그쳐, 근본의 자력 길러야

인천시 동구 송현동 일원에 공중화장실과 집들이 나란히 위치해 있다.<br>
인천시 동구 송현동 일원에 공중화장실과 집들이 나란히 위치해 있다.<br>

곳곳에 예정된 재개발은 집주인들에게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의 단어지만, 현재 머무는 사람들에게는 벌레와 더위, 가난함과 공존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어렵사리 인천도시공사(iH)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연계해 이들의 거처를 옮기려 해도 열악한 주거 환경을 벗어나기 주저하는 이들도 많다.

나 센터장은 “외부에서 볼 때는 물리적 환경이 좋아지면, 행복해 질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일부 분들은 벗어나기 무서워한다”라며 “원래 지내던 곳에서의 인간관계가 있다 보니, 옮겨가면 외딴섬처럼 정서적 측면의 어려움도 겪는다. 또 집이라는 공간을 오롯이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관리비와 공과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일하지 않는 분들도 많아서다”라고 덧붙였다.

이주가 이뤄져도 또다시 열악한 주거 환경에 새로운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는 인천을 포함한 대도시권이 직면한 문제로, 도시의 급격한 성장과 발전 뒤에 숨겨진 단면이다.

그래서 나 센터장은 주거정책 관련 법 체계의 최상위법인 '주거기본법'처럼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과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봤다.

 

화장실 없는 집, 제도권에서 접근 가능

▲ 인천 미추홀구 학익소로 63번길 일대에 위치한 한 가정집 내부 모습.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현관에 있는 수도를 통해 샤워 등을 해결하고 있다.
▲ 인천 미추홀구 학익소로 63번길 일대에 위치한 한 가정집 내부 모습.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현관에 있는 수도를 통해 샤워 등을 해결하고 있다.

그는 “주거기본법에 보면 지자체장이 주거복지센터를 설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인천과 서울, 경기에 센터가 들어섰다. 현재 서울은 25개 자치구별로 센터가 있다”라며 “인천의 경우 미추홀구에 별도로 센터가 있고, 그 외 지역은 광역센터가 관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천시에도 별도 주거기본 조례가 제정돼 있다. 이를 근거로 시는 주거복지센터를 설립하고 iH에 위탁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나 센터장은 도심 속 가속화되는 주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득과 계층별로 세분된 다양한 주거형태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아직 센터의 존재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인천 권역별로 센터 확충도 필요한데, 예산이 수반되다 보니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그는 “현재 센터에도 상담사가 상주해 있고, 별도로 간석동에도 이주지원 상담소를 설치해 2명의 전문 주거복지 상담사가 근무하고 있다. 주거 취약 계층뿐 아니라 주거와 관련한 상담은 다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센터는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주거정책과 주거복지사업에 대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나 센터장은 현재 센터에서 진행하는 주택개조나 주거정착 지원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발굴로 주거 취약계층부터 일반 가구까지 확대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나 센터장은 “센터에서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행정기관은 물론 주거복지와 관련된 민간단체 등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하고 있다”라며 “다양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 사업 발굴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해윤·정혜리 기자 yu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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