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일부지역 상상 이하 여건
공동화장실 사용에 기본권 제한
악천후·심야시간대 안전 문제도
민선8기 인천시는 세계 초일류도시를 존재론적 목표 지점에 두고 이르러 가고 있다. 첨단의 작업이 역동하고 국제성을 띈 조직들이 모여 번영을 이루기를 도모하며 모든 도시계획이 뚜렷하게 흐르는 중이다.
이 찬란하고도 선진적인 움직임의 뒷장에는 그러나 아주 극단적인 이형(異形)이 존재하기도 한다. 인천일보는 집 안에 화장실 없이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이 인천 도처에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개인과 가정이 지내고 사는 핵심 단위인 집. 이 집안에서 인간 기본욕구 중 가장 원초적일 수 있는 배설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21세기를 관통하는 현대 사회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해당 주거형태를 따라가 봤다. 미추홀구, 동구, 서구, 중구 등지에 있는 이 집들은 대개 무허가이거나 정화조를 묻을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크기라서 화장실을 설치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이런 마을 혹은 구역의 집들은 공동화장실이나 공중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몸을 닦는 일은 바가지와 대야를 한 켠에 두고 겨우 집안에서 처리하는 정도였다.
거주민 들은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왔거나 어릴 때부터 오랜 세월을 거쳐 이렇게 지내온 터라 삶에 적응한 모습이었다. 아예 그런 주민들만 쓸 수 있도록 전용 외부 화장실을 설치한 동네도 있었다.
다만 덥고 추운 악천후나 캄캄한 심야에 오직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위험에 노출된다는 안전 문제가 있었다.
또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으로 집안에 격리하며 외출이 금지될 때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기도 했다.
앞으로 3편에 걸쳐 이렇듯 화장실 없는 집에 관해 싣는다. 화려하고 빛나는 도시를 설계하며 선전하는 인천시의 극명하게 다른 실태를 통해 정확하게 자기를 직시하고 방향성을 살펴 보자는 취지다.
/장지혜·정회진·박해윤 기자 jjh@incheonilbo.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