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도시 인천의 그늘: 화장실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 (상)

원도심 일부지역 상상 이하 여건
공동화장실 사용에 기본권 제한
악천후·심야시간대 안전 문제도
▲ 인천시 동구 만석동 9-190 일원에 있는 공동화장실.
▲ 인천시 동구 만석동 9-190 일원에 있는 공동화장실.

민선8기 인천시는 세계 초일류도시를 존재론적 목표 지점에 두고 이르러 가고 있다. 첨단의 작업이 역동하고 국제성을 띈 조직들이 모여 번영을 이루기를 도모하며 모든 도시계획이 뚜렷하게 흐르는 중이다.

이 찬란하고도 선진적인 움직임의 뒷장에는 그러나 아주 극단적인 이형(異形)이 존재하기도 한다. 인천일보는 집 안에 화장실 없이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이 인천 도처에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개인과 가정이 지내고 사는 핵심 단위인 집. 이 집안에서 인간 기본욕구 중 가장 원초적일 수 있는 배설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21세기를 관통하는 현대 사회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해당 주거형태를 따라가 봤다. 미추홀구, 동구, 서구, 중구 등지에 있는 이 집들은 대개 무허가이거나 정화조를 묻을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크기라서 화장실을 설치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이런 마을 혹은 구역의 집들은 공동화장실이나 공중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몸을 닦는 일은 바가지와 대야를 한 켠에 두고 겨우 집안에서 처리하는 정도였다.

거주민 들은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왔거나 어릴 때부터 오랜 세월을 거쳐 이렇게 지내온 터라 삶에 적응한 모습이었다. 아예 그런 주민들만 쓸 수 있도록 전용 외부 화장실을 설치한 동네도 있었다.

다만 덥고 추운 악천후나 캄캄한 심야에 오직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위험에 노출된다는 안전 문제가 있었다.

또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으로 집안에 격리하며 외출이 금지될 때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기도 했다.

앞으로 3편에 걸쳐 이렇듯 화장실 없는 집에 관해 싣는다. 화려하고 빛나는 도시를 설계하며 선전하는 인천시의 극명하게 다른 실태를 통해 정확하게 자기를 직시하고 방향성을 살펴 보자는 취지다.

/장지혜·정회진·박해윤 기자 jjh@incheonilbo.com

▲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소로 63번길에 있는 '학익마을공중화장실'.
▲ 인천시 미추홀구 학익소로 63번길에 있는 '학익마을공중화장실'.
▲ 인천시 동구 만석동 9-608 일원에 있는 공중화장실. 화장실로 들어가는 골목이 성인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다.
▲ 인천시 동구 송현동 일원에 공중화장실과 집들이 나란히 위치해 있다.

 



관련기사
[화장실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 (상) 폭 50㎝ 길 지나야 '볼일'…빈부 사회의 쓰라린 단면 “못나서 여기서 계속 사는 거죠. 용변은 공동화장실, 샤워는 집 안에서 해결합니다. 겨울이요? 겨울엔 추워서 목욕탕으로 가야 해요.”지난 21일 찾은 인천 미추홀구 학익소로 63번길. 넓지 않은 도로를 경계로 한편에는 아파트 단지가, 반대편에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은 허름한 집들이 조화롭지 못하게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도심 속 이질적 풍경을 띄는 골목 속, 집 한 채는 이번 장마를 이기지 못하고 벽에 균열이 생겨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껍데기만 남은 빈집이 문 없이 검은 입을 벌린 채였고 닫힌 문들에는 해를 넘긴 수도 [화장실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 (중) 드리워진 빈곤 그림자, 가리워진 주거 불평등 인천 동구 송현사거리 꼬불꼬불 골목길을 어지러이 따라가 보면 A할머니가 사는 집이 나온다. 다닥다닥 붙은 세대 사이 위태롭게 허약한 쪽문을 열어 그의 집에 들어가 봤다. 30도를 웃도는 한여름 습도마저 80%를 넘어 축축하고 후끈한 할머니의 집에서는 심각한 냄새가 났다.“화장실이 없으니까… 공중화장실까지 가기가 밤에는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어떨 때는 힘들어서도 못 나가겠어.” A할머니는 이런 사정으로 집안에 요강 역할을 하는 통을 두고 급한 일을 해결했다. 악취의 근원이기도 했다.화장실이 없는 집. 이런 집을 현대 사회가 기능적으 [화장실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 (중) 사업성만 앞세운 도시 개발…양극화는 더 커졌다 공용 공간에 따로 마련된 화장실을 사용하는 인천 내 5000여 세대. 이들은 어떻게 극한의 환경으로 내몰리게 됐을까.각자의 사연은 있겠으나 공통분모를 찾자면 사업성을 우선 고려한 도시 개발에 따라 수반된 불평등이다.모든 도시가 그렇듯 인천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형성된 도시가 노후화하며 새롭게 도시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진 도시는 '신도시'란 이름으로 태어났다. '신도시'의 존재는 '구도시'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구도시의 탄생은 그 안에 또 다른 구도시 형성으로도 연결된다. 구도시에서 사업성이 [화장실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 (하) 주거복지 소외지 개선, 도시 발전 출발점으로 오늘날 인천시의 주거 격차는 지금은 '문제'지만 장래엔 '재난'으로 발전할지 모른다.칠흑처럼 불운하고 지리멸렬한 주거형태는 황홀한 도시의 미래 설계 도면 어디에도 끼어들지 못한다.화장실조차 없는 집은 굳이 '주거 계급'에서의 순위를 매기자면 반지하보다, 쪽방촌보다 더 낮은 최하위 부류라고 하겠다.이런 맥락에서 인천시가 그리는 초일류도시의 모든 계획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옳을 수 있다. 환한 곳을 더 반짝이게 해 음지를 부각시키는 간극의 심화보다 어두운 곳 부터 서서히 밝혀 전체를 완성하는 [화장실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 (하) “주거 격차 해소하기 위해 계층별 맞춤형 지원 필요” 지난 2021년 문을 연 인천광역주거복지센터는 주거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에 상담과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 창구다. 나재설(62) 센터장은 이 중 주거 사각지대로 불리는 쪽방, 컨테이너, 창고 등 비거주시설에 사는 취약계층에게 공공과 민간 자원을 연계하는 일을 주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눈부신 도시의 성장과 개발의 저 먼 끝자락조차 가닿지 못하는 이면을 들추고 개선하는 그에게 화장실 없는 집들에 대한 구상과 합리적 조언을 구했다.인천광역주거복지센터의 역할이 종국에는 주거 빈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있기 때문이다. 쪽방에서 여인숙, 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