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일부 아직까지도 쪽방촌
인천 '주택 이외 거처' 비율 8%
시,유형별 집계·실태 파악 미흡
인천 동구 송현사거리 꼬불꼬불 골목길을 어지러이 따라가 보면 A할머니가 사는 집이 나온다. 다닥다닥 붙은 세대 사이 위태롭게 허약한 쪽문을 열어 그의 집에 들어가 봤다. 30도를 웃도는 한여름 습도마저 80%를 넘어 축축하고 후끈한 할머니의 집에서는 심각한 냄새가 났다.
“화장실이 없으니까… 공중화장실까지 가기가 밤에는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어떨 때는 힘들어서도 못 나가겠어.” A할머니는 이런 사정으로 집안에 요강 역할을 하는 통을 두고 급한 일을 해결했다. 악취의 근원이기도 했다.
화장실이 없는 집. 이런 집을 현대 사회가 기능적으로 의미하는 집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으나 할머니는 이제 익숙해져서 괜찮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인천시 전체 114만7200가구 중 오피스텔과 고시원,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 '주택 이외의 거처' 비율은 전체의 약 8%인 9만1768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국 평균인 5.2%보다 높다.
또 전체 가구 중에서 화장실이 없거나 재래식·수세식 화장실을 공동으로 쓰는 가구도 5000여개에 달했다.
현실이 이렇지만 지자체 차원의 주택 외 거처 유형별 집계나 실태 파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구와 동구, 계양구 내 228세대에 사는 270명을 쪽방 거주세대로 분류하고 지원하는 정도다.
최근 인천시는 '세계 초일류도시'를 향한 항해에 닻을 올렸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제 세계 10대 도시로 날아오를 때”라며 의지를 확고히 했다. 화려한 진화를 준비하는 도시 속에는 귀 기울여야 할 불평등의 신음이 고여있다. 도시의 팽창에 따라붙는 빈곤과 불평등은 그 형태를 다양하게 불려가며 도시 발전이란 빛 아래 그늘져있다. 세계적 도시로 오르기 위해 이 굴곡진 그림자를 봐야 할 때다.
시 관계자는 “주거 빈부 격차나 빈곤 등의 문제도 배제하지 않고 함께 발전시키며 도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며 “사회 포용력을 챙기며 도시 지표 상승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3면 : [화장실 없는 집에 사는 사람들] (중) 사업성만 앞세운 도시 개발…양극화는 더 커졌다
/정혜리·변성원 기자 hy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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