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군포시 재궁동에 밤바위산이라는 작은 산이 있다. 밤나무 숲 속 밤바위라 불리는 큰 바위 덕에 그리 불렸다. 밤바위에 오르면 군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풍경이 근사하여 예로부터 군포8경의 하나로 꼽혔다. 밤바위에는 둘로 크게 갈라진 부분이 있어 청소년들이 바위 틈새를 날아오르듯 뛰어넘는 담력 겨루기를 하곤 했다. <군포시사> 별책으로 편집된 '군포 사진 스케치'에는 바위 틈새로 도약하는 소년을 아래에서 촬영한 역동적인 사진(1968년)이 실려 있다. 밤바위산 일대는 현재 한얼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수리산 풀장에서 개구쟁이들이 물로 뛰어드는 1970년대 말 사진도 보인다. 수리산 풀장은 1970~1980년대 군포시의 유일했던 물놀이 시절이다. 수리산 삼림욕장 주변에 주말농장을 조성하려다가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불가능해지자 계곡물과 지하수를 이용한 풀장을 열었다고 한다. 수질 문제로 오래가지는 못했으나, 군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시민들에게는 잊지 못할 장소였을 듯하다. 수리산 풀장 위치는 현재 군포중앙도서관 맞은편 한양아파트 자리다.

추억의 장소 사진으로는 반월저수지 관련 커트들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반월호수로 불리는 반월저수지는 1957년 국제연합한국부흥위원단(UNKRA) 지원으로 조성되었다. 저수지가 만들어지자 인근 둔터마을의 아랫말은 수몰되었고, 윗말은 졸지에 호숫가마을이 되었다. 윗말에 경기도등록문화재인 120년 역사의 둔대교회가 있다. 반월저수지는 농업용수 확보가 주목적이었으나 낚시터이자 피서지로서도 이름 높았다. 하여, 군포는 물론이고 안산 안양 과천에도 놀러 오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군포 사진 스케치'에 실린 1959년 사진을 보면, 반월저수지 둑 아래 저수지로 드라이브 나온 고급 자동차가 줄지어 서 있다.

반월저수지, 밤바위산, 수리산 풀장이 시흥군 군포면(읍) 시절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었다면, 요즘 군포의 최고 핫 플레이스는 단연 철쭉동산(군포시 고산로 470)일 터이다. 2만㎡에 자산홍, 영산홍, 산철쭉, 백철쭉 등 약 15만 그루를 심은 철쭉동산은 봄이면 꼭 가봐야 전국 철쭉 명소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철쭉동산 옆은 철쭉공원이고, 길은 수리산 등산로로 이어진다. 역시 군포의 풍광은 모두 수리산의 선물이다. 철쭉동산 또한 군포8경의 하나에 든다. 밤바위산 한얼공원부터 철쭉공원·철쭉동산을 지나 수리산 도립공원의 아름다운 숲을 거닌 다음 반월호수까지 돌아보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마침 이번 주말부터 이달 말까지 군포철쭉축제도 열린다니 말이다.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관련기사
[썰물밀물] '천원학식'이 대학교 교문을 나설 때 돼지고기간장볶음, 도토리묵, 콩나물무침, 배추김치, 흑미밥과 계란국으로 차린 아침밥이 천원. 요즘 대학가에 '천원학식' 바람이 분다. 이번 학기 '천원 학식'에 참여한 대학이 40여 곳에 이른다. 학식 1인분 원가는 약 5000원. 학생이 1000원을 내면, 정부가 1000원을 보조하고, 나머지는 대학이 부담한다. 학생들이 아침밥 든든하게 먹고 공부할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철칙으로만 알았던 '시장가격의 법칙'에서 벗어나도, 아니 때론 벗어나야 모두가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 [썰물밀물] 중선거구제와 야합의 정치 유신독재에 들어간 박정희 정권은 국민의 의사가 진짜 반영되는 국회가 구성될까 봐 겁이 났던 모양이다. 1972년 유신헌법은 유신정우회라는 해괴한 국회의원 선출방식을 두었다. 전체 의석의 3분의 1을 대통령의 뜻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간접선거 방식으로 선출하도록 했다. 그것도 불안했는지, 1지역구에서 2인을 당선시키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했다. 여당인 민주공화당은 전국 모든 지역구에서 1등 혹은 2등으로 당선자를 냈다. 1973년 2월27일 제9대 총선에서 민주공화당의 전국 득표율은 38.68%에 불과했으나, 전체 의 [썰물밀물] 김대건의 길 김대건 신부는 순조 21년인 1821년에 태어나 헌종 12년인 1846년 순교했다. 25년, 인간의 감각으로는 짧지만 천로역정 같은, 하늘의 뜻이 녹아든 생애였다. 증조부 대부터 천주교를 받아들였기에, 양친을 따라 고향 당진 솔뫼를 떠나 한양으로, 다시 용인 남곡리로 옮겨 다니며 살았다. 그러다가 열다섯 살 되던 해 남곡리 골배마실(지금의 용인 은이성지)에서 모방(Maubant) 신부를 만나 제자로 선택되었다. 이후 최초의 한국인 신부가 되어 순교하기까지 10년 행적은 평범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숨 가빴다.일단 모방 신부의 세 번째 [썰물밀물] 아, 홈 스위트 홈! '홈 스위트 홈'의 작사가 존 하워드 페인은 평생 집이 없었다던가. 오페라 삽입곡으로 쓰였다는 '홈 스위트 홈'은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군도 북군도 가장 즐겨 부르던 노래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집은 돌아갈 수 없을 때 더 그립고 간절하게 생각나는 법이다. 하여 '스위트 홈(sweet home)'은 반어법으로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올해 이상문학상을 받은 최진영 작가의 '홈 스위트 홈'은 집에 대한 기억을 다룬다. 폐암 말기에 접어든 주인공은 폐가를 사들여 생의 마지막 공간 [썰물밀물] 공존은 시대의 명령 인간과 고라니가 공존하는 길은 없을까? 요즘 광교산 일대에 고라니가 출몰해 농작물 등이 피해를 본다는 소식에 마음이 언짢다. 지난해 10월 세종시 세종수목원이 고라니 12마리를 총기 사살해 물의가 빚어졌다. 멸종위기종인 야생 동물을 그리 잔혹하게 포획할 수 있느냐는 시민 항의가 잇따랐다. 수목원 측도 할 말이 없지는 않았다. 2020년부터 고라니가 떼를 지어 다니면서 애써 심은 식물들의 새싹을 먹어치웠다. 고라니는 유해조수이기도 하다.식물보호를 위해 말 못하는 동물에게 총을 써야 하는 아이러니 상황. 세종수목원이 찾아낸 해법은 울타 [썰물밀물] 양평 거북섬과 대하섬 양평 거북섬 근황이 최근 보도됐다. 50년 동안 인적이 끊겼던 섬을 둘러보기 위해 군수 일행이 섬을 찾은 덕이다. “섬 전체 면적의 약 절반 정도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우거져” 있었다는 문장에 눈길이 꽂혔다. (인천일보 5월10일자)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크지만, 야생의 숲은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아야 무성해 지는 것일까.양평군 양서면 대심리 거북섬은 원래 섬이 아니다. 1970년대 초 팔당호 담수가 시작되면서 남한강 물길이 변했고, 낮은 지대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섬이 되었다. 한강에는 팔당댐으로 인해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