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간장볶음, 도토리묵, 콩나물무침, 배추김치, 흑미밥과 계란국으로 차린 아침밥이 천원. 요즘 대학가에 '천원학식' 바람이 분다. 이번 학기 '천원 학식'에 참여한 대학이 40여 곳에 이른다. 학식 1인분 원가는 약 5000원. 학생이 1000원을 내면, 정부가 1000원을 보조하고, 나머지는 대학이 부담한다. 학생들이 아침밥 든든하게 먹고 공부할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철칙으로만 알았던 '시장가격의 법칙'에서 벗어나도, 아니 때론 벗어나야 모두가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낄 기회라는 점도 좋다.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시장 '해뜨는 식당'은 '천원백반'으로 유명하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백반 1인분에 1000원을 받는다. 구수하기로 소문난 된장국에 제철 재료로 준비한 반찬이 정갈하고 맛있는 데다 모든 음식은 무한리필이다. 김선자 씨가 사업실패 이후 배고팠던 시절을 기억하며 문을 연 식당은 김 씨가 2015년 작고한 뒤 막내딸 김윤경 씨가 이어받아 운영한다. 물려받은 재산을 다 쏟아붓고 보험회사 다니며 월급까지 털어 넣어도 천원백반 집은 당연히 적자다. 그래도 쌀과 부식재료를 식당 문 앞에 갖다 놓는 수많은 독지가 덕에 13년째 운영된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윤경 씨 사연에 감동했다는 시민이 많다.
'천원학식'이 대학교 담장 밖으로 진출할 수는 없을까? 시혜를 베푸는 무료급식소가 아니라, '해뜨는 식당' 손님들처럼 적은 금액이지만 당당하게 밥값을 내게 하고, 정부와 지역사회에서 보조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브라질의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진즉부터 '시민식당'을 운영해왔다.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는 1994년 시민식당 1호가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5호점까지 생겨났다. 누구나 시민식당에서 가서 1000원이 채 안 되는 돈을 내고 지역농산물로 차린 건강하고 풍족한 식사를 할 수 있다. 복지 혜택 차원이 아니다. 밥 먹을 권리(식량권)를 인권의 가장 기본 권리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2001년 과천시에서 초등학생 무상급식을 처음 도입한 이래 2022년 서울시가 초중고 전 학년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일부 대학에서 시작된 '천원학식'이 정치권의 청년정책 바람을 타고 전국의 대학으로 확산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부담 느끼지 않고 밥 먹을 권리를 인정하기까지 이제 딱 한 걸음 남은 듯하다. 뜻 있는 자치단체부터 다양한 '천원식당'을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면 어떨까. 특례시들이 앞장서면 이름값을 한다는 소리를 들을 게다. 마음이 없어 못 하지, 재원이 부족해 못 하는 일은 없는 법이다.
/양훈도 논설위원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