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 레슬리 청(Leslie Cheung) 그리고 장궈룽(張國榮).
그는 언제나 웃는다. 시간이 이만큼 지났지만 그 모습 그대로다. “잊으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기억난다.”
장국영을 떠올린다.
영웅본색의 당연정(當年情)을 들으며 20대를 지나 30대에 얹혀진 장국영을 그린다. '그때의 우정'은 사라졌지만, 더 나은 내일이 될 것이란 영웅본색(A Better Tomorrow)을 기억하는 10대의 나, 그리고 바람처럼 사라진 장국영을 놓아주지 못하는 지금의 나. 그렇게 나는 장국영과 레슬리 청, 장궈룽을 사랑했다.
2003년 4월1일, 레슬리는 우리를 놨다. 말라버린 겨울날 벚나무 줄기 같았던 레슬리의 마음. 스크린 속 레슬리는 벚꽃처럼 화사하고, 그의 춤사위는 바람 타고 흩날리는 꽃잎을 닮았지만, 그뿐이었다.
10년 전 만우절에 나온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을 다시 펼쳤다. 올해는 더욱 레슬리가 그립다. “아비가 죽고 없어도 여전히 시간은 흘러간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레슬리가 불렀다. “바람아 계속 불어라, 네가 멀리 떠나는 건 견딜 수 없어”라고.
이 책을 쓴 주성철 영화평론가는 지독한 레슬리 앓이를 했다. 홍콩 곳곳을 누비며 레슬리의 손길과 숨소리를 느끼려 했다. 그가 홍콩을 떠나기 전 고른 영화 '해피투게더'. 그는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여전히 장국영이 없는 홍콩을 마주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며 “영화 속 보영처럼 그가 이국의 땅으로 떠났기에 홍콩에 잠시 부재할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고 썼다. 또 “그렇다면 조금은 마음 편히 홍콩을 돌아다닐 수 있을 거란 살아남은 자의 부질없는 착각”이라는 울적한 마음을 드러냈다. 홍콩 만다린오리엔탈호텔 21층, 마카오 스위트. 2003년 3월31일 방문을 열고 들어갔던 레슬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아비는 말했다.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았다더군.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레슬리를 놓을 준비가 됐다. 이젠 “인생이란 결국 떠나 보내는 것임을 깨닫는다”라는 말과 손을 잡는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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