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책 한권] 예정된 전쟁

유럽 보면 전쟁은 언제든 닥칠 수 있어
다시 열강 '야만의 시대' 도래 가능성도
당신을 위한 책 한 권
▲ 예정된 전쟁 그레이엄 앨리슨 지음 정혜윤 옮김 세종서적 516쪽, 2만원

'투키니데스의 함정'이란 말이 있다.

신흥 강자 아테네와 기존 승자 스파르타의 전쟁 이유를 명쾌하게 분석한 가설이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니데스는 27년의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충돌을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로 남겼다. 투키니데스는 국제관계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라는 문장을 남겼다.

하버드 대학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예정된 전쟁>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작은 불꽃으로부터라도 시작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 책은 과거의 패권국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여러나라의 흥망성쇠를 다루며 전쟁 위협은 언제든, 불시에 닥칠 수 있음을 보였다. 또 거짓 선전과 흑색 비방에 따른 뒤틀린 정보 분석이 불러온 전쟁의 참화와 그에 따른 기존 세력의 몰락을 설명했다.

<예정된 전쟁>에서는 영국과 미국은 비록 전쟁이란 패권 경쟁까지 치닫지 않았지만, 과거 영국이 독일 등 패권 다툼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군비 경쟁, 일명 2국 표준주의(Two-Power Standard, 해군 전력이 2위와 3위인 나라가 각개 배치한 전함을 합한 것과 같은 수의 전함을 유지하는 것)를 했던 과거를 소개했다. 현대의 미국 해군력이 2, 3위 나라들의 전력보다 월등하게 앞선 것은 영국의 2국 표준주의가 바탕이었나보다. 1·2차 세계대전의 주범 독일은 군비 확충을 멈췄다. 그에따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소극 대처한다. 그러나 주변국을 통해 전쟁을 겪으며 독일이 서서히 군비 투자에 나섰다. 잠자던 독일의 전쟁 야성을 건드리고 만 것이다.

일본의 군국주의도 소개했다.

“만약 태양이 위로 올라가고 있지 않는다면 그것은 바로 내려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제국주의 일본이 저지른 끔찍한 만행은 어쩌면 유럽을 넘어 미국을 지나 아시아 반도까지 온 세계 패권 경쟁의 수순이 아니었나 싶다.

다시금 열강의 시대, 힘만 남은 야만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그리고 러시아가 중국과 미국의 전쟁을 부추길 수 있음을 경고한다.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서 확실히 패한 러시아(구 소련)가 강자 미국과 신흥 중국을 동시에 무너뜨릴 절호의 기회를 놓칠 바보는 아니다.

앨리슨 교수는 그 진앙지로 남한과 북한, 일본 등 동아시아를 꼽았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황해문화 118권에 “미국이 중국에 원하는 것은 미국의 패권적 우월성(hegemonic supremacy)에 도전하지 말라는 것이다”며 “미국은 중국의 국력 신장을 더디게 하여 감히 미국을 넘볼 수 없게 하고, 더불어 동맹 및 우방국들과 결속해 중국을 포위·봉쇄해야 큰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썼다.

<예정된 전쟁>은 “중국의 가장 큰 꿈은 중국이 멋지게 부활하는 것이다”는 경고를 남겼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관련기사
[당신을 위한 책 한 권] 나의 미카엘 이제서야 <나의 미카엘>을 펼쳤다.그렇게 <나의 미카엘>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한숨을 터뜨리게 했고, 과거 기억이 문장마다 엮이며 내면은 화끈거렸다.반세기를 훌쩍 넘긴 아모르 오즈(1939∼2018)의 <나의 미카엘>은 세계문학이지만, 영미 문학에 익숙한 우리에겐 낯설다. 이 소설에서는 1950년대의 이스라엘 분위기와 해방공간이 갖는 세대간의 갈등, 풍요 속의 불안 등을 읽어야 한다. 하지만 독자 대부분은 문장마다 스며든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인생과 시간이란 파고 속에 가엾게 떠다니는 삶의 나약함에 한숨을 내뱉을 거다.<나의 미카엘> [당신을 위한 책 한 권] 제국대학의 조센징 이맘때 민족애가 폭발한다. 해방된 조국, 살아냈고 버텼기에 104주년 3.1절을 맞은 이 날이 더 뜻깊다.인하대 한국어문학과 정종현 교수가 쓴 <제국대학의 조센징>은 당시 최고의 엘리트로, 일제에 부역하거나 할 수밖에 없던 그들의 궤적을 담았다.대한제국을 군홧발로 짓이긴 일제, 10년간 서슬 퍼런 무단통치로 민족을 억압했다. 그리고 1919년 3.1 만세운동은 일제의 통치 수단을 바꿨다. 당근과 채찍이라는 교묘한 술수를 썼다. 1920년대부터는 문화통치 시기라 부른다.이때부터 일제는 본토로 유학의 길을 터준다. 제국대학이라는 이름으 [당신을 위한 책 한 권] 제시의 일기 "아이가 자랐을땐…독립된 조국 오기를" 3·1절 104주년이 일주일 남았다. 일제에 나라를 뺏긴 지 9년이 지난 1919년은 우리에게 '민족자결주의'를 실현할 뜻깊은 해였다.인천 만국공원(현 자유공원)에서 첫발을 내디딘 한성임시정부를 한 축으로 결성된 대한민국임시정부(임정)는 그렇게 기약 없는 독립운동에 나섰다. 동시대 친일, 변절자 역시 해방이 오지 않기를 바랐을 거다.<제시의 일기>는 양우조·최선화 지사가 1938년 7월4일 첫 딸인 제시가 태어난 날부터 해방 후 부산에 도착하는 1946년 4월29일까지 번갈아 기록한 일기 형식의 글이다. 특히 임정이 [당신을 위한 책 한 권]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장국영, 레슬리 청(Leslie Cheung) 그리고 장궈룽(張國榮).그는 언제나 웃는다. 시간이 이만큼 지났지만 그 모습 그대로다. “잊으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기억난다.”장국영을 떠올린다.영웅본색의 당연정(當年情)을 들으며 20대를 지나 30대에 얹혀진 장국영을 그린다. '그때의 우정'은 사라졌지만, 더 나은 내일이 될 것이란 영웅본색(A Better Tomorrow)을 기억하는 10대의 나, 그리고 바람처럼 사라진 장국영을 놓아주지 못하는 지금의 나. 그렇게 나는 장국영과 레슬리 청, 장궈룽을 사랑했다.2 [당신을 위한 책 한 권] 죽음의 역사 영화 '컨테이젼'이 떠오른다. 당시는 황당한 내용이라 여겼다. 영화 내내 '차라리 좀비가 나을까'란 엉뚱한 생각을 했다. 얼마 뒤 좀비 영화가 나왔다. '월드워 Z', 남주가 동분서주하며 좀비에 맞선다. 당황스러운 영화 끝,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무슨 차이일까.<죽음의 역사>는 형이상학적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죽음의 이유를 명쾌하게 답한다. 책 속 엄청난 죽음의 숫자 속에는 인생의 가치와 철학은 없다. 그저 시작부터 끝까지 '죽음'은 '죽음일 [당신을 위한 책 한 권]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자본주의의 부산물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 자본주의이다. 사람 나고 돈 났다.인간의 본성을 좇아 돈의 흐름을 파헤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돈과 시장의 노예가 된다. 시장의 수많은 톱니바퀴에서 인격을 찾고 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 자본주의가 길들인 민주주의요, 민주 시민이다.<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는 거대 담론 같은 경제에서 사람 냄새를 찾으려 노력한 책이다.“나를 웃게 만들고, 군침 돌게 하는 동시에 경제학에 관한 생각을 되돌아보게 만든 유일한 책, 재미나고 심오하면서 입맛까지 돋운다.” 현대 음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