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 '사람 내음 가득' 신간
마늘·멸치·초콜릿 등 예들어 설명
자본주의의 부산물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 자본주의이다. 사람 나고 돈 났다.
인간의 본성을 좇아 돈의 흐름을 파헤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돈과 시장의 노예가 된다. 시장의 수많은 톱니바퀴에서 인격을 찾고 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 자본주의가 길들인 민주주의요, 민주 시민이다.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는 거대 담론 같은 경제에서 사람 냄새를 찾으려 노력한 책이다.
“나를 웃게 만들고, 군침 돌게 하는 동시에 경제학에 관한 생각을 되돌아보게 만든 유일한 책, 재미나고 심오하면서 입맛까지 돋운다.” 현대 음악의 새 길을 걷는 '브라이언 이노'가 이 책에 짧은 서평을 남겼다. 음악의 대가지만, 스스로 음악가라 칭하지 않는 이노처럼 장하준은 경제학의 거두지만 곧은 깊이 보다 너른 지평을 택했고, 이 생각을 녹여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를 썼다.
“절망 어린 침묵 속에서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그리고 “세계적인 거대 기업과 평범한 노동자가 공평하고 정당하게 세금 부담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는다. 그렇게 그는 “우리 사회의 가치가 공동체, 공동의 책임, 모두가 공감하는 목표를 향상시키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믿는가, 독자들의 답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그리고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라 밝힌다.
먹고 마시는 기초에서 시작했다. 쉽게 책을 열었지만, 마지막으로 향할 땐 너무 묵직하다.
“한국인은 곧 마늘이다”로 시작하는 머리말에 솔깃함도 잠시, “음식은 천국이 되었지만 경제학은 블랙홀로 빠져들고”라며 자책과 자문한다. 음식의 영역은 국경을 넘어 자가발전하지만, 경제학은 외통수에 빠졌다. 장하준은 “내 음식의 우주는 빛의 속도로 확장되고 있었지만 내가 속한 다른 우주인 경제학 분야는 슬프게도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며 수많은 학파의 경제학이 '신고전학파 경제학'이란 단일체로 묶인 것에 분노한다. 그는 “지적 단일 경작(monocropping)은 이 분야의 지적 유전자 풀을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로 일갈한다. 그는 “경제학은 개인적이건 집단적이건 경제적 변수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 다시 말해 우리 자신에 대한 규정 자체를 변화시킨다”라고 했다.
장하준이 어떤 경제정책의 길을 걷고 있는지가 중요치 않다. 핵심은 다양성이라는 포용정책에서 수 갈래 경제의 길을 걷는 모두의 인격과 인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편견 넘어서기'로 엮인 도토리, 오크라, 코코넛이 등장하고 '생산성 높이기' 범주에는 멸치와 새우, 국수, 당근이 등장한다. 여기에 '전 세계가 더 잘살기'를 통해 소고기, 바나나, 코카콜라의 가치와 이면의 불합리함을 설명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호밀, 닭고기, 고추의 효능을 내놓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에 라임, 향신료, 딸기, 초콜릿을 활용했다.
그는 익숙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요리법을 써내려가고, 그 요리에 담긴 추억을 열거한다. 파송송, 간장을 입힌 도토리를 얘기하다 도토리를 먹여 으뜸이 된 스페인 이베리코 돼지로 뜀박질하더니 이슬람 문화로까지 널뛴다. 그리고 유교문화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모든 문화는 복합적이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다양한 부면을 지니고 있다”라고 말한다.
생소한 오크라를 거론한 것은 노예제도를 통해 기형적 성장을 한 서구 자본주의의 역사를 밝히려 한 것이다. 그리고 이민 121년을 맞은 올해 제물포항을 떠난 그들을 떠올리게 “연한 계약 하인 신분으로 외국으로 건너가 해방된 노예 대신 그들이 하던 일을 했다. 연한 계약 노동자들은 노예는 아니었다. 그러나 계약을 맺은 기간동안에는 직업을 바꿀 자유도 없었고, 기본적인 권리 행사마저 제한받았다”라는 표현했다. '호밀'('호밀밭의 파수꾼'은 내 오랜 숙제다. 아직도 그 책의 진가를 찾기에 난 숙맥이다)은 복지의 상징이다. '공짜' 개념 같은 복지의 겉면에 대해 장하준은 “뭔가가 '무료'인 것처럼 보이면 그것은 “받는 순간 무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라는 답을 내놨다.
그리고 가장 평범하고 대중적인 '닭고기'를 통해 “서로 다른 필요를 가진 사람들을 모두 똑같이 대하는 것-채식주의자에게 닭고기 요리를 준다든지, 복강병을 가진 사람에게 밀가루 빵을 준다든지, 남녀 화장실을 같은 크기로 만든다든지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공평한 일이다”라는 지평을 연다. 기회의 평등 못지않게 '결과의 평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고추는 '돌봄 노동'을 언급하기 위한 음식이다. 그리고 미래의 AI의 자동화 시대에 “탈산업화가 되는 주요 원인은 수요의 변화가 아니라 생산성의 변화다”라 표현했다. 장하준이 쓴 책을 꾸준하게 읽고 있다. 언제 마침표를 찍게 될지 알수없지만 '경제학'은 무궁무진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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