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비정규직 불법파견’ 관련 1심 공판이 내려진 인천지방법원 앞에 한참 서 있었다. 주요 피고인의 불출석으로 공판이 40여분 늦어졌음에도 카메라와 마이크를 든 기자 열댓 명 모두는 한 사람을 기다렸다. 지난해 초까지 한국지엠을 이끌었던 카허 카젬 중국 합작법인 SAIC-GM 총괄 부사장의 심경을 들으려는 목적이었다.
10여분 뒤, 법원을 나서는 그의 등장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질문이 이어졌다. 아무런 답변이 없이 차량에 탑승한 그의 뒤엔 피켓을 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치 배경처럼 서 있었다. 이들은 하청 노동자 1700여명을 불법 파견한 혐의를 인정하고도 내려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카젬 사장을 찍기 위해 비켜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한 노동자는 이같이 외쳤다.
“저 사람이 주인공인가요?”
선고를 앞두고 참고 기사를 찾았는데, 유독 한국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언론보도에 쉽게 붙는 말들이 있었다. “강성 노조가 걸림돌”이란 말이다. 인천 기업인 지엠은 물론 이역만리에서 호황을 누리는 테슬라 같은 기업이 한국에서 뿌리내리기 어려운 주요 이유로 우리 노조 문화를 지목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우리나라 대통령조차 외신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 심각한 문제로 “강성 노조 문화”를 언급한다. 당시는 화물노조 파업 중단을 위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유례없는 카드를 썼던 시점이다. 한 일간지에선 지난 연말 화물연대 비조합원으로 파업에 참여했던 한 화물기사를 인터뷰했다. 정부 명령에 현장에 복귀한 그는 자신을 “겁먹은 차주”로 언급한 현수막을 매달고 도로를 달렸다.
노동자는 우리 사회에서 주요 배역인지 그저 지나가는 엑스트라인지, “저 사람이 주인공인가요?”라는 외침이 나를 고민에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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