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령'을 봤다. 중국 작가 마이지아(麥家)의 소설 <풍성(風聲)>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독전'으로 이름난 이해영 감독이 찍었다. 소설 <풍성>은 2009년 중국에서 '바람의 소리(風聲)'라는 원작 제목으로 영화화됐다.
지난 18일, 개봉 첫날 극장을 찾았다. 설을 앞둔 기대작답게 관객 연령대 폭이 넓었다.
'유령'은 액션과 심리 스릴러가 복합됐지만, 내용은 단순하다. 1933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암호해독실에 침입한 항일투사 '유령'을 잡기 위해 전반부는 유령 색출작업, 후반부는 탈출 장면이 주를 이룬다. 감독은 심리보다 액션에 더 치중한 느낌이다.
유령은 영화 시작과 함께 나온다. 첫 장에 공개된 만큼 상영시간 133분을 끌고 갈 영화의 장치가 궁금했다.
이하늬, 박소담 두 히어로가 영화의 중심에 섰다. 설경구, 박해수가 좌우 날개가 됐고, 서현우는 각설탕 같은 존재였다. 영화는 생각보다 피 튀긴다. 잔인하다기보다 다소 과장된 영상에 눈길이 간다.
두 컷 밖에는 나오지 않지만 수녀님의 말씀이 뼈를 때린다. “나라 팔아먹은 사람은 그렇게 다치지 않아요, 지키려는 사람이 다치지.”
영화 도중 등장하는 '상하이 익스프레스'(1932)와 '장화홍련전'(1928), '드라큘라'(1931)의 영화 포스터는 중요 역할을 한다.
영화 '유령'과 영화 '바람의 소리'는 다르다. '유령'을 본 후 '바람의 소리'가 궁금했다. 그리고 흠뻑 빠졌다.
영화 '바람의 소리'는 '적인걸(측천무후의 비밀)'로 익숙한 리빙빙과 중국 최고의 여배우인 '야연(夜宴)'의 저우쉰 등이 나온다. 이 영화는 괴뢰정부인 1942년 중국 난징(南京)의 국민정부(國民政府)에서 활동한 '유령'을 색출하는 내용이다.
저우쉰이 맡은 '샤오멍'의 마지막 대사는 여운을 남긴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요.(중략) 나의 사랑하는 이들이여. 내가 그대들에게 이토록 무정했던 이유는, 이 한 몸 다 바쳐, 멸망의 위기에 처해 있는 민족을 구해야 하기 때문.”
항일의 영화는 묵직하길 바란다. 시대의 정신 깨우고, 조국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비슷한 영화 한편 권한다. 영국 정보기관 수뇌부(서커스)에 침입한 스파이 일명 두더지를 잡기 위한 내용의 '팅커 세일러 솔저 스파이'이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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