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먼 나라다. 미지의 땅 이란의 속 사정을 알기 어렵다. 낯선 땅, 낯선 문화. 그리고 상식과 동떨어진 세상은 더는 이란을 머리로 이해할 수 없게 한다. 더구나 요즘 이란은 핫하다. 망설이지 않고 영화 <성스러운 거미(Holy Spider)>를 봤다. 그렇게 중동의 붉은 땅, 이란의 치부를 엿봤다.
히잡이 낯설어 보이는 한 여성, 호텔에서부터 차별받는다. 갖은 핑계로 방이 없다는 호텔 직원에 맞선 그녀의 날선 말투, 비뚤어진 이란의 최대 종교도시 '마슈하드' 분위기에 숨이 막힌다.
'마슈하드'는 이슬람의 십이이맘파 제8대 이맘인 '이맘 레자'가 묻힌 곳이다. 이슬람 시아파의 성지답게 '자하드(성전, 聖戰)'와 종교 경찰 등이 생의 한 축이다.
이 영화는 가상 인물 저널리스트 라히미(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가 2000년대 초 벌어진 실제 연쇄 살인 사건을 취재하며 범인을 스스로 쫓는 내용을 모티브로 한다. 가난에 찌들어 약에 의존해 성매매할 수밖에 없는 사회, '신'의 이름으로 심판하는 한 남성. 그리고 살해된 딸을 숨길 수밖에 없는 유족.
영화 초반 거미의 정체는 드러난다.
사이드(메흐디 바제스타디)는 제대 군인이다. 전쟁에서 죽지 못한(사이드는 이를 순교라 한다) 것에 부끄러움을 갖고, 건축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자신을 부정한다. 그렇게 성매매 여성의 목숨을 빼앗고, 신문에 알리며 자신을 전사로 부풀린다.
살인과 재판 과정으로 나뉘는 <성스러운 거미>는 집단 최면의 무서움을 각인시킨다. 아버지 범행에 떳떳한 아들, 여동생에게 아버지의 범행을 재연하는 아들의 모습은 '신'을 핑계로 어긋난 미성숙 인격체를 보여준다. 재판장 밖에서는 사이드의 무죄를 주장하는 시위가 한창이다. 그러나 사이드 부인은 아들에게 말한다. “이 또한 순간이다”라고.
영화는 섬뜩하다.
라히미에게 경고하는 판사는 “차도르를 걸친 당신은 거짓”이라고 말하고, 경찰은 “부정한 여자”라며 그녀를 몰아붙인다. 실제 라히미로 분한 에브라히미는 이란에서 성 문제로 린치 당하고 2006년 프랑스로 떠났다.
특히 이 영화는 정신적인 잔인함을 더해 거미가 저지르는 살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았고, 사이드가 교수형 당하는 모습 또한 클로즈업 된다.
<성스러운 거미>는 이란을 배경으로 한 덴마크 작품이다. 연출자 알리 아바시 감독은 이란에서 태어났지만, 스웨덴에서 자라 덴마크에서 영화활동을 하고 있다.
이 영화로 제75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에브라히미는 “이 영화는 여성에 대한 영화다. 여성들의 몸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의 얼굴, 머리, 손, 발, 가슴, 섹스 그리고 이란에서는 볼 수 없는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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