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여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하고, 공간을 깨끗이 하는 청소의 과학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류의 탄생 이후 의식주와 더불어 기본적인 생활에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가 청소다. 고대부터 수천, 수만 년에 걸쳐 방식만 달라졌을 뿐 청소는 지역과 시대를 불문하고 불가결한 작업으로 여겨졌다. 현대 과학 기술은 빗자루와 걸레보다 진공 청소기와 로봇 청소기가 더 친숙할 정도로 청소 도구와 기계를 혁신적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청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청소란 무엇인가? 청소의 사전적 정의는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하는 작업이다. 좁게는 일상의 방 청소부터, 넓게는 도심 청소가 있고, 더 넓게는 지구를 넘어 우주 차원에서도 청소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공위성과 발사체의 부속품, 각종 도구 등 수백만 개의 우주 쓰레기가 지구 주변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의 방식과 규모는 천차만별이라도 기본적으로 청소는 흩어져 있는 먼지와 쓰레기를 모으고 제자리에 있지 않은 물건을 정리정돈하는 행위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위적인 행동은 무질서 상태를 유지하려는 우주의 자연 법칙에 위배된다. 바둑알 여러 개를 힘껏 던지면 여기저기 마구잡이식으로 퍼지는 것처럼 먼지는 모여 있는 것보다 곳곳에 떠도는 상태가 물리학적으로 안정적이며 자연스럽다. 다시 말해 무작위가 곧 자연스러움이다. 그저 청소하기 싫은 자의 변명으로 들려도 할 수 없다. 청소는 세상 만물을 자연스럽게 뒤죽박죽 어지럽히려는 우주와 그것을 방해하고 정리하는 인간의 끊임없는 대결이자 치열한 사투다.
이처럼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청소는 먼지를 치우고 얼룩을 제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우선 먼지를 털기 위해서는 공기를 불고, 먼지를 모으기 위해서는 공기를 빨아들여야 한다. 먼지는 매우 가벼워 바람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이다. 진공 청소기는 공기 흐름을 효율적으로 제어하여 흩어진 먼지를 손쉽게 제거한다. 반면 액체가 굳어서 생긴 얼룩은 주로 물기를 이용하여 닦아낸다. 오염 물질과 쉽게 결합하며 유동성까지 갖춘 물의 특성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이와 같이 청소는 공기와 물처럼 흐르는 것들을 매개체로 하여 오염원을 제거하는 과학적 과정이다. 따라서 청소의 원리와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흐르는 것들의 과학'인 유체역학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청소는 사소해 보이지만 신체적으로 위생과 건강을 챙기기 위해 꼭 필요하며, 정신적으로는 마음가짐을 다잡는 숭고한 행위다. 덧붙여 청소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마리 콘도에 따르면 청소의 목적은 단지 공간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환경에 머무를 때 행복을 느끼기 위함이다. 청소는 공간을 바꾸고, 공간은 생각을 바꾸며, 생각은 인생을 바꾼다.
/송현수 과학 저술가·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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