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교회와 이웃하고 지내는 포이포이 엄마, 제시카를 길에서 만났다. 팬데믹 이전의 한 장면처럼 파스텔톤의 화사한 마사지테라피스트 옷을 입고 바쁘게 걸어가는 것을 보니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된 모양이다.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걸음을 재촉하는 그녀를 보니 괜히 안심이 되고 기쁘다. 지난 2022년 12월 14일 필리핀 기술교육기능개발국(Technical Education and Skills Authority 이하 TESDA)에서는 교육과정수료자 86%가 취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TESDA는 우리나라의 고용노동부 직업훈련프로그램과 유사한 제도이다. 학교정규과정을 수료하지 못한 청소년들을 위한 기술직업교육훈련을 관장하기 위해 1994년 필리핀 교육부 산하기관으로 신설되어 현재는 개인의 자기계발 및 직업훈련을 받기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쉽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전국민을 위한 공교육기관으로 발전하였다.
TESDA의 자료에 의하면 TESDA훈련기관은 전국 125개 학교기반직업훈련과 실용적인 단기교육을 위주로하는 지역 센타기반직업훈련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TESDA의 전문 교육 센터는 성별에 민감한 정책이나 프로젝트 연구를 통해 여성의 경제적 지위를 향상하고자 일본 정부의 보조금으로 설립된 TESDA 여성 센터(TWC)가 있다. 그리고 해외에서 일하려는 노동자를 위한 다양한 언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전국 35개의 LSI(Language Skills Institute)센터에서는 영어, 한국어, 북경어, 일본어, 스페인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 과정을 제공한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가 무상으로 지원하는 한-필리핀 IT 연수원은 세군데의 주요대학에서 필리핀 IT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TESDA의 기록에 따르면 가장 인기있는 지역센타기반 교육프로그램 상위 10위는 다음과 같다. 용접(코스2), 조리사, 식음료서비스, 제과제빵, 가사도우미, 전기설치 및 유지보수, 용접(코스1), 컴퓨터시스템관리, 부기, 콜센터서비스로 정규프로그램을 마치고 나면 수료증과 함께 자격증을 제공하거나 국가인증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팬데믹 이후로 아직도 많은 이웃들이 일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활발한 개발붐으로 건강과 의지만 있으면 건설노동자로 가족들의 생계를 도울수 있다. 거기에 TESDA를 통해 용접기술 자격증을 취득했다면 일반노동자들의 배가되는 급여를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제시카처럼 마사지테라피스트 교육을 마치고 일을 시작한 이웃들은 연말연시를 맞아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좋은 수입을 얻고 있다.
우리교회에도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다니다 그만둔 친구들이 여럿 있다. 졸업장이 없기 때문에 노동현장에서 보조역할을 하거나 동네 영세자동차공업사에서 겨우 숙식을 해결하며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운다. 일당 1만원에서 1만5000원 사이 최저임금도 졸업장이 있거나 인정받을 만한 기술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팬데믹 이전에는 그런 청년들을 모아 필리핀의 검정고시 ALS에 등록시켜 졸업장을 갖출 수 있도록 교회에서 도왔다. 이번 주일에도 아누나스 농구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넷이 새로 등록을 했다. 그 중 두 명이 특별한 직업없이 주변인으로 떠돌고 있었다. 2023년 교회가 다시 시작해야할 일을 알려주신 것만 같아 여러 궁리를 해본다.
/이정은 필리핀 아누나스 행복한우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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