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은 필리핀 아누나스 행복한우리교회 담임목사.<br>
▲ 이정은 필리핀 아누나스 행복한우리교회 담임목사.

두 번의 행사일정변경을 거쳐 어렵게 제 12회 한국과 필리핀의 문화교류축제인 한비한마당축제가 열렸다. 10월 29일로 처음 예정되었던 일정은 갑작스런 태풍으로 다음주 토요일로 연기되었다. 그리고 11월 5일 일정은 10·29 참사 국가애도기간으로 다시 한번 연기되어 지난 11월 12일 재외동포재단과 중부루손한인회 주관으로 한인타운 빌리지 내에서 진행되었다.

매년 추석을 전후로 열렸던 한비한마당축제는 지역의 재능있는 한인들과 필리핀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좋은 홍보기회가 되어왔다. 또한 행사장 주변 부스를 통해 교민업체들은 홍보전단지를 나눠주고 음식을 판매하며 자신의 사업체를 교민사회와 필리핀 지역사회에 널리 알리는 기회로 활용했다.

나와 내 어린 자녀들도 필리핀의 소도시 엥헬레스에서 일년에 한번 열리는 이 행사는 팍팍한 이민생활에 잠시나마 숨구멍을 터주는 역할을 했다. 가을이면 은행나무며 단풍나무가 곱게 물든 거리거리에서 줄지어 열리는 한국의 지역문화축제를 필리핀으로 순간이동 시킨 것 같아 마치 한국이 가까이 온 것만 같았다. 한인교회 집사님들이 선교비 마련을 위해 열었던 부스에서는 부침개 냄새가 진동했고 그 옆에는 어묵이며 떡볶이를 부지런히 만들어 내며 대목 잡기에 바쁜 동네 이모들이 있었다. MC로 초청된, 필리핀 TV에도 출연했다던 한인타운 식당 사장님 외동딸의 맛깔스러운 타갈로그어 입담은 매상 올리기에 바쁜 이모들의 손길마저도 잠시 멈추게 했었다.

선교사업으로 파스카생수와 소잉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옷수선을 하는 아누나스행복한우리교회도 올해 부스를 열었다. 생수 몇 박스를 12회 한비문화축제 용으로 별도로 만들어 한인회에 기증했다.

그리고 당일 생수홍보를 겸해 판매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우리 교회식구들의 상품도 널리 알리고 외부로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네에서 소문난 조아나 자매의 꽈배기, 단팥도너츠와 해외에서 일하는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키우고 계시는 욜란다 어머니의 찹쌀떡을 같이 놓고 판매하기로 했다. 즉석으로 도너츠를 튀겨내고 떡을 만들어내면 더 맛있겠지만 올해는 참가하는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 그래서 두 분의 상품과 관련된 스토리가 있는 스티커를 제작하고 용기를 선정해 완성품을 만들고 청년부에서 판매인력은 지원받아 제1회 선교사업마케팅은 시작되었다. 팬데믹 이후로 처음 열린 교민행사라서 그런지 모인 인원은 예전에 비할 수는 없었지만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과 장기자랑경연은 열기를 띄고 진행되었다. 그리고 필리핀 잔치에서는 빠질수 없는 경품추첨은 행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2022년 가을 우리는 앓지 않았으면 좋았을 아픔을 보듬고 가고 있다. 어린 아이들부터 청년들, 장년들과 노인들까지 각자 삶의 경험치 만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녹여내고 있는 중이다.

시간은 또 흐르고 이 상처 또한 희미해지겠지만 가을이 오면 즐거울 축제장 앞에서 우리는 이 기억을 어쩔수 없이 떠올릴 것만 같다. 이전과 같아질 수 없는 또 하나의 깊은 상처를 입었다. 고난이 유익이라는 성경말씀은 그것을 통해 배워야할 것을 배우고 다시는 그 고난 앞에 나를 세우지 않도록 뼈에 새기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다. 지금의 아픔이 우리 사회의 든든한 방어기제가 되어 대한민국과 세계 곳곳에 되돌려지길 기도한다.

/이정은 필리핀 아누나스 행복한우리교회 담임목사



관련기사
[필리핀 통신] 같이 산다는 것 나는 중고타이어를 쓴다. 오른쪽 뒤 타이어에 바람이 자꾸 빠져서 살펴보니 표면이 A4 용지 한 장을 새로 꺼낸 것 처럼 맨질하다. 거의 시내주행만 하는 터라 며칠을 미루다가 결국 단골로 가는 중고타이어 가게에 들러 앉아있자니 '카톡!' 메시지가 하나 도착한다.지난 주말 필리핀은 풍속이 시속 90㎞에 달하는 태풍 '날개'로 사망자 132명에 가옥 6500여채가 파손되고 총 240만명의 주민이 피해를 입은 재해가 있었다. 남부를 휩쓸고 지나가 이곳 팜팡가 쪽은 비교적 피해가 덜했으나 세찬 바람과 줄기차게 쏟 [필리핀 통신] 서민들의 꿈, 파기빅(Pag-IBIG)하우스 필리핀에도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 SSS(Social Security System)와 국민건강보험 필헬스(PhilHealth), 국민주택기금 파기빅(Pag-IBIG)이라는 3대 고용보험이 있다. 회사는 고용기간 6개월 이상이 되면 반드시 정직원으로 전환하고 3대보험을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노동현실은 녹록치 않다.올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으로 돌아간 사장님을 기다리는 꾸야 다비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교회 앞 작은 집을 사장님으로부터 선물받고 여덟식구가 오순도순 사는 데 예기치 않 [필리핀 통신] 올란도 아버지를 기리며 한가족처럼 지내던 올란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심한 당뇨로 매주 두차례씩 투석을 하고 계셨다.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시신경도 훼손이 되어 부인 버지 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바깥 나들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자녀들의 부탁으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마발라캇에서 두 분을 픽업하여 매주일 같이 예배를 드리면서 한 가족이 되었다.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장례식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염을 마치고 마치 살아계시는 분처럼 말끔하게 화장을 하고 필리핀 전통의상 바롱을 입혀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소담한 장례식장 앞쪽에 [필리핀 통신] 사리사리스토어에 관한 추억 아누나스 입구에서 우리교회까지 1㎞가 채 안되는 거리를 지나오다 보면 열 개가 넘는 크고 작은 구멍가게들을 만나게 된다. 집 앞에 담을 헐고 창문형으로 만든 소형 가게부터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음식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반찬가게와 함께 운영하는 제법 규모 있는 가게까지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소형상점들이 있는데 이것들을 통틀어 사리사리스토어라고 한다. 필리핀에서는 일반적으로 사리사리라고 줄여부른다.오래전 아이들과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아련하게 추억으로 남는 것 중 하나가 사리사리였다. 홈스테이하는 집에서 대여섯 시간의 [필리핀 통신] 2022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9월부터 시작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국가가 여름의 나라, 필리핀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지난 토요일 우리교회와 이웃하고 있는 필리핀 군인들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청받아 다녀왔습니다. 비록 나무와 양철지붕으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행사장이지만 무대를 만들어 조명을 설치하고 그 앞에는 군인들에게 나눠줄 소담한 크리스마스 선물과 생필품꾸러미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찍 도착한 동네밴드는 캐롤이며 올드팝송을 연주하며 이른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길 준비를 마치고 있었습니다. [필리핀 통신] 직업훈련프로그램 오랜만에 교회와 이웃하고 지내는 포이포이 엄마, 제시카를 길에서 만났다. 팬데믹 이전의 한 장면처럼 파스텔톤의 화사한 마사지테라피스트 옷을 입고 바쁘게 걸어가는 것을 보니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된 모양이다.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걸음을 재촉하는 그녀를 보니 괜히 안심이 되고 기쁘다. 지난 2022년 12월 14일 필리핀 기술교육기능개발국(Technical Education and Skills Authority 이하 TESDA)에서는 교육과정수료자 86%가 취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TESDA는 우리나라의 고용노동부 직업 [필리핀 통신] 양파와 스캠 몇 년 동안 지내지 못했던 크리스마스 명절을 몰아서 쇠는 듯하다. 매주 금요일마다 서는 아포시장거리는 사람들의 행렬로 발디딜 틈 없고 시내 모든 주차장은 만차 팻말이 걸려있기 일쑤다. 양쪽 팔에 아이들의 명절맞이 새옷과 신발을 사서 들고 가는 젊은 엄마들의 얼굴에 오랜만에 활기가 넘친다. 우리동네 아누나스 골목에는 동네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불러주고 모금을 하는 캐롤링이 한창이다.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필리핀의 가장 큰 이슈는 '양파'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백양파 1㎏의 가격은 1만7000원을 호가하고 있어 돼지고 [필리핀 통신] 팬데믹베이비 크리스마스와 새해로 인한 긴 연휴를 마치고 2023학년도 수업이 이번 주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비교적 한산했던 학교 앞은 다시 트라이시클이며 차량들로 정체가 시작되었다. 학부모와 아이들은 마치 미로를 통과하듯 복잡한 길을 뚫고 아이들을 교문 안으로 밀어 넣고 또 다른 자녀의 등교 준비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현재 아누나스와 주변 학교들은 교실 부족으로 대부분 3교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의 등교와 하교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간대에 학교 앞은 늘 차량정체는 물론이고 학생과 학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필리핀 정부는 수 [필리핀 통신] 두리안과 잭프루트 몇 해 전 일이다. 한국에서 단기선교팀이 왔는데 모든 선교일정을 마치고 바닷가가 있는 주변 도시를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다. 목적지로 가는 도중 작은 재래시장에 잠시 멈추게 되었다. 그래서 열대과일도 사고 시장구경을 하려고 선교팀 일부가 승합차에서 내렸다. 잠시 후 사람들이 시끌벅적 돌아오고 차는 다시 출발했다. 그런데 지방 도시라서 그런지 두리안(Durian) 가격이 도시보다 훨씬 저렴하여 25㎏짜리 쌀자루에 각각 한 부대씩 가득 차게 샀다며 팀원들과 풍성하게 나눠 드실 생각에 좋아하셨다. 그런데 차로 한참을 달려도 양파 썩는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