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행사일정변경을 거쳐 어렵게 제 12회 한국과 필리핀의 문화교류축제인 한비한마당축제가 열렸다. 10월 29일로 처음 예정되었던 일정은 갑작스런 태풍으로 다음주 토요일로 연기되었다. 그리고 11월 5일 일정은 10·29 참사 국가애도기간으로 다시 한번 연기되어 지난 11월 12일 재외동포재단과 중부루손한인회 주관으로 한인타운 빌리지 내에서 진행되었다.
매년 추석을 전후로 열렸던 한비한마당축제는 지역의 재능있는 한인들과 필리핀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좋은 홍보기회가 되어왔다. 또한 행사장 주변 부스를 통해 교민업체들은 홍보전단지를 나눠주고 음식을 판매하며 자신의 사업체를 교민사회와 필리핀 지역사회에 널리 알리는 기회로 활용했다.
나와 내 어린 자녀들도 필리핀의 소도시 엥헬레스에서 일년에 한번 열리는 이 행사는 팍팍한 이민생활에 잠시나마 숨구멍을 터주는 역할을 했다. 가을이면 은행나무며 단풍나무가 곱게 물든 거리거리에서 줄지어 열리는 한국의 지역문화축제를 필리핀으로 순간이동 시킨 것 같아 마치 한국이 가까이 온 것만 같았다. 한인교회 집사님들이 선교비 마련을 위해 열었던 부스에서는 부침개 냄새가 진동했고 그 옆에는 어묵이며 떡볶이를 부지런히 만들어 내며 대목 잡기에 바쁜 동네 이모들이 있었다. MC로 초청된, 필리핀 TV에도 출연했다던 한인타운 식당 사장님 외동딸의 맛깔스러운 타갈로그어 입담은 매상 올리기에 바쁜 이모들의 손길마저도 잠시 멈추게 했었다.
선교사업으로 파스카생수와 소잉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옷수선을 하는 아누나스행복한우리교회도 올해 부스를 열었다. 생수 몇 박스를 12회 한비문화축제 용으로 별도로 만들어 한인회에 기증했다.
그리고 당일 생수홍보를 겸해 판매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우리 교회식구들의 상품도 널리 알리고 외부로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네에서 소문난 조아나 자매의 꽈배기, 단팥도너츠와 해외에서 일하는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키우고 계시는 욜란다 어머니의 찹쌀떡을 같이 놓고 판매하기로 했다. 즉석으로 도너츠를 튀겨내고 떡을 만들어내면 더 맛있겠지만 올해는 참가하는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 그래서 두 분의 상품과 관련된 스토리가 있는 스티커를 제작하고 용기를 선정해 완성품을 만들고 청년부에서 판매인력은 지원받아 제1회 선교사업마케팅은 시작되었다. 팬데믹 이후로 처음 열린 교민행사라서 그런지 모인 인원은 예전에 비할 수는 없었지만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과 장기자랑경연은 열기를 띄고 진행되었다. 그리고 필리핀 잔치에서는 빠질수 없는 경품추첨은 행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2022년 가을 우리는 앓지 않았으면 좋았을 아픔을 보듬고 가고 있다. 어린 아이들부터 청년들, 장년들과 노인들까지 각자 삶의 경험치 만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녹여내고 있는 중이다.
시간은 또 흐르고 이 상처 또한 희미해지겠지만 가을이 오면 즐거울 축제장 앞에서 우리는 이 기억을 어쩔수 없이 떠올릴 것만 같다. 이전과 같아질 수 없는 또 하나의 깊은 상처를 입었다. 고난이 유익이라는 성경말씀은 그것을 통해 배워야할 것을 배우고 다시는 그 고난 앞에 나를 세우지 않도록 뼈에 새기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다. 지금의 아픔이 우리 사회의 든든한 방어기제가 되어 대한민국과 세계 곳곳에 되돌려지길 기도한다.
/이정은 필리핀 아누나스 행복한우리교회 담임목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