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은 필리핀 아누나스 행복한우리교회 담임목사.<br>
▲ 이정은 필리핀 아누나스 행복한우리교회 담임목사.

9월부터 시작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국가가 여름의 나라, 필리핀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지난 토요일 우리교회와 이웃하고 있는 필리핀 군인들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청받아 다녀왔습니다. 비록 나무와 양철지붕으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행사장이지만 무대를 만들어 조명을 설치하고 그 앞에는 군인들에게 나눠줄 소담한 크리스마스 선물과 생필품꾸러미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찍 도착한 동네밴드는 캐롤이며 올드팝송을 연주하며 이른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길 준비를 마치고 있었습니다. 행사를 시작하기 전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와 우리가 하나님께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 찬양과 말씀으로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필리핀은 9월부터 12월까지 네 달동안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즐깁니다. 우리동네 SM몰에도 크리스마스를 카운트하는 번호가 내걸렸습니다. 사람들은 화려한 조명이 장식된 그 앞에서 친구들과 인증샷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하며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를 부풀립니다. 필리핀 사람들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는 나의 어린시절 1970년대, 요즘처럼 아무때나 옷을 사서 입기 어렵고 고기를 한달에 한두번 먹기도 어려웠을 때 설날을 기다리던 그때가 생각나게 합니다. 팍팍한 삶 가운데도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여 친인척을 맞이하고 아이들의 절을 받고 세뱃돈을 나눠주던 문화가 있었습니다. 필리핀도 12월 24일 밤을 노체부에나라는 이름으로 온가족이 모여 한해동안 노고를 칭찬하고 선물을 나눠주며 아이들에게 용돈을 줍니다. 그리고 25일 크리스마스에는 친인척집을 다니며 어른들에게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고 아이들은 용돈을 받습니다.

그날 벌어서 그날 쓰기도 바쁜 필리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그나마 여유롭게 보낼수 있는 이유는 Thirteen Month Salary(13달째 급여)라고 불리는 보너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12월달에는 기존급여에 한달치를 더해 두달분의 급여를 받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새옷도 사고 숙원해 오던 살림도 장만합니다.

우리가 설날 인절미를 먹는다면 이곳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비빙카(Bibingka)와 푸토붐봉(Puto bumong)이라는 계절음식을 먹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전 12월 16일부터 24일까지 심방가비라는 저녁미사를 9일간 드리는데 미사를 마치고 나면 성당 앞에 선 노점에 서 뜨끈한 비빙카와 푸토붐봉을 즐깁니다. 이 시즌에는 길거리마다 작은 화덕에 숯불을 피워 바나나잎에 싼 적당히 달달한 비빙카를 파는 노점상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생각나는 어른이 한분 계십니다. 한국에서는 꽤나 유명했던 분인데 가산을 정리하고 오셨다가 사업실패로 말년에는 중고트럭으로 이삿짐을 나르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돌아가시기 불과 일이년전 예수님을 만나 작은 한인교회의 기둥역할을 하다 가셨습니다. 어느날 차를 운전하고 가다 동네 빌리지에서 오후 늦게까지 이삿짐을 싣고 계시는 집사님을 만났습니다. 몸이 불편해 길가 한쪽 의자에 앉아 필리핀 일꾼들을 지휘하고 계셨는데 듣자하니 오전에 생긴 수입에서 십일조를 챙겨놨는데 일이 생겨서 쓰시고 그 십일조 챙기시려고 지금까지 일하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이선교사, 교회에서도 다 십시일반 자기 몫을 해야되지 않나 생각해.” 교리때문이 아니라 오랜 세상 경험으로 작은 교회와 목회자의 심정을 헤아리고 하신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예수님이 그렇게 자기역할을 다하고 가셨습니다.

군부대 크리스마스파티를 마치고 간소한 선물들에도 그렇게 즐거워하던 필리핀 군인들과 막사가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십시일반 같은 마음으로 섬겨준 필리핀 사람들이 있어서 위로금을 잘 전달하고 돌아왔습니다.

/이정은 필리핀 아누나스 행복한우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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