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앞서 들어온 물량' 정확한 수량조차 파악 못해
"인천시민들이 먹는 고기 대부분은 이곳에 있는 도축장을 거쳐 인천 전역에 유통됩니다. 그런데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견된 농장 돼지가 인천으로 넘어왔다니…."
17일 오전 인천 서구 가좌동 축산물시장에서 만난 정육점 주인 A씨는 ASF에 감염된 돼지가 이곳에서 도축됐을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자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는 "이 바이러스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시민들에겐 큰 거부감을 줄 것"이라며 "혹여 안 좋은 소문이라도 날 경우 축산물시장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 양돈농장에서 폐사율 100%에 달하는 ASF가 처음 발견된 가운데 해당 농장의 주 거래처가 가좌동에서 도축장을 운영하는 업체로 확인됐다.
실제 이날 해당 업체를 방문하자 혹시 모를 2차 감염을 예방하듯 방역 체계를 한층 강화한 상태였다.
도축장을 오고가는 자동차는 전부 소독과정을 거쳤으며 건물에서 나오는 트럭을 향해 업체 직원들은 "인천시 관계자 통제 하에 검사를 받고 나가는 것으로 안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업체에 따르면 지난 15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파주에 있는 양돈농장으로부터 총 136두의 돼지가 인천으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도축된 돼지는 이날 오전 5시쯤 미추홀구에 있는 가공 업체로 옮겨졌으며 이 중 2마리 분량이 유통 직전까지 갔으나 다행히 회수됐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ASF 잠복 기간이 최대 21일에 달하는 만큼 돼지들은 전부 소각 작업인 렌더링 방법으로 처분할 계획"이라며 "시 지도하에 안전 예방에 최대한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각 예정인 돼지를 제외하고도 앞서 파주 양돈농장에서 들어온 돼지가 더 있다는 점이다. 이달 중 네 차례에 걸쳐 돼지가 넘어오면서 추석 전에 들어온 돼지는 이미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와 해당 업체는 현재 정확한 수량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농장주가 같지만 ASF가 발견된 농장과 20㎞ 떨어진 다른 농장에서 돼지가 왔기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해당 업체 내 다른 돼지들 역시 전량 폐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사고 농장에서 넘어온 돼지가 몇 마리인지도 정확히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