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해법 찾기 온도차…인천시 “첫 걸음은 이관”

인천·경기·서울·환경부 정책개선 합의
9년 시간 흘렀지만 꼬인 매듭 풀지못해
시·SL공사 노조·주민협의체간 이견

시, 관할권 이관 선결조건 이행 본격화
해외사업 추진·직원 복지 등 협의점 찾기

주변영향지역 주민 일자리 확대 방안
매립 종료 후 안정적 사후관리 복안 내놔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에 2015년 1월 당시 유정복 인천시장·남경필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윤성규 환경부장관이 벌인 합의가 벌써 9년째 접어들었다. 민선6기에 시작된 수도권매립지 정책 조정은 민선8기에 이르며 대체매립지 3차 공모에 나서는 등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1, 2매립장의 권한이 인천으로 조정됐고, 수도권매립지특별회계를 통한 3개 시·도의 고른 사용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선결조건 중 하나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 이관 등의 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SL공사 이관에 관한 선결조건과 인천시, SL공사, SL공사 노동조합, 주민협의체 등의 의견을 들어본다. <인천일보>에서는 1편 '수도권매립지 정책, 이젠 뒤돌아볼 수 없다'에 이어 2편 'SL공사, 인천 품에 안길 때'라는 제목의 정책 기획을 게재한다.

▲ 2015년 1월 인천시와 경기도, 서울시, 환경부가 맺은 4자 합의와 그에 따른 선결조건 이행이 올해부터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체매립지 3차 공모가 시작됐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이관을 위한 공사 노조와 주민협의체 등과 협의점을 찾기 위해 인천시가 팔을 걷었다. 하지만 노조와 협의체, 시의 의견차가 아직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30일 열린 수도권매립지정책 토론회./사진제공= 인천시
▲ 2015년 1월 인천시와 경기도, 서울시, 환경부가 맺은 4자 합의와 그에 따른 선결조건 이행이 올해부터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체매립지 3차 공모가 시작됐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이관을 위한 공사 노조와 주민협의체 등과 협의점을 찾기 위해 인천시가 팔을 걷었다. 하지만 노조와 협의체, 시의 의견차가 아직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30일 열린 수도권매립지정책 토론회./사진제공=인천시

“환경부는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의 권리와 의무 일체를 인수하고, 공사 관할권 이관에 따른 갈등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등 선결조건 이행을 전제로 공사의 관할권을 환경부에서 인천시로 이관한다.”

2015년 1월9일 인천시와 경기도, 서울시, 환경부가 맺은 '수도권매립지 정책개선을 위한 합의문'의 일부다.

당시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운영으로 인한 환경적, 경제적 피해를 20년간 일방적으로 감내해 온 인천시민과 주변지역 주민의 고통과 아픔을 인식해야 한다”며 “수도권매립지 정책 개선을 위해 선결조건 이행을 전제로 SL공사의 관할권을 환경부에서 인천시로 이관한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9년이 흘렀다.

선결조건 이행을 위해 수차례에 걸쳐 관계기관이 머리를 맞댔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며, 인천시민이 받는 고통은 여전하다.

 

▲재개된 선결조건 이행

지난 1월30일 '수도권매립지 정책 토론회'가 인천시청에서 수도권매립지 문제해결 범시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범시민운동본부는 '대체매립지 조성을 통한 수도권매립지 종료', 'SL공사의 관할권 인천시 이관' 등 2015년 4자 합의 사항의 조속한 이행과 대통령의 매립지 공약 이행 요구를 위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철수 시 환경국장은 인천시가 마련한 SL공사 이관 선결조건 세부 이행계획을 공개 제안했다.

시가 내놓은 SL공사 노조와 주민지원협의체와의 갈등 해결방안으로는 공사의 사업을 해외사업 추진, 연구기능 강화를 비롯해 직원 근로수준 유지와 복지 확대, 근로자 전원 고용승계 및 대체매립지 채용 우대 등이 있다. 또 사후관리 종료 시까지 3개 시도 비용 분담, 주민지원기금 현행 기준 유지, 신규사업 발굴 및 지역 일자리 확대 방안 마련, 공사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시민 모니터링단 운영으로 환경피해 최소화, 대체매립지 조속한 확보로 매립 종료 및 주변지역의 획기적 환경개선, 수도권매립지 특별회계를 활용한 영향지역 환경개선 지속 추진 등이 더해졌다.

시는 지난 2018년 1월과 2023년 9월, '선결조건 세부 이행계획안'을 세우고, 경기·서울·환경부로부터 의견을 전달받았다.

경기도와 서울시는 “SL공사 노조와 주민지원협의체와의 갈등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환경부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동의해야 공사 이관 착수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시는 SL공사 노조에 “4자 합의는 노동조합과 지역주민의 갈등해결방안이 선결조건으로 최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또 “2015년 합의된 4자 합의 내용 중 정책적, 환경적, 경제적 변화 요인을 고려해 4자 합의의 주체인 환경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에 공사가 포함된 수도권매립지 정책개선을 위한 재합의를 요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주민지원협의체의 경우 4자 협의체 합의를 철회와 주변영향지역 주민과 재논의할 것을 비롯해 인천시 이관을 반대 의사를 전했다고 언급했다.

김철수 시 환경국장은 “SL공사 이관은 4자 기관장 간 이미 합의한 사항으로 그 자체를 거부하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사 노조와 주민지원협의체는 공사 이관에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우리 시와 진솔한 대화에 나서야 하고, 언제든지 만나 의견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SL공사 관할권 인천시 이관은 '지방자치법' 취지와 관리체계 일원화, 경제활성화,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위한 실질적 수단 등으로 설명했다.

시는 “30여년간 수도권매립지로 인한 환경적·경제적 피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피해지역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기관은 인천시”라며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국가공기업에서 위탁 관리하는 현행 체제를 '지방자치법' 취지와 규정에 맞도록 정상화 하는 것”이라며 SL공사의 인천 이관 필요성을 설명했다.

시는 또 “SL공사 재정적자, 환경관리 질적 저하 등은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며 “지방공사화로 인한 사후관리 부실 우려에 대해서는 3개 시·도간 사후관리 추가비용 분담 논의, 부지활용을 통해 풀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수도권매립지 주변지역 개발을 통한 경제활성화가 기대되고, 4자 합의사항 이행으로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위한 실질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 제3매립장 전경. /사진제공= 인천시
▲ 매립장 전경. /사진제공= 인천시

▲SL공사 노조와 주민협의체 이견과 시 입장

SL공사 노조와 주민협의체는 관할권 이관에 따른 불안 요소가 상당하다. 그만큼 시가 노조·협의체와 협의를 이루지 못하면 수도권매립지 정책에 접근하기 힘들다.

SL공사 노조는 SL공사의 관할권이 인천으로 이관될 경우 '공사의 폐기물처리 위상 하락'과 '연구기능 상실 우려' 등을 나타냈다. 또 '직원 복지 수준 및 급여 감소' 등도 관할권 이관에 따른 문제로 지적했다.

SL공사 노조는 연초 인천시가 SL공사 이관을 위한 '지방공기업 설립 타당성 조사 용역' 추진 계획을 발표한 것에 반발하며 “시가 시민과 지역주민의 수도권매립지 종료 기대를 무시한 채 공사 이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도권매립지 잔여부지 확보에만 관심을 둔 졸속 행정으로 판단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시가 2600만 수도권 시민들의 폐기물 처리와 국가 환경발전을 위한 총괄적인 환경권을 책임지는 국가 환경정책을 컨트롤하는 수도권매립지 관리를 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시는 “공사가 보유한 폐기물 자원순환 전문기관으로서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과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사업 추진, 폐기물 연구 강화, 기술 지원 등의 기술혁신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하겠다”는 해결책을 내놨다. 여기에 “근로계약을 포괄승계해 보수규정, 단체협약 기준에 따른 조합원의 급여, 복지수준 등을 현재 근로조건 수준으로 유지함은 기본으로 각종 연구 수당을 신설해 급여수준을 현재보다 향상시키고 복지 수준도 개별 면담을 통해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관할권 이관에 따른 '조직 축소로 인한 고용 불안성과 환경관리 전문성 저하' 지적에 “신규 소각시설 및 대체매립지 운영기관 직원 선발 시 기존 경력자의 채용을 우대(가점 부여)하고, 매립지 관리·운영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를 전원 고용 승계하겠다”고 약속했다.

주민지원협의체가 반발하는 '주변영향지역 주민들의 권리 축소 우려'에 시는 “기금 조성은 현행 기준을 유지하고, 매립지 부지 활용 스마트팜사업 등 신규사업을 발굴해 지역 일자리 확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득했다. 또 '운영 전문성 저하로 인한 환경피해 우려'라는 현실적 문제에 “SL공사 전원을 고용 승계해 업무 연관성과 전문성 등을 유지하겠다”며 “시민모니터링단 구성·운영으로 환경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매립 종료 후 안정적 사후 관리는 가능할까. SL공사와 공사노조, 협의체가 가장 걱정하는 이 지점에 시는 “사후관리 종료까지 적절한 사후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폐기물관리법' 제50조 규정에 따라 정기검사를 실시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시 관계자는 “공사 관할권 이관 이행 중 발생하는 갈등 해결은 공사 이관 선결조건 세부이행계획에 대해 관계기관 동의 후 추진하겠다”며 “공사노조, 주민지원협의체 간담회를 통해 기존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극 수용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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