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0여곳 중 47.5% 빈 통
농가 “겨울철 따뜻한 날씨 원인”
市 “정부 대책에 맞춰 지원”
▲ 인천 계양구 계양산 아래쪽에서 양봉농가를 운영하는 양영숙(오른쪽) 한국양봉협회 인천지회 계양지부장이 텅 빈 벌통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양영숙 지부장

“예전에도 그랬지만 올해는 좀 더 심하네요. 상황이 이런데도 농가에 주는 지원금은 터무니없이 적어서 힘들어요.”

인천 강화군 불은면에서 10년 넘게 양봉농가를 운영해온 김모(54)씨는 이달 초 벌통을 열어본 뒤 한숨이 터져 나왔다.

자신이 관리하는 벌통 500여통 중에 꿀벌이 차 있는 건 100여통에 그쳤기 때문이다.

김씨는 “작년에도 벌이 많이 사라져 난감했는데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앞으로 생계를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2022년 벌어진 '전국적 꿀벌 실종 사태'가 올해까지 이어지며 인천 양봉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양봉농가들은 지자체 지원이 피해 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1일 한국양봉협회 인천지회가 집계한 '월동봉군 소멸 피해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인천지역 양봉농가 90여곳의 피해율은 47.5%로 집계됐다.

월동 전인 지난해 10월 기준 7976통에 벌이 차 있었는데, 올해 들어 이 중 3788통이 벌이 사라져 빈 통이 됐다는 얘기다. 월동봉군은 산란을 하고 꿀을 따올 수 있는 벌 무리를 말한다.

지난해에도 인천 양봉농가에서는 1만3046통 가운데 77.7%(1만136통)의 벌통에서 벌이 실종되는 피해를 봤다.

계양구 계양산 아래쪽에서 약 8년째 농가를 경영한 양영숙(68) 한국양봉협회 인천지회 계양지부장도 꿀벌 실종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양 지부장은 “300통 넘게 꽉 차 있었던 벌들이 지금은 20통에만 남아 있다”라며 “올해도 농가를 살려 보려고 벌통을 주문했는데 이렇게 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양봉농가들은 최근 몇 년간 찾아온 겨울철 따뜻한 날씨가 꿀벌 실종의 주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겨울에서 봄까지 벌통 안에 있어야 벌들이 겨울철임에도 날씨가 따뜻해져 밖으로 나왔다가 금세 추워진 날씨에 그대로 죽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양봉농가를 위한 피해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인천시는 양봉농가 100여곳에 양봉에 필요한 기자재 구입비용과 꿀벌 입식 비용 등 3억3424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양 지부장은 “피해 지원 비용은 농가마다 200만∼300만원 정도인데 이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건 벌통 4∼5개뿐”이라며 “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전국 농가를 대상으로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며 “농식품부가 피해 대책을 수립해 시행한다면 인천도 여기에 맞춰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지섭 기자 a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