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뿔고개.

경인전철 1호선 도원역에 내리면 우각로(牛角路)라 불리우는 인천의 대표적인 달동네가 있다.

마을 꼭대기에 자리한 전도관을 오르는 골목길이 하늘에서 보면 마치 소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소의 뿔처럼 휘어진 길을 오르는 숭의동 전도관 일대는 지금 막바지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일명 '전도관 일대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100년 여의 역사를 가진 공간을 품은 인천의 기억이 역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사라진다.

2025년 준공할 예정으로 진행 중인 재개발사업은 전도관 일대(6만9000여㎡)에 지하 3층에서 지상 29층에 이르는 18개동, 1705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60, 70년대 달동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전도관 일대는 한때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촬영지였다. 드라마 '미세스캅'에서부터 영화 '위대하게 은밀하게'의 촬영까지 이곳에서 로케이션이 진행되었다. 한때 '우각로 문화마을'의 기치를 달고 마을 보존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갔다. 문화적 가치를 지닌 원도심의 상징처럼 여겨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개발의 바람을 비켜 가기는 쉽지 않았다.

숭의동 전도관 일대는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 근대사와 산업화 시대의 층위로써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곳에서 오랜 시간 삶을 영위해 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흔적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기억이 역사적, 문화사적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전도관 자체가 갖는 '기념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보존할 방법도 모색했지만 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도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보존할 수는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우각로 일대를 기억할 다양한 아카이빙을 진행해왔다. 사진과 영상작업을 비롯해 미디어 영역에서도 여러 각도로 전도관 일대를 조명했다. 피해갈 수 없는 재개발이지만 꼭 기억하고 보전해야 할 가치를 담은 우각로 마을 전시관이나 박물관을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을 지금이라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한 때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관련기사
[김성환의 사진이 꿈꾸는 세상] 다시 파시(波市)를 꿈꾸며 북성포구는 한때 싱싱한 꽃게와 새우 등을 사러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곳이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해산물을 고깃배 선상에서 흥정하고 거래하는 광경이 늘 펼쳐졌다. 이른바 '선상 파시(波市)'는 도심 속에서 보기 드문 재미난 구경거리가 되었다. 생선을 사지 않더라도 일부러 구경삼아 포구에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싱싱한 횟감과 생선을 값싸게 살 수 있고 비릿한 바닷바람도 쐬니 발걸음이 늘 이어졌다.제철을 만난 싱싱한 해산물이 미처 육지로 올라오기 전, 선박이 엔진을 끄자마자 사람들은 배 위로 서둘러 올라갔다. [김성환의 사진이 꿈꾸는 세상] 기억하고 보존해야 할 '1780호' 건물 부평 캠프마켓 내 1780호 건축물 존치 문제가 논란으로 떠올랐다. 인천시는 이 건물의 국방부 철거 작업 착수 이후 발생한 시민사회의 갈등 해결을 위해 '캠프마켓 1780호 건축물 현안 소통간담회'를 어제 12월6일 열었다.앞서 지난달 7일부터 캠프마켓 내 조병창 병원 건물에 대한 국방부의 철거작업이 시작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인천시민사회단체는 시에 강하게 항의했다. 11일, 조병창 병원 건물(1780호) 철거를 국방부가 잠정 중단했다. 현재까지 공사가 미뤄지는 중에 인천시가 소통간담회를 연 것이다. 당연한 [김성환의 사진이 꿈꾸는 세상] 기후 위기와 'GCF 도시' 인천의 위상 올해는 유독 눈이 많이 온다. 지난 몇 년 동안은 겨우 내내 눈 한번 보기 어려웠다. 전 세계적으로도 기후변화에 따른 한파와 폭설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은 중서부에서 시작된 '폭탄 사이클론'이 북부 몬테나주까지 이어져 기온이 영하 45℃까지 떨어졌다. 뉴욕주 버팔로에는 180㎝가 넘는 기록적인 눈이 쌓였다.전 세계 탄소배출의 0.4%를 차지하는 파키스탄은 매년 여름 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를 겪고 있다. 지구촌이 겪는 기후 재앙의 귀책사유는 대부분 선진국에 있다. 그렇지만 이 상황을 극복하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