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전철 1호선 도원역에 내리면 우각로(牛角路)라 불리우는 인천의 대표적인 달동네가 있다.
마을 꼭대기에 자리한 전도관을 오르는 골목길이 하늘에서 보면 마치 소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소의 뿔처럼 휘어진 길을 오르는 숭의동 전도관 일대는 지금 막바지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일명 '전도관 일대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100년 여의 역사를 가진 공간을 품은 인천의 기억이 역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사라진다.
2025년 준공할 예정으로 진행 중인 재개발사업은 전도관 일대(6만9000여㎡)에 지하 3층에서 지상 29층에 이르는 18개동, 1705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60, 70년대 달동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전도관 일대는 한때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촬영지였다. 드라마 '미세스캅'에서부터 영화 '위대하게 은밀하게'의 촬영까지 이곳에서 로케이션이 진행되었다. 한때 '우각로 문화마을'의 기치를 달고 마을 보존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갔다. 문화적 가치를 지닌 원도심의 상징처럼 여겨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개발의 바람을 비켜 가기는 쉽지 않았다.
숭의동 전도관 일대는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 근대사와 산업화 시대의 층위로써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곳에서 오랜 시간 삶을 영위해 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흔적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기억이 역사적, 문화사적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전도관 자체가 갖는 '기념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보존할 방법도 모색했지만 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도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보존할 수는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우각로 일대를 기억할 다양한 아카이빙을 진행해왔다. 사진과 영상작업을 비롯해 미디어 영역에서도 여러 각도로 전도관 일대를 조명했다. 피해갈 수 없는 재개발이지만 꼭 기억하고 보전해야 할 가치를 담은 우각로 마을 전시관이나 박물관을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을 지금이라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한 때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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